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자기 수양 (2)
215. 세상 사람들이 49
216. 소금 수레 메었으니 : 정춘신 50
217. 술도 먹으려니와 : 윤선도 52
218. 어리거든 채 어리거나 53
219. 옥에 흙이 묻어 : 윤두서 55
220. 일순천리 한다 : 김영 57
221. 작은 것이 높이 떠서 : 윤선도 60
222. 잘 가노라 닫지 말며 : 김천택 62
223. 장부로 삼겨나서 : 김유기 64
224. 책 덮고 창을 여니 : 정온 66
225. 청산은 어찌하여 : 이황 68
226. 칠십에 책을 써서 : 송계연월옹 70
227. 태산에 올라앉아 : 김유기 73
228. 태산이 높다하되 : 양사언 75
229. 하늘이 높다 하고 : 주의식 78
230. 해 다 져 저문 날에 81
231. 환욕에 취한 분네 : 김수장 83
232. 효제로 배를 무어 : 김수장 85
233. 흉중에 먹은 뜻을 87
제5장 자기 수양 (2)
215. 세상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만 보는구나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을 고치과저
-- 감상
이러한 교양 부족의 못난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으니, 남의 시비 좋아하는
사람과 자기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시조를 들려 줄까 하노라 '제 눈의 대들보는
못보면서도 남의 눈의 티는 잘 보는' 사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흉보는' 세상, 다 그것이
그것이다.
216. 소금 수레 메었으니
정춘신
소금 수레 메었으니 천리마인 줄 제 뉘 알며
돌 속에 버렸으니 천하보인 줄 제 뉘 알리
두어라 알 이 알지니 한할 줄이 이시랴
-- 지은이: 정충신(1576__1636)
자는 가행, 호는 만운 임진왜란 당시 17세의 소년으로 활약하여,
이항복의 눈에 들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괄의 난 때에는 원수 장만을 도와 진무공신이
되고 금남군에 봉해졌다 정묘호란 때에 부원수가 되었는데 세폐 문제로 귀양살이를 하고 돌아와
고향에 있다가 다시 포도대장 병마절도사를 역임하였다
-- 감상
천리마가 비록 소금 수레를 메었다 하더라도 알 사람은 알아주고, 천하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좋은 보석이 돌 속에 내버려져 있어도 역시 알 사람은 결국 알아주게 되는 것이니 조금도
한탄할 것이 없다 은인지중하면 인재는 역시 출세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물건이나 사람의
참값은 때가 되면 알려지게 마련이니, 한때의 불운은 결코 한할 것이 없다는, 매우 느긋하고
낙관적인 인생관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217. 술도 먹으려니와
윤선도
술도 먹으려니와 덕 없으면 난하나니
춤도 추려니와 예 없으면 잡되나니
아마도 덕례를 지키면 만수무강 하리라
-- 지은이:윤선도 110. 참고
-- 감상
술 마시고 춤추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도 덕과 예는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즐거움이 파탄으로 내닫고, 아울러 몸과 마음까지도 해치게 된다
술 마시고 춤추며 놀 때에도 덕과 예를 잘 지켜야 흥도 제대로 유지되고, 몸과 마음이 함께
즐거워 만수무강할 것이다.
218. 어리거든 채 어리거나
어리거든 채 어리거나 미치거든 채 미치거나
어린 듯 미친 듯 아는 듯 모르는 듯
이런가 저런가 하니 아무런 줄 몰라라
-- 감상
어리석으려거든 철저히 어리석거나, 미치려거든 진짜로 매우 미치거나 할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똑똑한 것인지, 미친 것인지 말짱한 것인지, 무엇을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해서, 이런지 저런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으니 탈이로구나!
