제6장 인륜 도덕
234. 간나희 가는 길을 : 정철 91
235. 강원도 백성들아 : 정철 93
236. 남으로서 친한 사람 : 낭원군 95
237. 남진 죽고 우는 눈물 97
238. 뉘라서 가마귀를 : 박효관 99
239. 동기로 세 몸 되어 : 박인로 101
240. 마을 사람들아 : 정철 103
241. 반중 조홍감이 : 박인로 104
242. 부부 있은 후에 : 박인로 107
243. 세월이 여류하니 : 김진태 109
244.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111
245. 아버님 낳으시고 114
246. 어버이 날 낳으셔 : 낭원군 115
247. 어버이 살아신제 : 정철 118
248. 오늘도 다 새거다 : 정철 120
249. 왕상의 잉어 잡고 : 박인로 122
250. 이고 진 저 늙은이 : 정철 125
251. 지아비 밭갈러 간 데 : 주세붕 127
252. 청춘소년들아 130
253. 태산이 다 갈리어 132
254. 팔목 쥐시거든 : 정철 134
255. 한 몸 둘에 나눠 : 정철 136
256. 형아 아우야 : 정철 139
제6장 인륜 도덕
예로부터 '동방 예의지국'이라 불리고 있는 우리 나라 자화자찬이 아니라 남이 지어준 이름
이라서 더욱 귓맛이 괜찮다 그래서 오늘날에 있어서도 자랑삼아 즐겨 쓰이고 있는 말이 되
었다 자기 겨레만이 '중화'이고, 주변의 모든 민족들은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라 하여 오랑캐로
업신여겨 오던 중국 사람들도, 우리 겨레에 대해서만은 '해동소화'이니 '동방 예의지국'이니 해서
특별 취급으로 우대를 해왔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가장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던 중국이라
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의 그것에 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앞서는 문화를 우리 겨레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의 문화는 중화에 뒤지지 않았으며, 특히 예의 도덕에 있어서는 그들이 감히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 수준 높은 것이었음이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시조 문학에
있어서도 그것이 단적으로 잘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옛 시조에는 송강의 '훈민가', 노계의 '오륜가'를 비롯하여 인륜 도덕을 노래한 것이
많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삼강오륜을 읊음으로써 사회 생활이 바른길을 가르쳐 주기도
하였다 그것에서 우리 선인들은 인간관계의 정을 도탑게 하였고, 사회 도덕을 배우기도 하였
으며, 생활의 지혜를 얻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우리 겨레의 품위를 끌어올리
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런 작품들을 모아 본 것이 이 장의 내용이다 이와는 판이한 오늘의
현실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한 자료로 삼아 보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34. 간나희 가는 길을
정철
간나희 가는 길을 사나희 에도듯이
사나희 가는 길을 계집이 치도듯이
제 남진 제 계집 아니어든 이름 묻지 마오려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간나희: '간나희'로도 적었다 계집 아낙네
에도듯이: 바싹 가까이 다가서서 가지 않고, 멀찌감치 돌아서 가듯이
사나희: '사나희'로도 적었다 사나이 남자
예는 길을: 가는 길을 '녜다"예다', '니다'도 같은 말로서 '가다'라는 뜻
치도듯이: 비켜 피해서 돌아가듯이
남진: 남자 남편
계집: 여자 이내
마오려: 마시오
-- 감상
그의 유명한 연시조 '훈민가' 중의 '남녀 유별'을 읊은 것이다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멀찌감치 떨어져 돌아서 가듯이, 또 남자가 가는 길을 여자가 비켜서 가듯이,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거든 이름도 묻지 마시오 아니, 말도 건네지 마시오
봉건 사회에서의 남녀 유별은 물론 지나친 데가 너무 많았다 남녀평등의 오늘에서 보면
우습기까지 할지 모르나, 그러나 남녀 사이의 예절이라는 것은 오늘에 있어서도 있어야 할
것을 감안하면, 타산지석이 될 만하지도 않은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사귈 필요가 있고,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는 꼭 지켜야 함이 우애를 영속시키는 비결이 되듯이,
부부 사이도 가까우면서도 지켜야 할 법도는 지키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교훈적인
노래라 하겠다 개방 사회에 있어서도 남녀간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신사요, 숙녀인 것이다
.
