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_여성신문 칼럼>
엄중한 선고를 바라는 천안판 도가니 사건
김난주 (인애학교성폭력사건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천안인애학교는 공립 특수학교이다. 그런데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받지 않는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교육해야 할 특수교사들이, 제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막기보다 방치하고 은폐해왔다. 장기 결석을 하거나 전학을 가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친밀한 담임/부담임에게 피해사실을 호소했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무시되었다. 가해 피의자는 처음 의혹이 제기된 2010년 10월 이후 구속되기 전까지 1년이나 더 범죄를 저질렀다. 구속된 지 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판결하지 못한 것은 피해자가 계속 드러나서 병합하기 때문이다.
기숙사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책을 보며 두 여고생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성폭력 조짐을 처음으로 알아챈 생활지도원들은, A양 어머니께 목공교사가 바지를 벗겼다는 말은 빼고 가슴을 만졌다는 말만 전했다. 당일 사감은 교감의 지시를 받고 이런 상황을 일지에 기록하지 않았다. 교감은 교장에게 보고조차 않고 권위적으로 교사들의 침묵을 종용했다가 일 년 뒤에 사건이 발각되자 그때 어떤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하며 기숙사운영부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사감실 리모델링 때 피의자는 사감실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여학생 기숙사에 버젓이 드나들었고, 취침시간에도 범죄행각을 위해 학생 방에 몰래 드나들었다. 화재 대피를 핑계로 문을 잠그지 않고 운영했던 것이다. 심지어 생활지도원들과 당직 사감들이 방을 비우고 사감실에 모여 치킨과 술을 배달시켜 먹곤 했던 것을 학생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규칙을 위반하고 성폭력 예방을 소홀히 함으로써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이들은 보호자에게 사실을 허위로 알려 기숙사 파행운영의 책임을 모면해왔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은 감봉3월과 정직3월 징계로 그쳤다. 이들에게 과연 학생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2조(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신고) 2항에는 기관 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2010.4.15 개정) 30년 이상 특수교사로 재직한 당일 사감은 신고는커녕 교감의 태도를 보고 눈치껏 침묵했는데, 이런 교육을 받은 바 없어서 몰랐다고 한다. 폭력 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보호조치가 급선무인데도 학교가 범죄를 키운 것이다. 교육청과 교과부는 예방교육과 운영감사 소홀의 연대책임이 크다.
모든 국민은 아동·청소년을 성범죄 예방 환경에서 보호·선도·교육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동법 제5조(사회의 책임)에 명시되어 있으나, 지적장애인은 법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뒤늦게 진술하게 되면 잊고 싶은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력은 감퇴되거나 상실되기 때문에 일반 피해자도 자세한 진술이 어렵다. 더구나 지적장애인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계절이나 달 구분이 어렵고 몇 월에 겪은 일인지 기억하기 어려우며, 학기를 구분하거나 밤낮을 분별하는 정도이다. 누가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아무리 일관되게 표현하더라도 지적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에서 당했는지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하면 증거불충분이라며 기소하지 않거나 무혐의로 판결하는 게 현행법이다. 장애인권 감수성을 발휘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교사로서 위계(僞計) 또는 위력을 행사하며 제자를 간음하고 추행할 뿐 아니라 발설하면 죽인다고 협박해온 자에 대해 9월 26일, 재판장은 과연 어떻게 선고할까. 적어도 4년 이상이나 계속된 범죄로 인해, 발견된 학생만 15명에 달한다. 목격자 증언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7건 밖에 기소되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해 재판장이 어떻게 판결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인권사회로 발달하는 게 지체될 수도 있고, 장애인 인권을 옹호하는 책임 있는 사회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
<참고 내용>
최초 기소 건의 피해자 A양은 최근에서야 어머니께 고백을 했다. 고1이었던 2009년부터 교실과 기숙사에서 강간 및 협박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 당시 고2였던 A양은 ‘장애인 주제에’ B양 말을 계속 따라 한다면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 앞에서 운적도 있다. 부담임에게 받은 장애비하와 강제전학 협박으로 인해 A양은 모멸감에 시달리며 자주 충동적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목공교사로부터의 피해를 자주 호소했던 B양은 예전에 시설에서 지낼 때 겪은 기억이 얽혀서 망상증을 보인다는 오해를 받았고, 기능경진대회 후 귀가를 돕는다는 목공 교사의 승용차에 타고 교사의 자택에 가서 강간당했다.
C양은 어릴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서 등교하곤 했다가 고등학생이 된 2010년 4월부터 스쿨버스 승차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자주 울곤 해서, 고교 규율이 엄해서인 줄만 알았다가 결국 고1 학습을 포기하고 6월부터 집에서 지냈다. C양 어머니는 선생님을 믿었기 때문에 설마 추행을 당하고 있을 거라는 것은 상상조차 안했는데 2012년 3월이 되어서야 목격자 진술에 의해 자신의 딸이 무슨 일을 겪어서 등교거부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일반 중학교에 다니다가 지적장애등급을 받아 특수학교 고교생이 된 D양은 여러 학생들과 자신에게 반복되는 추행을 견디다 못해 인근학교로 일찌감치 전학을 갔다.
지적장애 3급인 E양은 폭행과 추행을 목격했을 때 가해 교사에게 저항했다가 큰 목공 톱으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당했을 뿐 아니라 가해 교사가 소문낸 것을 근거 없이 믿은 담임/부담임들로부터 고교시절 내내 거짓말쟁이라는 인신공격을 당하고 육상부 활동이나 경진대회 등에서 차별과 소외를 받았다고 호소한다.
F양은 만일 사실을 폭로하면 죽이겠다고 목을 졸라 협박한 교사가 감옥에서 나와 자신을 헤칠까봐 늘 불안해서, 공판을 방청하러 갈 때마다 엄마에게 그 교사를 죽이고 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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