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연말연시의 토요강의 _ 091214

실다이 2009. 12. 14. 11:38

진아!

 

잘 쉬었지.

연말이었는데 어제 가족들이 모두 만나 식사를 하게 되어서

중요한 일 하나를 해결한 기분이야.

매년 이맘때쯤 뭔가 섭섭했는데

소박하지만 함께 있었던 어제 그 자리가 정말 고마운 거 있지.

 

틈틈이 책을 읽고 있는데

토요일 밤부터 이틀간 책 내용에 집중이 잘 안 되었어.

강의 장면이 계속 맴돌더라구.

 

마지막으로 사례를 다루었던 그 보조인에게서 받은 느낌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려서였지.

 

1) 자격도 없는 사람이 현장에 대해서 모르면서 이론만 강의한다.

2) 직장의 사건을 다루지 않아서 학습효과가 없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반격을 하거나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일체 그렇게 하지 않고 그 사람의 고민을 하나 끄집어내서 다루고 끝낸 건

지금까지도 잘했다고 생각해.

마지막 수업은 거의 청중이 넋을 놓는 바람에

주의집중 시키느라 애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말았는데

마지막에 겨우 하나라도 다루었으니까 말야.

그 때는 휴식시간을 마무리해서 자리에 앉게 하는데도 어려웠어.

앉을 생각을 않으니까 신나는 음악을 틀어서 체조를 같이 하며 강의를 다시 시작했거든.

또 역할극을 할 거라고 안내를 했고,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모듬토의를 해서

구체적 사례를 다룰 거라고 했지.

 

청중들 마음이 벌써 밖으로 다 나가서 무관심한 표정과 태도로 비협조적이었으니까

이십여분은 그냥 흘려보낸 셈이 되었어.

억압적 교육을 받고 있던 이들은 이미 억압에서 벗어날 생각만 골똘히 하고 있었던 거야.

뒤부터 출석 체크하면서 앞뒤 몇 명씩 소곤거리고 설왕설레하더니

체크를 한 사람들부터 무반응으로 시간만 보내려는 태도였지.

내가 출석부를 압수하거나 투덜거리거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한들

서로 불편해지기만 하지 소용은 없을 거야.

흥미로운 이야기로 집중을 시켜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동안

마지막 토의방법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궁리하면서

나도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

모든 억압을 끝까지 쥐고 갔더라면

구체적 사례로 역할극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실패했어.

그런 교육내용이 없었던 책임이 나에게만 떠넘겨지는 상황이 되었는데

나는 그걸 하자는 얘기를 분명히 했지만 40분을 휘어잡지 못했지.

출석부 때문이야.

강의가 끝나면 돌렸어야 하는데

수업시간에 그게 내 눈을 피한답시고 조용히 움직이면서 계속 소란했거든.

싸인을 한 순간부터 마음은 제 갈길로 가고 있었지.

 

이 교육에 관해서

 

1) 일찌감치 교육에 대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걸까.

그렇다면 동기부여가 안 될 요인이고 불만이 생길 요인이지.

연말이고 주말이니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아.

억지로 와서 앉아있고 배울 의지는 없는...

예를 들면

출입구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는 다른 책을 잔뜩 펴놓고 공부를 하더군.

강의는 아예 듣지 않았어.

맨 뒤에 앉아있던 젊고예쁜 여자는 핸드폰 놀이 하느라 거의 시선이 밑을 향해 있어서

가끔씩 뒤에까지 가서 시선을 잡아당기고 말을 시켜서 학습에 집중시켜야 했어.

중간 중간에 몇 명씩 고개를 떨구고 딴 생각에 빠지면

마찬가지로 다가가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은 뒤 내용과 연관을 시켰지.

주의집중 시키느라 강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그건 원래 내가 잘 하는 기술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운되어있었던 게 다른 강의들과 달랐던 점이야.

 

2) 수준 차이가 반응의 차이를 낳는 점

이론이 어렵고 생소하게 여겨지더라도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하기때문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협력해서 강의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건데,

이번 강의는 학력의 차이뿐 아니라 다른 차이도 있었다고 생각해.

오십 대 저학력 청중들도 통합하려 애쓰면서 선하게 참여하곤 했는데

자존감이 떨어지는 청중은 학력과 무관하게 부정적 반응을 한다는 거지.