어중간한 얼치기 지식인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들 한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다만 아는 것이 있다면,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이다"라고 말한 소크라테스는 오히려 현명하다 아니할 수 없다 사람이 조금 알 만하게 되면,
크게 아는 것 같고, 자기만이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가 쉽다 반대로 깊이 알면 알수록
의문의 파문은 확대 일로를 달리게 된다 같은 일일지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서, 얼른 단안이나 결론을 내리기를 주저한다 학문이 깊은 학자일수록 결론은
신중하고, 사이비 학자에게 속단이 많은 것은 바로 그 탓이다
당쟁에 얼룩지고, 부조리가 횡행하는 조선조 봉건 시대의 뜻있는 신진사류들이 뜻을 펴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차라리 어리석기를 자초하려는, 방관적이며 무관심하려고 애쓰는 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위악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
219. 옥에 흙이 묻어
윤두서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 이 있을 것이니 흙인 듯이 있거라
-- 지은이
윤두서(1668__ ?)
자는 효언, 호는 공재, 종애 고산 윤선도의 증손으로 서화에 능하였다 그의 시조는 이 한 수밖에 전하지 않는다
-- 감상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 언젠가는 알 사람이 있고 햇볕 볼
날이 있을 것이니, 구태여 나서려 할 것이 무엇이랴 흙 속에 묻혔어도 옥은 옥인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두고 한 말일진도 모른다
오늘에 있어서도 자중이나 자애나 자숙은 필요하고, 너무 설치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사실이니, 자기 수양의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220. 일순천리 한다
김영
일순천리 한다 백송골아 자랑 마라
두텁도 강남 가고 말 가는데 소 가느니
두어라 지어지처이니 네오내오 다르랴
-- 지은이: 김영(자세한 연대 미상)
조선조 정조 때에 무과에 급제하여 형조판서를 지냈다 시조 7수가
전한다
-- 말뜻
일순천리: 한번 눈을 깜박하면 천 리 밖까지를 바라본다
백송골: 백송고리 털빛이 흰 송골매 해동청 중에서도 귀한 종류의 좋은 매
두텁: 두꺼비 살가죽에 사마귀 같은 것이 두툴두툴 돋아 있는 볼품 사나운 개구리의 한 가지
강남: 본디 중국 양자강 남쪽을 가리키는 말인데, 먼 곳을 뜻한다
지어지처: 직역하면 '이르는 곳에서 머물다'이니, 정처없이 어디든지 발 닿는 곳에서 머문다는
것이다
두어라: 시조 종장 첫머리에 흔히 쓰이는 감탄사로 '아서라, 관계할 것 없다' 등의 방관,
무관심, 체념의 뜻이 들어 있다
네오내오: 네나 내나 너나 나나 둘이 같다는 뜻이 된다
-- 감상
단번에 천 리를 내다볼 수 있는,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날쌘 흰 송골매이지만, 뽐내고
우쭐댈 것 없다 못나고 느린 두꺼비도 먼 강남까지 갈 수가 있고, 날랜 말 가는 데 느린 소라고
해서 못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동이 바르니 느리니, 잘났느니 못났느니 이러쿵 저러쿵할
것 없다 발이 빠른 것이거나 느린 것이거나, 결국 누구나 머무는 데 가서 머물게 되는 것이니,
빠른 너나 느린 나나 다를 것이 없다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으며, 못났으면 얼마나 못났겠느냐
인간 차별해서는 안된다
"감장새 작다 하고 대붕아 웃지 마라(294)"와 대조하여 감상해 보라.
