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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동장 개선방안 연구모임 토론회] 해롭지 않은 운동장에서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 _20111102

실다이 2011. 10. 31. 06:31

[학교운동장 개선방안 연구모임 토론회]

 

 

 

해롭지 않은 운동장에서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

 

 

김난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공동대표)

 

 

 

지역사회 건강지킴이

 

학교 운동장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학생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건강증진을 위해 매일 드나드는 곳입니다. 조기 축구회와 주민자치회 등이 이른 아침에 체력 단련을 하고,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지역 이웃과 가족들이 걷고 달리며 함께 호흡하는 등 친밀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으며,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간편한 위탁급식을 지양하면서까지 미래의 인재로서 심신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치명적 물질로 오염된 운동장

 

그런데 지난 9월 초, 감람석 시공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발표가 있었고,‘학교운동장 개선방안 연구모임’의 기자회견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충남교육청은 해당 3개 학교의 운동장 사용금지를 권고하였고, 천안쌍용중학교, 아산설화중학교, 음봉중학교는 사용금지 안내표지판을 운동장 곳곳에 설치하고 비닐로 펜스를 설치해 진입을 막았습니다. 석면이 날릴 것을 대비해 운동장 전체를 비닐로 덮기까지 했지만, 이 모든 조처는 때늦은 일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난 8월에 이미 석면 의혹이 불거져서 아산 음봉중학교의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했고, 석면 등 유해성분이 검출되면 시공업체를 통해 감람석을 거둬들이고 친환경 소재로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을 충남도교육청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체 조사 후, 석면 등 유해물질의 비산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내부 검사인 점에서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시공업체와 시민단체 등의 합동조사와 분석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 의해 재조사를 한 결과, 감람석 운동장 흙에 석면이 함유되어있음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이미, 정부의 석면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가 의뢰해 2010년 12월에 작성된 조사보고서 <석면함유가능 광물질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마련>에는, 사문석과 감람석이 석면을 함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 8개 학교에 감람석 운동장을 조성하면서 중요정보를 무시했습니다.

 

전국 8개 초ㆍ중ㆍ고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기준치(0.1%)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감람석 운동장을 설치한 전국의 8개 학교 중 3개 학교는 충청남도 소재 학교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뛰어놀며 뒹구는 학교운동장에서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사실은 충격이며, 부적절한 태도로 학교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충남 교육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천안쌍용중학교는 기준치의 3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아산설화중학교는 15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면은 인체에 축적돼 악성중피종과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2009년부터 함량 0.1% 이상 제품의 제조나 수입·사용이 금지된 것이 석면입니다. 석면의 위험성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경고되었고, 석면 질환의 잠복기가 길게는 20~30년이어서 어린이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 30·40대의 젊은 나이에 암 등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석면 노출 예방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했습니다.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학교 운동장 현대화 사업

 

그 동안 교과부는 학교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기존 운동장을 현대화 하도록 권장하는 공문을 각 학교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감람석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학교에 전달된 관련공문에는‘감람석운동장’조성 업체가 1곳만 나와 있고, 업체의 홍보자료에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자료가 첨부돼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의아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감람석 운동장을 친환경이라며 전국 초·중·고교에 권장하면서, 직접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고 공급업체의 자료를 그대로 믿어준 태도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철저히 검토했을 법한데, 학교 사업인데도 사전에 재료들에 대한 환경적인 영향 및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검토 없이 얼렁뚱땅 교육예산을 집행토록 한 게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67개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 사업을 하는 중, 2007년에 전국 학교 176곳의 고무분말 인조잔디 충진재 및 파일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고, 이 문제로 조기에 사업을 종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 사업’을 2009년부터 4년간 1,000개교에 시공하도록 하였는데, 2010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또 납이 검출되었습니다.

조달청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에 샘플링 점검을 실시한 결과 탄성포장재 98건 중 51건이, 인조잔디 점검대상 20건 중 15건이, 규격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조잔디 운동장 이용자들은 역한 고무 냄새로 더운 날에도 창문을 닫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최근 경기도의회는 인조잔디사업에 대한 유해성 대책이 수립될 때가지 사업을 유보했다고 합니다.

한편 인조잔디 고무분말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조달청에 등록토록 하고 조달청 등록제품 사용을 의무화 하였는데, 현재 충청남도 내에도 인조잔디 운동장이 80여 학교에 시공되었으며, 탄성포장재 트랙만 시공한 뒤 천연잔디, 흙, 감람석으로 시공한 운동장도 20여 곳입니다.

 

인조잔디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에는 다른 운동장 유형보다 훨씬 고비용이 필요한데도, 유지 보수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설치만 하도록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더구나 보수 유지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니어서, 노후화된 경우 교체사업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무턱대고 사업을 벌인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교육당국의 건강한 책임감이 절실한 때

 

어린 학생들이 뛰어놀다가, 날아드는 독성먼지를 들이마셨을 지난날들을 생각해봅니다. 너무 아찔한, 그러나 이미 10개월 이상 일어난 일입니다. 다만 누가 피해자인지 지금은 아무도 모를 뿐입니다. 서둘러서 석면 폐기물 처리지침에 의거해 지정폐기물처리장에 처리하거나 공급한 광산에 되묻어야 합니다.

 

석면의 유해성은 이렇게 심각한데도 도교육청은 그동안, 석면과 중금속 등 유해성 물질로부터 무관하다는 판정을 받고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가 감람석 운동장을 시공한 것이므로 안전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교과부가 석면검출을 확인한 9월 후 지금까지 재시공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책임공방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는 사이, 건강권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습니다.

 

하자 보수를 해야 할 업체는 영세하다며 연락두절이라, 운동장 재시공을 위해 도교육청이 예비비 9억 원을 들여 긴급 입찰 절차를 밟겠다고 하면서 겨우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습니다. 추후에 구상권을 청구하여 재시공 비용을 회수할 방침이라고는 하지만, 운동장 조성업체와의 은밀하고 복잡한 문제가 포함되었다면 회수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입니다. 운동장 조성업체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방침 아래, 경남도교육청은 6억 원의 예비비로 재시공을 시작하였는데 충남도교육청은 과연 연말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석면 검출이 확인되어 이미 교원, 학생, 지역민 모두의 건강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확인된 지금, 언제 누가 이 무모한 행동의 책임을 치르게 될지 알 수 없는 불안과 걱정, 우리 모두가 겪고 있습니다.

 

교육당국과 조달청에 대한 불신에 여전히 고통 받고 있을 교육 가족들을 생각하면, 이토록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교육행정을 계속 맡길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환경단체가 시민의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 활동을 하면서 개선을 촉구하였기에, 충남도민이 장기간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막았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진정한 주인이 누구였는지,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마음껏 꿈을 펼치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라며, 바람직한 학교 운동장 운영에 관해 대안을 모색해주신 점에,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운동을 하는 본회는 ‘학교운동장 개선방안 연구모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충남도의회 연구회 활성화로, 연구하는 도의회 만들기를 추구하시는 동안 더욱 만족스러운 발전과 성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학교운동장 체육시설의 활용실태 및 유해성 조사연구를 통해, 학생 뿐 아니라 도민 모두의 건강증진과 체육활성화 방안을 모색하였으니, 무해한 학교 운동장에서 도민의 건강을 지키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2011.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