235. 강원도 백성들아
정철
강원도 백성들아 형제 송사 하지 마라
종뀌 밭뀌는 얻기에 쉽거니와
어디 가 또 얻을 것이라 흘낏흘낏 하난다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형제 송사: 형제끼리 소송을 함
종뀌 밭뀌: '뀌'는 '따위'의 뜻을 지닌 접미사 '종'은 노비, '밭'은 논밭
흘낏흘낏: 서로 눈을 흘기며 미워하는 모양을 실감나게 표현할 것
-- 감상
이것도 지은이의 유명한 연시조 '훈민가' 중에서 형제 사이의 우애를 훈계할 노래이다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에 지은 것이 분명하다
강원도 백성들아, 형제 송사 따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종이나 논밭 따위는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한 핏줄을 나눈 형제라는 것은 하늘이 주신 존엄한 것이니 만큼, 형제가 서로
눈을 흘기면서 다투고 미워하고 시기하여서는 안된다 서로 화목하고 우애하여야
한다 마지막 구절 "흘낏할낏 하난다"는 이 시조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표현이다
.
236. 남으로서 친한 사람
낭원군
남으로서 친한 사람 벗이라 일렀으니
유신곧 아니하면 사귈 줄이 있으소냐
우리는 어진 벗 알아서 책선을 받아 보리라
-- 지은이: 낭원군 189. 참고
-- 말뜻
유신곧 아니하면: 만약에 미덥지가 아니할 것 같으면
책선: 착하게 되라고 꾸짖음
-- 감상
지은이의 '오륜가' 중의 '봉우유신'을 노래한 것인데, 친구 사이에는 신의, 곧 믿음과 의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벗이란 남남끼리 맺어진 사이이지만, 막역한 친구는 형제보다도
오히려 가깝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특히 죽마고우 사이에서는 더욱 그러함을 우리는
피부로써 느낀다
'관포지교'야말로 진정한 벗의 윤리라 하겠다 건성건성으로 사귀는 친구나, 그저 놀기 위하여
사귀는 술 친구 정도라면, 그것을 무슨 교우지도라 할 수 있겠는가 그 벗이 역경에 처하였을
때에 제 일처럼 행동할 수 있는 친구라야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진정한
'유신'이 있을 것이다
또 벗이란 성실한 조언자, 엄격한 책선자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친구의 고난을 진심으로
도와줌도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그 벗이 정도를 벗어났을 때에 추상같이 꾸짖어 옳은 길로
이끌 수 있는 그런 친구야말로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는가.
237. 남진 죽고 우는 눈물
남진 죽고 우는 눈물 두 젖에 내리흘러
젖맛이 짜다 하고 자식은 보채거든
저놈이 어내 안으로 계집되라 하난다
-- 말뜻
남진: 남자 남편
어내 안으로: 어떤 속으로 어떤 마음으로
계집: 여자 아내
-- 감상
남편을 여의고 슬퍼 우는 눈물이 두 유방으로 흘러내려 젖빠는 아기가 젖맛이 짜다고
칭얼거린다 처절한 정경이다 여자란 이런 꼴을 겪어야 하는데, 저 놈은 그래도 여자가 되라고
하느냐 어떤 속셈으로 이런 여자의 신세가 되라고 하느냐 남존여비의 봉건 사회에서의 여자의
처지를 묘한 표현으로 한탄하고 있다 '계집'을 '아내'로 풀면, 뜻이 약간 달라짐은 물론이다
.
