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4일 한국대학신문에 난 이병천 KAIST 연구교수에 관한 기사 중 일부입니다. 원글은 아래 주소입니다.
http://news.unn.net/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27449
혈액과 림프액은 혈관과 림프관을 따라 흐르고 혈액과 림프액 안에는 구조체가 없다는 게 현대의학의 정설이다. 그런데 혈관과 림프관 안에 또 다른 실과 같은 구조물이 떠 있다면…? 몇몇 학자들은 이 혈관과 림프관 속에 떠서 존재하는 프리모관(primo vessels, 봉한관)을 경락(經絡)이라고 부른다.
경락을 잘라 성분을 분석했더니 DNA미립자(산알: 살아있는 알)가 발견됐다. DNA미립자가 이 경락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락 마사지는 이 경락에 물리적으로 자극을 줘서 DNA미립자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기(氣)가 잘 통한다는 건 DNA미립자가 원활하게 돌아다닌다는 말이다.
경락은 직경 10마이크로미터의 미세한 관이다. 두께론 머리카락의 20분의 1 수준이고 단면은 마치 연근을 잘랐을 때의 모양과 비슷하다. 망사스타킹처럼 장 표면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개, 돼지, 토끼 같은 동물들도 모두 갖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오라기라서 언뜻 봐선 보이지 않지만 빛의 각도에 따라 희미하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
림프관 내봉한관과 야누스 그린 염색
혈관 속은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 있는 봉한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림프관은 투명하므로 실체 현미경으로 보면 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심지어 림프관 아래에 있는 모세혈관이나 지방조직까지도 보인다.
그러므로 림프관내에 있는 봉한관과 소체가 바로 보일 것이라 생각하여 2004 년 봄부터 정현민, 신학수 박사가 중심이 되어 림프관내봉한관 관찰 시스템을 구성하고 이를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술이 미숙하여 림프관 자체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관찰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림프관 안에 놓인 판막까지도 잘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간혹 약간 누런색을 띠는 줄이 보이는 수도 있을 뿐 그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정현민군은 박사학위 논문에 일부 비정규적 관찰에 대하여 보고를 했고, 더 이상의 진전이 없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한편 석사과정생으로 막 연구팀에 합류한 유정선과 정현민군이 재직하는 중학교 특별활동반 학생들이 여러 가지 염색약에 대하여 시행착오 방식으로 시험적 실험들을 하게 되었다.
2004 년 봄과 여름 방학기간 중에 methylene blue, toluidine blue, methyl green, acid fuchsin 등 여러 가지 염료들의 특성을 비교했는데, 특히 blue 쪽 염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은 김봉한팀의 보고 중에 푸른색 염료를 썼다는 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blue 염료 중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보게 되자 ‘푸른색’이 어쩌면 green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green 색을 띠는 염료도 추가 조사를 했었다.
이러한 조사는 정현민군의 학위 논문에 일부 보고 되었지만, 기대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2004 년 9 월부터 림프내 봉한관 보는 일을 포기할 것이냐 강화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고, 정현민, 신학수 박사팀인 쥐의 림프관 보는 작업에 최준호, 윤영준을 보강하고, 이병천, 유정선조의 토끼의 림프관 보는 조, 김정대 박사, 김홍배군의 쥐의 림프관 보는 광학시스템 개발 등 다각도의 시도를 진행시켰다. 특히 광학적 현미경과 빛의 조사방법개선, 암시야 현미경방법, 반사현미경 응용방법, 미세한 LED를 쓰는 법, 편광 빛을 쓰는 방법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림프관 밖에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도 봉한관 같은 줄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실망스런 상황에서 봉한학설이 들려오는 소문대로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일어났다.
가끔은 보이기도 하는 봉한관 같은 존재와 그러나 확실하게 모습을 볼 수 없는 혼란스런 상황에서 연구원들은 지쳤고, 연구책임자는 무거운 마음속에서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려있었다. 봉한관의 실재 여부를 확실하게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림프관내 봉한관 관찰기술」의 개발이 거의 8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막을 내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연구원들의 계속적 연구를 독려했으나 속으로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하고 마무리져야하는 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의 성공은 봉한학설 전체의 사실성을 들어내는 쾌거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밀어붙였는데, 정반대로 이 학설의 신뢰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연구원들과 국가적 지원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나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실로 고민과 고뇌의 연속으로 밤을 지새우고 스스로를 탓하고, 어떻게 된 샘인가를 되풀이 생각하면서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내보았으나 내봉한관을 확실히 보여주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학기에는 연구년을 얻어 강의면제까지 받아 이 연구에 몰두했는데 성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부정되고 실로 갈 곳이 없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느꼈다.
이런 고뇌의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뜻 밖에도 시월 하순에 이병천 박사와 유정선 학생이 여러 가지 염색약 중 Janus Green B를 토끼의 림프관내에 주입하면 림프관은 약하게 염색되고, 봉한관은 강하게 염색되어 뚜렷이 보임을 발견했다. Janus Green B는 여름에 정현민과 유정선이 찾아내서 그 특성과 사용법을 보고 주목하였던 것인데, 이박사가 이번에 이것을 시도해본 결과 다른 염료들과는 달리 내봉한관을 강하게 염색함을 알아낸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검은 구름처럼 나의 마음을 덮고 있던 의구심을 일시에 씻어 주었다. ‘봉한관은 실재한다, 눈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토끼의 림프관 안에 봉한관이 보인다.’ 결국 우리는 바른 길을 걷고 있었다. 봉한학설은 진실이다. 오직 입증하기가 어려울 뿐이다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림 6a는 염색약을 쓰기전의 림프관 모습이다.
림프관 벽의 소혈관과 판막이 보이지만 봉한관 같은 존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실체현미경으로 아무리 자세히 관찰해도 봉한관의 존재는 낌새조차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림 6b에서 보듯이 Janus Green B 염색을 하면 판막사이로 지나는 줄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이러한 사진은 김봉한팀이나 후지와라도 보여준바 없는 최초의 사진이다.
이병천 박사와 유정선 학생이 만든 쾌거이다.
이병천, 유정선, 백구연, 김기우 등은 이 실 같은 존재의 특성을 밝히기 위하여 H&E 염색, Cryo-SEM 등 분석을 몇 달 동안 수행하였다.
한 예로 그림 7은 H&E 염색으로 봉한관이 들어있는 림프관의 단면을 보여준다. 림프관 속에 있는 판막과 봉한관의 조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그림도 최초의 것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조직학적 분석을 통하여 봉한관의 존재는 확실하게 확립됐으며, 이 림프관내 봉한관과 봉한소체가 면역기능, 조혈기능, 림프관 생성과정에 미치는 영향, 백혈병과의 관련 등 실로 중차대한 연구영역이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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