221. 작은 것 높이 떠서
윤선도
작은 것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 지은이: 윤선도 110. 참고
-- 말뜻
비추니: '비치다'의 타동형 비치다(자동), '비추다(타동), 비취다(피동)'는 잘 구별해서 써야
하는 낱말이다
-- 감상
'오우가' 중 제6수로서, 달을 읊은 것이다 땅 위의 인간 세상에서 바라보면, 달은 그다지
큰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비추는 광명의 어머어마함에 비한다면 눈에 보이는
달은 너무도 작다 그 작은 것이 하늘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발하는 광명이 너, 달 만한 것이 또 있겠는가 그리고 달은 하늘 높이 떠서 세상을 두루 비추기 때문에, 구석구석의
일까지 모르는 것이 없겠는데, 그런 것들을 다 보고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없으니, 너는 군자의
덕을 갖춘 내 벗임에 분명하다
달이 지닌 덕인, 천하만물을 모두 다 비추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조금도
자랑하지 않는 '겸허'와, 떠벌리지 않는 '중후'라는 두 가지 덕목을 들어서, 그것이 마음에 들어
벗을 삼노라는 내용이다 역시 선비다운 관찰이며 고산다운 평가이다 당시의 가치관이 엿보여서
좋다 그러나, 그저 그것뿐 특별한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
222. 잘 가노라 닫지 말며
김천택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마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스라
가다가 중지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 지은이
김천택 39. 참고
-- 말뜻
닫지 말며: 달리지 말려 허겁지겁 뛰어가지 말 것이며
긋지 말고: 그치지 말고 중단하지 말고
촌음: 일촌광음의 준말 짧은 시간
아껴스라: 아끼려무나 아꼈으면 좋겠구나 '__스라'는 원하고 바라는 뜻이 들어 있는
종결어미이다
중지곧 하면: 중간에서 그만두기만 한다면 '__곧'은 강세조사
-- 감상
잘 간다고 해서 너무 달라지 말며, 반대로 잘 못 간다고 해서 쉬어 버리고 말아서는 더욱
안된다 부디 그치지 말고 짧은 시간일지라도 아껴서 부지런히 가야 한다 가다가 중간에서 그만
멈추어 버리고 말면, 차라리 가지 아니한 것만도 못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끈기있게 해 나가야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걷는 자만이 전진할 수
있다"는 격언이 바로 이 진리를 설명해 주고 있다 초장을 보면 '중용'을 강조한 듯도 하지만,
종장에서의 결론은 '중단 없는 꾸준한 전진'을 역설하였다.
223. 장부로 삼겨나서
김유기
장부로 삼겨나서 입신양명 못할지면
차라리 다 떨치고 일없이 늙으리라
이 밖에 녹록한 영위에 거리낄 줄 이시랴
-- 지은이: 김유기 173. 참고
-- 말뜻
입신양명: 출세하여 온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다
녹록: 의젓하지 못한 하잘것없는
영위: 일을 경영하다 무슨 일을 해 나가다
-- 감상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서 한번 크게 성공하여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모든 것을 다 깨끗이 떨쳐 버리고 매인 데 없이 유유히 한가롭게 늙으리라 하찮은 일에,
대수롭지 않은 일에 얽매여서 구질구질하게는 살지 않을 것이다 부귀나 영화에 연연하지도
않겠지만, 명성이나 고락에 일희일비하지도 않을 것이다
입신양명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되나 지은이의 행장으로 보아서는, 부귀나 영화를 다 떨쳐
버리고 자연을 벗삼아 노래나 부르면서 매인 데 없이 한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옛풍류인들의
인생관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224. 책 덮고 창을 여니
정온
책 덮고 창을 여니 강호에 배 떠 있다
왕래 백구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공명도 말고 너를 좇아 놀리라
-- 지은이: 정온(1569__1641)
자는 휘원, 호는 동계 이괄의 난 때에는 이조참의로서 임금을 공주에
모시고 피난했으며, 병자호란 때에는 이조참판으로 남한산성에 들어가 척화를 부르짖었으나,
화의가 이루어지자 자결하려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덕유산으로 들어가 띠집을 짓고
탄식하다가 5년 만에 죽었다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 말뜻
왕래 백구: 오락가락하는 갈매기들
앗구려: 감탄의 뜻을 가진 '아서라'
-- 감상
읽던 책을 덮고 창문을 여니, 앞내에 배가 둥실 떠 있구나! 그 위를 오락가락하며 날고 있는
갈매기들은 무슨 뜻을 품고 있느냐 아니다, 그런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무심히 자연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부귀도 공명도 다 말고, 나는 너를 좇아 마음을 비우고 한가로이
놀겠노라 당시로서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소재를 다룬 극히 통상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표현 형식에 만만치 않은 신신미가 느껴진다.