238. 뉘라서 가마귀를
박효관
뉘라서 가마귀를 검고 흉타 하돗던고
반포보은이 그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지은이:박효관 57. 참고
-- 말뜻
하돗던고: 하였던고 하더란 말인가
반포보은: 까마귀의 새끼는 다 자란 뒤에는 그 어미(짐승의 어버이)에게 먹이를 물어다가 먹여
준다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것을 말한다
못내: 잊지 못하고 늘
슬허하노라: 슬퍼하노라
-- 감상
세상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라 하여 가까이하기를 꺼려 한다 까마귀가 집 근처에서 울면
사람이 죽거나 흉한 일이 생긴다고 아주 싫어한다 그러나 그 까마귀는 반포보은의 갸륵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효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 데에 비하면, 까마귀가 비록 사람
들이 미워하는 새짐승에 지나지 않지만, 이 얼마나 갸륵하고 대견한 일이냐 이 까마귀에게
서 우리는 효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
239. 동기로 세 몸 되어
박인로
동기로 세 몸 되어 한 몸같이 지내다가
두 아운 어디 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고
날마다 석양 문외에 한숨 겨워 하노라
-- 지은이: 박인로 24. 참고
-- 말뜻
동기: 형제자매를 통틀어서 하는 말
세 몸: 3형제를 이름
석양 문외: 저녁 때의 대문 밖
한숨 겨워: 한숨 짓고 있다는 뜻 '겹다'는 '지다, 이기지 못하다'는 뜻 한숨을 이기
지 못하니, 한숨을 크게 쉬며 시름에 잠겨 있다는 뜻이 된다
-- 감상
지은이의 '오륜가' 중의 '형제 유애'의 넷째 수로서, 3형제 중 두 아우를 잃고 석양녘
대문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동기간의 우애를 읊은 것이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밀려올
무렵이면, 잡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드는데, 두 아우는 돌아올 줄을 모른다 직설적이
아닌 장면을 묘사하였기 때문에, 대문 밖에서 기다리며 한숨 짓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240. 마을 사람들아
정철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 나서 옳지곧 못하면
마소를 짓고깔 씌워 밥먹이나 다르랴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송강 정철의 '훈민가' 중의 '향려유례'이다 사람으로서 읊은 일 못한다면, 말이나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 밥 먹이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 사람은 지각이 있고 이성이 있고
도덕성이 있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그른 길, 인륜에 어긋나는 길을 버리고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판단력과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야 진정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을 못한다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느냐는 말이다 종장의 표현이
재치있고 기발하다.
241. 반중 조홍감이
박인로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 지은이:박인로 24. 참고
-- 말뜻
반중: 소반 위 소반에 담은
조홍감: 일찍 익은 감 왜 '조홍시'라고 하지 않았을까
보이나다: 보이는구나!
유자: 유자나무의 열매로, 추운 지방에서도 자라는 귤의 한 가지
품음직도: 품속에 집어 넣을 만도
반길 이: 반가워할 사람 지은이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글로: 그것으로 그런 까닭으로
-- 감상
소반에 담긴 일찍 익은 붉은 감이 곱게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더라도 품안에 몇 개 집어
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품어 가도 반가워할 어머니가 없으므로, 그것 때문에 슬퍼합니다
옛날 중국 오나라의 육적이, 6세 때에 원술의 집에서 접대로 내놓은 유자 세 개를 슬그머니
품안에 숨겼다가 발각이 되었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
그랬노라고 대답하여, 그 지극한 효성이 모두를 감동시켰다는 고사가 있다
한음 이덕형이 접대로 내놓은 감을 보고, 위의 '육적 회귤'의 고사에 비추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시조라고 한다 보통 '조홍시가'라고 불린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수욕정이풍불지자욕양이친부대)"라는 옛글귀를 연상케 하는 시조로,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이 읽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한다.