225. 청산은 어찌하여
이황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그치지 않는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 하리라
-- 지은이: 이황 116. 참고
-- 말뜻
만고: 한없이 긴 세월 아주 먼 옛적의 뜻으로도 쓰인다
유수: 흐르는 물
만고상청: 만고에 변함없이 늘 푸르다
-- 감상
만고에 변함없이 푸르른 청산과, 끊임없이, 쉼없이 흐르는 유수에서 인생의 흔들리지 않는
지조와 끈기있는 노력을 배워야겠다는 뜻이다 만고불변의 학문의 진리를 꾸준히, 그리고
철저하게 닦고 깨달아야겠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 시조는 '도산십이곡' 중 후 6곡의 다섯째 수이다 수6곡은 그가 말한 '언학'으로, 학문의
연구와 인생 수양의 실천을 읊은 것이다 만고에 푸르른 청산, 주야에 그치지 않는 유수를
본받아서 우리 인생도 '만고상청'하자는 다짐이다 진리를 터득하면 인간도 만고상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226. 칠십에 책을 써서
송계연월옹
칠십에 책을 써서 몇 해를 보잔 말고
어와 망녕이야 남이 일정 우을노다
그래도 팔십이나 살면 오래 볼법 있나니
-- 지은이: 송계연월옹
조선 영조 때의 가인으로 '고금가곡'을 엮었다 송계연월옹은 필명이며 본명은
알 수 없다 '고금가곡'의 발문과 거기에 실려 있는 자작 시조 14수를 상고하여 보면, 처음에는
벼슬도 하였으나 본뜻이 아니며, 그것을 버리고 강호로 돌아가 화조를 벗삼고 스스로 즐겼다고
하였다
-- 말뜻
망녕이야: 망령이로구나! 망령은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언행이 보통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일정: 틀림없이 반드시
우을노다: 웃을 것이로다 '__노다'는 '__나다, __놋다'로도 쓰였는데 감탄형 종결어미이다
-- 감상
70고령에 책을 써서 몇 해나 보자는 것이냐 늙은이의 망령이라고 남이 웃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80을 산다면 아직 10년은 더 볼 수 있지 않겠느냐 그 시대라면, 환갑만 지나도
장수한다는 소리를 듣던 때인데, 고희에 책을 쓰고, 80을 내다보고 있으니 이야말로 노익장의
경지를 과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죽는 그날까지 몰두할 수 있는 필생 사업을 가진 사람은
장수한다는 말이 그 시대에 이미 증명된 느낌이다 하기야, 인생을 하늘이 정해 준 대로 정당히
살면 80은 하수요, 100세(또는 90)는 중수이며, 상수는 120세(또는 100)라 하였으니, 기적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그 누가 말했듯이, "내일 지구가 개벽을 할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리라"로 한 마음
가짐, 그 삶의 자세를 이 노래에서 볼 수 있어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작품을
하나 더 들어보자
마천령 올라앉아 동해를 굽어보니
물 밖에 구름이요 구름 밖에 하늘이라
아마도 평생 장관은 이것인가 하노라
그의 장수의 비결은 무엇인지 알듯도 하다.