242. 부부 있은 후에
박인로
부부 있은 후에 부자 형제 생겼으니
부부곧 아니면 오륜이 갖을소냐
이중에 생민이 비롯하니 부부 크다 하노라
-- 지은이: 박인로 24. 참고
-- 말뜻
오륜: 삼강오륜 오륜은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
생민: 1)백성 인민 2)백성을 가르치고 기르다 3)백성을 낳다
-- 감상
노계의 '오륜가' 중에서 부부가 중요함을 노래한 것으로, '부부유별'의 첫째 수이다 부부,
곧 남편과 아내의 결합이 있는 뒤에야 비로소 부자도 있고 형제도 생긴다 부부가 아니면
오륜이 갖추어지지도 못한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서 백성이 생기고, 또 그것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도 시작되는 것이니, 부부야말로 기본이 된다고 하겠다 송강의 '훈민가' 중의
'부부유은(255)'과 비교하여 보라
음, 양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의 화합이 인륜 발생의 근원이라는 것은 그 착상이
매우 철학적이다 만유 현상이 음양이 조화에 따르는 것이니 말이다 '생민'도 이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은 옛선비의 말로서는 극히 새롭고도 대담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고는 자칫하면 점잖지 못한 표현이 되기 쉽기 때문에, 군자를 자처하는
옛선비는 이런 것을 삼가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노계의 말로서는 이례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243. 세월이 여류하니
김진태
세월이 여루하니 백발이 절로 난다
뽑고 또 뽑아 젊고자 하는 뜻은
북당에 친재하시니 그를 두려워함이라
-- 지은이: 김진태 16. 참고
-- 말뜻
북당: 어머님 계시는 방 혹은 어머니를 일컫는 말 옛중국에서 몸채의 북쪽에 집안의 주부를
거처하게 하였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친재하시니: 어버이가 살아 계시니
-- 감상
세월이 마치 흐르는 물과 같이 빨리 흘러가서 내 머리에서도 이제 흰머리카락이 절로 나게
되었다 그것을 뽑고 또 뽑아서 젊어지고자 하는 까닭은, 어머니가 살아 계시기 때문이다
자식된 몸으로서 어버이에게 늙어 보인다는 것은 어버이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니, 일종의
불효가 아닐 수 없다 옛사람의 지극한 효성은 확실히 본받을 만한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중국 초나라의 현인이요, 24효자의 한 사람이라는 노래자가 늙은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나이 일흔 살에 때때옷을 입고 어린이 흉내를 내었다는 옛일을 생각케 한다.
244.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부엌바닥 구르지 마오
빚에 받은 며느린가 값에 쳐 온 며느린가 나무 썩은 등걸에 회초리 난이같이 앙살피신
시아버님 볕 뵌 쇠똥같이 되종고신 시어머님 삼 년 결온 노망태에 새 송곳부리같이 뽀족하신
시누이님 당피 갈은 밭에 돌피 난이같이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건 밭의 메꽃 같은 며느리 어디를 나빠하시는고
-- 말뜻
구르지: 며느리가 못마땅해서 부엌 바닥이 울리도록 쿵쿵 힘주어 밟으며 야단을 친다는 뜻이다
빚에 받은: 빚 대신에 받아 온
값에 쳐 온: 무슨 물건 값에 계산해서 가져 온
앙살피신: 말라서 앙상하고 잔망스러운
되종고신: 되바라지고 까다로운
결온: 결으온 '결은'의 아어형
노망태: 노로 결은 망태기 망태기는 가는 새끼나 노를 엮어서 만든 것인데, 물건을 담아
메거나 들고 다닌다
당피: 피 조 비슷한 곡식 산골에서 식량으로 썼다
돌피: 논의 벼에 섞이어 나는 잡초의 한 가지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뽑아 버려야
한다
외꽃: 오이꽃 노랗고 어딘지 연약해 보인다
피똥: 내장에 병이 나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병들고 약해 빠진 비실거리는 아들이라는
뜻이다
건 밭의: 곡식이 잘되는 기름진 밭의
메꽃: 들에 피는 나팔꽃 비슷한 오후에 피는 꽃 소박하면서도 탐스럽게 보인다 그 뿌리를
'메'라 하여 삶아서 먹으면 달고 구수하여 메떡도 만들어 먹는다 예전에는 흉년의 구황식품의
하나로도 쓰였다
-- 감상
옛날 봉건 가족 제도 밑에서 구박받는 며느리를 동정하여 지은 사설시조다 가족 식구들의
형용이나 비유가 소박하면서도 박진감을 준다 밤나무 다 썩은 등걸에 난 회초리같이 앙살피게
바싹 마르고 잔망스러운 시아버지, 오뉴월 따가운 볕에 쬐어서 바싹 마른 쇠똥같이 되바라지고
까다롭기만 한 시어머니, 3년이나 걸려서 결은 촘촘한 노망태기도 뚫고 나올 만큼이나 뽀족한
시누이, 얼굴은 노랗고 몸은 비실비실하여 샛노란 오이꽃 같은 피똥 누는 아들 등 참 보기에도
한심스러운 군상들이다 그런데 그 주제에 기름진 밭에 탐스럽게 핀, 메꽃 같은 복스러운
며느리를 어디가 나빠서 구박을 한다는 말이냐 "그러지 말고 새마음 갈아 먹고
사랑하시오 그러면 가족들의 화목과 가정의 평화와 번영이 절로 올 것이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245. 아버님 낳으시고
아버님 낳으시고 임금이 먹이시니
이 두 분 은혜는 하늘 아래 가이 없다
이몸이 죽기를 한하여 아니 갚고 어이하리
-- 감상
유교 도덕의 근본이라고 하는 충효 사상을 강조한 노래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아버지, 나라를 잘 다스려 내가 편안하게 잘 살 수 있게 해주시는 나라님, 이 두 분의 은혜는
천하에 비길 데가 없다 한이 없이 넓고 크다 그러니 만큼 목숨을 바쳐서라도
갚아야겠다 그것이 아들된 도리이며, 국민된, 사람된 도리라는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오늘에 있어서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만한 일이라 하겠다 '나라님'은 현대적인 뜻이 생동하는
말이라 하겠다.
246. 어버이 날 낳으셔
낭원군
어버이 날 낳으셔 어질과저 길러 내니
이 두 분 아니시면 내몸 나서 어질소냐
아마도 지극한 은덕을 못내 갚아 하노라
-- 지은이: 낭원군 189. 참고
-- 말뜻
어질과저: 이질게 되고 하고자 '__과저'는 '__고 싶다'는 뜻으로 쓰이는 종결어미 '__과뎌,
__과쟈' 등으로도 쓰였다
아마도: 시조 종장 첫머리에 흔히 쓰이는 감탄사로서, '그럴 것 같다'는 뜻
못내 갚아 하노라: 못다 갚을 것 같아 안타깝다는 뜻
-- 감상
어버이께서 나를 낳으시어 어떻게 해서든 어진 사람 되라고 고이고이 길러 내시니, 아버지와
어머니 이 두 분 아니면 애가 어찌 어진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이 지극한 은헤를 갚지 못할까
하고 항상 그것이 걱정이 된다는 말이다 지은이의 진심이 느껴지는 듯한 표현이 마음에 든다
어버이의 은혜는 자신이 자식을 가진 후에라야 비로소 알게 된다고 한다 치사랑이라는 것은
별로 없고, 내리사랑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다 그것이 대체로 옳은 이야기 같다
자식들을 낳아서 기럴 보아야만이 지난날 나를 키우면서 애쓰던 어버이의 심정이나 노고를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별로 부족함이 없는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으로도 제자리를 찾게 되면, 내게 오늘날이
있게 한 부모님의 남다른 은공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메이게 한다 이제까지는 부모보다도 자신의
일을 우선한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지도 한다 이것은 개체의 발전을 위하여 어찌할 수 없는
조물주의 배려인가 보다
나는 고생을 하더라도 자식이 잘되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족이고 여한이 없다 그래서
"부모에게서 받은 신체발부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고, 출세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은 효도의 궁극이라"는 소학의 가르침이 오늘날에 있어서도 진리인가 보다 이것이 진보의
법칙인가 보다
그래서 늦게보마, "나무가 조용하고 싶어도 바람이 내버려두지를 않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
싶어도 어버이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는 탄식을 하게 된다 이런 진리를 진작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247. 어버이 살아신제
정철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닮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지은이: 정철 8. 참고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의 '자효'이다 평생에 고쳐 못할 것이 어버이 섬기기이니,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에 명심코 효도해야 한다 효도는 1만 가지 도덕의 기초가 된다고 하였다 근대
산업 사회로 넘어가면서 개인주의가 기승을 부려, 효도는 그 빛깔이 많이 바래져 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 나라는 아직 우리 겨레의 정신적인 맥이 살아 있으므로 이것을 현대 정신에
잘 맞게 유지 발전시키서, 가족 제도를 재정립하고, 노인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세계의 정신문화에 있어서 본보기가 되어야 하겠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도 있으니, 우리의 이 정신문화, 도덕문화로써의
세계 제패는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그것은 2,000년대의 국제 문화의 꽃이 될 것이다
.