227. 태산에 올라앉아
김유기
태산에 올라앉아 사해를 굽어보니
천지 사방이 훤칠도 한저이고
장부의 호연지기를 오늘이야 알괘라
-- 지은이: 김유기 173. 참고
-- 말뜻
사해: 온 천하 사방
훤칠도 한저이고: 훤칠하기도 하구나! '훤칠하다'는 넓게 트여서 시원스러운 것 '한저이고'는
감탄형 종결어미
호연지기: 마음이 매우 넓고 뜻이 아주 큰 호탕한 장부의 기상
알괘라: 알겠구나! 감탄형 종결어미
-- 감상
등산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그런 기분을 꾸밈없이 표현한데 동감이 간다 호연지기를
기르는 데는 등산이 첩경이다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안정감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문제가 없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남아 대장부는 이런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시조는 하나의 금언이 될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도시 인생에게는 이
'호연지기'를 맛보고 기르는 데에 각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28. 태산이 높다하되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지은이: 양사언(1517__1584)
자는 응빙, 호는 봉래 서예가로서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더불어
조선 전기의 4대 명필로 손꼽힌다 지방관을 두루 역임했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산수를 즐겨
금강산을 자주 왕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호가 '봉래'인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천의무봉하고 기발하였다
-- 말뜻
태산: 중국 산동성에 있는 산으로 높은 산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실제의 높이보다는
'태(클태)'자의 뜻에서 오는 인상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뫼: 메 산의 옛말
-- 감상
너무도 잘 알려진 시조인 동시에, 격언처럼 교훈적으로 자주 인용되는 시조인데, 노력만 하면
안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 뜻으로, 오늘날이 "하면 된다"와도 일맥
상통하는 주제이다
진리에 합치되는 신념이 있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강인한 의지가 있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그런데 그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거기에는 극기,
인내, 감투 등의 정신력과 아울러 육체적인 근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일하고 나약하게 성장한
현대 도시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서울 올림픽의 메달리스트들이 거의 예외없이 역경 속에서 고통과 싸우면서 자란 의지의
인간이라는 사실이 저간의 소식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산이 제아무리 높다 해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철석 같은 신념과 그것을 강행 실천한 의지가 세계 정상을
정복하였고, '오르지 않고 뫼만 높다'하던 사람은 발밑에도 못가고 말았다.
229. 하늘이 높다 하고
주의식
하늘이 높다 하고 발저겨 서지 말며
따이 두텁다고 마이 밟지 말을 것이
하늘 따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하여라
-- 지은이: 주의식 131. 참고
-- 말뜻
발저겨: 발꿈치를 돋우고
따: 땅 "훈몽자회"에서 '따디(지)'라고 나온 바 있다
마이: 매우 함부로 마구
-- 감상
하늘이 높다고 해서 발꿈치를 돋우고 서지 말며, 아무리 두꺼운 땅이지만 함부로 힘주어 마구
밟아서는 안된다 아무리 염려할 것이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역시 조심조심해야 한다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군자의 몸가짐임을 강조한 것이다 분수를 지켜 알맞게 살 것이며, 만족함을
알고 스스로 머무를 곳을 알아야 한다는 안분지족의 뜻과 중용의 도 등을 통틀어서 내포시켰다
이런 교훈적인 면이 이 시조의 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글 뒤에 미묘한 인간 심리의 일면을
감추고 있음을 발견한다
비로봉은 금강산의 최고봉이다 정상에 오르면, 펀펀한 땅 위에 큰 바위 두서너 개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과히 크기도 않은 바위여서 올라서 보았자 한 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바위 위에 올라서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맨
위에 있는 바위의 위태위태한 끝까지 올라서서, 발꿈치를 들어 뒤뚝거리면서 사방을 한번
둘러본다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금강산 정상 정복의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 보았자
하늘은 여전히 높기만 하고, 동해 바다의 검푸른 물결은 아득하기만 한데... 이 하찮은 발돋움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그러므로 그런 짓 다 하지 않고, 삼가고 조심하겠다는 것이 지은이의 뜻이다
.
230. 해다 져 저문 날에
해 다 져 저문 날에 지저귀는 참새들아
조고마한 몸이 반가지도 족하거든
하물며 크나큰 수풀을 새워 무엇하리요
-- 감상
해질 무력이 되면 참새떼가 숲에 모여 들어 시끄럽게 짹짹거리며 야단법석들이다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아니 매일같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것은 참새들이 자기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악착같이 아귀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새가 만일 제 분수를 안다면, 그 조그만 몸뚱이가 반가지도 분수에 넘칠 터인데, 그 크나큰
숲(덤불로 된 데도 있다)을 저마다 다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구나!