248. 오늘도 다 새거다
정철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자스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좀 매어 주마
올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스라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새거다: 새었다 '__거다'는 과거와 감탄의 뜻을 지닌 보조어간
매여든: 매거든 김을 다 매거든
가자스라: 가자꾸나! 가면 좋겠구나 '__스라'는 바람과 감탄의 뜻을 아울러 지닌 종결어미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 열세번째 시조인 '무타농상(농사와 누에치기를 게을리하지 말라)이다
근면, 협동의 정신과 다각농을 권장한 내용이 오늘에도 그대로 적용됨직하다
이른 아침부터 호미 메고 논밭으로 나가자는 것은 근면을,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 좀 매어
주겠다는 것은 협동과 상부상조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또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를 먹이자는 것은 부업을 겸한 다각농을 권장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우리 농촌의
옛부터의 참모습이다.
249. 왕상의 잉어 잡고
박인로
와상의 잉어 잡고 맹종의 죽순 꺾어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의 옷을 입고
일생에 양지성효를 증자같이 하리라
-- 지은이: 박인로 24. 참고
-- 말뜻
왕상의 잉어: 옛날 중국의 왕상이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그 어머니가 앓으면서 겨울에 잉어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왕상이 옷을 입고 강의 얼음을 깨고 들어가려 하였더니, 두 마리의
잉어가 뛰어나왔다고 한다 효자의 정성을 하늘이 알아준 것이다
맹종의 죽순: 맹종도 중국 삼국 시대 오나라의 효자인데, 늙은 어머니가 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맹종이 대숲에 가서 탄식하는데, 죽순이 겨울에도 솟아나왔다고 한다
노래자의 옷: 칠순의 나이에도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부리면서 늙은 어버이를 즐겁게 했다는,
옛날 중국의 효자
양지성효: 어버이를 잘 봉양하여 그 뜻을 기리는 정성스러운 효성 증자가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다
증자: 공자의 제자 가운데 으뜸가는 현인으로서 효성이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 감상
'조홍시가'의 둘째 수인데, 왕상이 겨울 날 잉어를 얻어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 맹종이
겨울에 죽순을 얻어 그 어머니를 기쁘게 했고, 노래자가 칠순의 나이에도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부려 어버이를 즐겁게 했으며, 또 증자가 어버이를 잘 봉양하여 지극한 효성을 다했듯이, 나도
그들에 못지 않은 효도를 해야겠다는 것이다
효는 모든 덕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덕이 높고, 훌륭항 일을 한 사람들은 모두 효자였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니라 하겠다.
250. 이고 진 저 늙은이
정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이고 진: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설워라커든: 서럽다고 하겠거늘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의 '반백자불부대(늙은이는 지고 이지 않음)'이다
'머리에 이고 등에 진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진 저 늙은이, 그 짐을 벗어 나를 주시오 나는
아직 젊었으므로 돌도 무겁지가 않습니다 인생이 다 늙은 것만도 서러운 일인데, 게다가 무거운
짐까지 져서야 되겠습니까?'
경로 사상도 이런 식으로 강조하면 한결 설득력이 있다 '이고 진 늙은이'가 수두룩한 우리의
사회 현실에서 경로 사상을 입으로만 부르짖는 것은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싫건 좋건, 그러지 않아도 어김없이 핵가족화해 가는 산업 사회에서 경로 사상이 고취만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러므로 현대적인 복지정책
기반 위에서 해결 방법을 찾되, 그래도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인 경로 사상은 도덕 유산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251. 지아비 밭갈러 간 데
주세붕
지아비 밭갈러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밥상을 받들되 눈썹에 맞추나이다
친코도 고마우시니 손이시나 다르실까
-- 지은이: 주세붕(1495__1554)
자는 경유, 호는 신재 중종 때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백운동서우너을
세워 우리 나라 서원의 창시자가 되었다 벼슬은 호조참판, 관찰사, 대사성 등을 지냈으며,
작품으로 경기체가인 '도동곡, 육현가, 엄연곡, 태평곡' 등이 있다 시조도 14수가 전한다
-- 말뜻
지아비: 남편 지어미의 반대
밥고리: 밥을 담는 고리짝 고리는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로 엮어서 상자와 같이 만들어 옷이나
물건을 담아 두던 것
눈썹에 맞추나이다: 눈썹 높이로 들어 올렸나이다 중국 한나라 때에 양홍의 아내 맹광이
남편을 지극히 공경하여 섬기어 '거안제미'하였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
손이시나: 손님이시나 융숭하게 대접해야 할 손님이나 진배없다는 뜻
-- 감상
지은이의 연시조 '오륜가' 6수 중의 넷째로 지어미가 지아비를 공경하는 교훈인데, 묘사의
방법으로 형상화한 데에 비범한 솜씨가 엿보인다
남편이 밭갈이하러 들에 나갔을 때, 지어미는 밥고리를 이고 가서 그 남편에게 밥상을
받들되, 눈썹 높이까지 올려서 정중하게, 마치 높은 손님에게라도 올리듯이 하곤
하였다 남편이란 진정으로 친하고도 고마우니, 손님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옛날의
부부유별에서는 이것이 옳았으나, 오늘의 상황은 약간 다름을 침작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남편을 손님과 비교한 그 자체가 이미 시대적인 거리감을 준다 남편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므로, 공손히 대접한다는데서 이런 생각이 나온 모양이지만, 어딘가 잘 안 맞는 이야기
같기만 하다 그러나 남녀 평등이니, 부부 일체니 해서 난잡하리 만큼 상호간의 예의를 무시하는
그런 부부에 대한 하나의 경종이라고 보고 그 정신을 배우면 가정의 화목은 보장될
것이다 시대적 배경을 두고 읽어보기로 하자.
252. 청춘소년들아
청춘소년들아 백발 노인 웃지 마라
공변된 하늘 아래 넨들 매양 젊었으랴
우리도 소년행락이 어제런듯 하여라
-- 말뜻
공변된: 공평한
넨들: 너희인들 너희라도 해서
소년행락: 소년시절을 즐긴다 젊었을 적에 즐거이 노는 것
어제런듯: 어제인 듯
-- 감상
백발 노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소년시절이리라 중년 여인이 소녀시절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심하면 그것을 시샘하는 길로 빗나가기까지 하는 그 심리야말로 젊음에 대한
지극한 애착이요 향수가 아니겠는가 젊음이란 그렇게도 좋은 것인가 늙음이란 그렇게도
언짢고 억울한 것일까
늙음을 언짢이 생각하는 백발 노인을 너 청춘소년들아, 비웃어서는 안된다 하늘의
섭리가 지극히 공변되는데, 너희들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젊어 있을 줄 아느냐 우리도
소년시절을 즐겁게 지낸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덧 이렇게 된 것이다 인생이란 참으로
무상한 것이다
백발 노인을 우습다고 할 소년이야 없겠지만, 이런 늙은이의 심정을 이해하는 소년 소녀는
드물 것이다 경로 사상이 별것 아니다 늙은이의 이런 심정을 이해하고, 머지 않아서 나도
그렇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정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나고 자라고 늙고 죽는
것이 인생이라면, 흥망성쇠는 엄연한 대자연의 섭리요 하늘의 뜻이므로, 인생무상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늙음을 인생의 완숙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늙음 또한 값진 것이 아닐까
.