딱하기도 하여라 그러나 웃을 것 없다 부귀공명에 혈안이 되고, 입신출세에 눈이 어둡고,
사리사욕에 날뛰는 인간이 없지 않으니, 그들 또한 저 참새들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랴 그래서
옛사람은 안분지족을 군자의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231. 환욕에 취한 분네
김수장
환욕에 취한 분네 앞길 생각하소
옷 벗은 어린아이 양지꼍만 여겼다가
서산에 해 넘어가든 어찌하자 하는다
-- 지은이: 김수장 21. 참고
-- 말뜻
환욕: 벼슬에 대한 욕망
양지꼍: 햇볕이 잘 드는 양지 쪽 '꼍'은 뒤꼍의 꼍과 같은 것
하는다: 하느냐? '__는다'는 의문형 종결어미이다
-- 감상
벼슬에 대한 욕심에 취해 있는, 벼슬을 탐내고 벼슬길에 연연하는 이들이여, 눈을 들어 앞날
일을 좀 생각해 보시오 발가벗은 어린 아이(어리석은 사람을 비유)가 언제나 햇볕이 잘 쬐는
따뜻한 양지 쪽인 줄로만 알았다가, 저녁 때가 되어 해가 서산에 넘어가 추워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 벼슬에 있는 동안은 양지 쪽 같아서 발가벗고도 따뜻하겠지만, 거기서 떨어져
나가게 되면 까딱하다가는 신세 망칩니다 벼슬이란 한때 적당히 봉사하다가 깨끗이 물러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훌륭한 선비들은 '더디 나아가고 빨리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벼슬아치의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물러난 뒤에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잘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탐관오리를 경계하고 청렴결백한 선비의 생활을 찬양하는 뜻이 들어 있다
.
232. 효제로 배를 무어
김수장
효제로 배를 무어 충신으로 돛을 달아
안연 자로롤 노 주어 세워 두고
우리도 공부자 모시고 학해중에 놀리라
-- 지은이: 김수장 21. 참고
-- 말뜻
효제: 효도와 우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함
배를 무어: 배를 만들어 '무어'의 원형은 '무으다'로서 '쌓아올리다, 꾸며 맞추다'의 뜻이다
충신;충성과 신의
안연자로: 공자의 두 제자로서 모두 십철의 한 사람들이다 안연의 본 성명은 안회요, 연은
그의 자인데, 덕행으로 이름이 높았다 또 자로의 본 성명은 중유로서 자로는 그의
자이다 용맹스러운 성격에 효성이 지극하였다
공부자: 공자를 높여서 부르는 말
학해: 학문의 바다 학문의 세계 학문의 길이 바다와 같이 넓고 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감상"
공자의 가르침이자 곧 유교의 덕목인 효제와 충신을, 배와 그 배를 저어 나가는 데 중요한
부분인 돛에다가 비유하였고, 또 공자의 뛰어난 제자인 안연과 자로 역시 노에다가 비유함으로써
학문의 세계이 무한함과 그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잘 표현하였다.
233. 흉중에 먹은 뜻을
흉중에 먹은 뜻을 속절없이 못 이루고
반세 홍진에 남의 우음 된 져이고
두어라 시호시호니 한할 줄이 이시랴
-- 말뜻
반세 홍진: 홍진의 속세의 번거로운 일들 반평생의 그것
우음 된 져이고: 웃음, 비웃음 거리가 되었도다!
두어라: 종장 첫머리에 흔히 쓰이는 감탄사로서 '내버려두어라, 그만두어라, 아서라' 따위의
뜻으로 체념을 나타내는 말
시호시호: 시재시재와 같은 한자말로서, 좋은 때가 온 것을 감탄하는 소리
한할 줄이: 한탄할 것이
-- 감상
정부의 가슴속에 품은 큰 뜻을 속절없이 이루지 못하고, 반평생을 세속적인 구질구질한
일에다 썩혀, 남이 비웃음을 사고 말았도다! 그러나 이제서야 비로소 좋은 때를 만났으니
한탄할 것이 없지 않으냐
우리의 기성세대들이 지난날의 인고를 회상하면서, 이제 좋은 세상이 왔고 앞으로도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므로, 한번 멋지게 살아보자고 의지를 표현한 것과 맥이 통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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