253. 태산이 다 갈리어
태산이 다 갈리어 숫돌만치 되올지나
황하수 다 여위어 띠만치 되올지나
그제야 부모형제를 여의거나 말거나
-- 말뜻
숫돌만치: 숫돌만큼 숫돌은 칼 따위를 갈아서 날을 세우는 돌인데, 갈면 닳아서 점점
작아진다
되올지니: 될 때나 되올은 '될'의 아어형
여위어: 말라서
띠만치: 허리띠만큼 강이 작아진 것을 뜻한다
여의거나 말거나: 이별하거나 말거나 그때에는 이별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 감상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과 같은 비유법이다 부모형제가 서로 이별하지 않고
탈없이 화목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동양적인 대가족주의에서 온 사상의 단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254. 팔목 쥐시거든
정철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받치리라
나갈 데 계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 다 파한 후에 모셔 가려 하노라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막대: 지팡이대 지팡이
향음주: 마을 사람들이 어른들을 모시고 읍양의 예(읍양지예, 읍하고 사양하는 예)를
주고받으며 술잔치를 베풀던 예식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의 '장유유서'를 읊은 것으로 경로사상을 고취하였다 어른이 기동할
때에 만일 팔목을 쥐시는 일이 있거든 그 손을 내 두 손으로 받들어 잡으리라 나들이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실 때에는 지팡이를 들고 따라 모시리라 그리고 향음주가 다 끝난 뒤에는
또 모시고 돌아오련다 어른 모시는 방법을, 개념적인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묘사의 방법으로
형상화한 데에서 송강의 문학적인 재능이 돋보인다.
255. 한 몸 둘에 나눠
한 몸 둘에 나눠 부부를 삼으실새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어디서 망령의 것이 눈흘기려 하느뇨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있을 제: 살아 있는 동안에
망령의 것이: 망령된 것이 말과 행동이 상도에 어긋나는 것이 망령이다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의 '부부유은'의 노래인데, 한몸을 둘에 나눈 것이 부부라고
하였다 일심동체이니 이성지합이니 하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다 이성지합도 무방하다
남성과 여성이 한몸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서로 함께
늙고 백년해로하고, 죽으면 한데 간다 그래서 부부는 무덤도 합장이 제격인 것이다 이런
것이 부부라는 것인데, 하찮은 일로 눈을 흘깃할깃해서야 되겠는가
사람의 도리를 알고 그것을 정상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부부는 한마음
한뜻이어야지, "눈흘기려"는 것은 망령된 짓이 아닐 수 없다 남남끼리 모인 부부 사이에
이런 정신적 유대가 없다면, 진정한 부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시조의 표현면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또는 '이성지합'이니
하는 등의 개념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한몸 둘에 나눠"로 표현하고, '백년해로' 등의 말보다
"있을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데 간다" 식의 쉬운 우리말로 구체적인 사실을 기술함으로써
그 호소력이 크다 또 '반목한다'느니 하는 등의 말보다 "눈흘기려 하느냐"식의 표현이 훨씬
더 선명한 인상을 준다 개괄적인 설명보다 사실적인 묘사로서의 형상화가 문학의 효과적인 표현
기교임을 보여 주는 좋은 보기라 하겠다 물론, '백성'을 상대로 하니 만큼, 용어에 각별한
신경을 쓰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송강의 모든 작품이 이런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언제나 깊은 감명을 주고, 문학
작품으로서의 향기를, 신선미를 느끼게 한다.
256. 형아 아우야
정철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뉘손대 타나관데 양자조차 같아산다
한젖 먹고 길러나 이셔 닷마음을 먹지 마라
-- 지은이: 정철 8. 참고
-- 말뜻
뉘손대: 누구에게서
타나관데: 태어났기에
양자: 모양 모습
같아산다: 같느냐? 같단 말이냐?
길러나 이셔: 길러나 있어 자라나서
닷마음: 딴마음 쓸데없는(엉뚱한) 생각
-- 감상
송강의 '훈민가' 중의 '형우제공'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것이다 형아, 아우야,
네 살들을 한번 만져 보아라 너희 형제가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얼굴의 생김새까지도
닮았단 말이냐 한 어머니에게서 같은 젖을 먹고 자라난 사이인데, 이것이 어디 보통
인연이냐 그러므로 결코 딴마음을 먹고 형제끼리 옥신각신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임을 잊지 말고 평생토록 우애 좋게
지내야 하느니라 형우제공을 잊지 말지니라
"네 살을 만져 보아라"에서는 피부적으로 탁 와 닿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간끼리의
접촉에 있어서는 촉각적인 것이 가장 절실하고 감각적이어서 마음속까지 파고든다 송강은
그것을 과학적으로 터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문학적인 재질이 그리하였을 뿐일
것이다 베워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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