이 자존감에 대해 오류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돌*과 다*의 자존감에 차이가 있는 걸로 느껴져.

두 집단이 섞여있는 줄 모르고 강의를 끝냈기에

계속 되돌려 생각해보면서 원인을 찾아봤더니 이런 생각이 미치네.

시스템이 지닌 존중의 수준이

직장의 질을 좌우하고 만족감과 행복감에 관여한다는 거.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려는 관리자가

팀원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공감해주면서 해결책을 찾고 노력하라고 채근해야 하는데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하라고 채찍질을 하면

이미 상처가 난 곳에 소금을 뿌리는 격일 뿐

해결의 동기부여나 충성의 열정에 불을 붙이지 못하고

불신과 증오만 차곡차곡 쌓는다는 거.

그런 마음자리에 강의내용이 끼어들기는 어렵다는 거.

그러니, 구체적 사례를 모아서 역할극을 하자는 말을 했는데도 그 제안은 무시한 채

시간 다 보낸 뒤에 그 책임을 강사에게 떠넘기는 거지.

KKH님이 여름청소년교실의 수업안을 같이 짜고도

그랬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정보를 독점한다고 비난한 것처럼 말야.

 

3) 오후 수업의 어려움

이번 경우는 앞 강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수업의 몰입도가 낮다는 걸 느끼면서도 그 점은 생각조차 못했었어.

내 수업에서 이론과 실기를 배치할 때

이론을 앞에 두고 실기를 뒤에 둔 것은

구체적 사례를 먼저 다루고 나서 이론을 얘기할 때

집중도가 떨어질 시간이라는 점이 걱정되어서 이론을 먼저 다루었는데

집중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가장 핵심 실기를 하지 못하게 되니까

전체적으로 목표와 무관한 수업을 하고 끝낸 게 되는 거지.

오전 수업이라면 실기부터 시작해서 이론으로 가도 되겠지만 말야.

이번에 이론은 두 가지 밖에 없었어.

대화의 요소 4가지와 나쁜 대화 7가지.

나머지는 모두 자신, 타인, 서비스대상에 대한 공감을 느끼는 역할극이었어.

처음에 강의 흐름도 안내를 다 했고.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직장에서의 고통을 얘기하랬더니

현재 강의와 강사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 하루를 끝내게 한 점이 

공식적으로 나의 문제점인 냥 여론화 될 가능성이 있어서 걱정되기 때문이야.

또 다* 관리자들이 돌*에 대해 부적절하게 활용할까봐 걱정되고.

다음 강의도 이런 식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면밀히 되새김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야.

 

깐깐하고 일관성 있는 관리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느꼈어.

네가 돌*을 관리하는 태도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자세라고 생각해.

매사에 존중하는 태도여야겠지만

조직보다 개인이 더 존중되는 분위기를 만들면 조직에 속한 개인 모두에게 피해를 주니까.

팀장이 출석부 관리를 철저히 해 주었다면,

출석부만 돌아가지 않았어도,

강제적 분위기로나마 40분을 건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강의시간 마지막에 나온 내용을 알려줄께.

구체적인 사례를 모아보라며 모듬을 만들어주었는데

출석체크 끝낸 뒷자리 세 명이 이십 분 전에 먼저 귀가하고

나머지는 용기가 없어서 간다는 말도 못하고

열 명 정도만 집중을 하니까

그 열 명도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추상적인 얘기만 꺼내놓았지.

 

<직장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

1. 몸이 아플 때

2. 몸이 아픈데 말하지 못할 때

3. 한계를 느낄 때

4. 사소한 일 하나를 하지 못하는 걸 볼 때

5.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나지 않을 때

6. 하는 일이 전문성이 결여되었을 때

7. 이용자의 요구가 선을 넘었을 때

8. 인정을 못 받을 때

9. 오해를 받을 때

10. 무시당할 때

11. 공포감을 느낄 때

12. 내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

13. 존재감이 없을 때

14. 희망이 없을 때

15. 나이 먹는 것

16. 똑같은 일상의 반복

 

맨 처음에는 워밍업 후에 개인 사례를 다뤘어.

개인 사례를 다루는 건,

뭔가 맺힌 채 직장에 가면 그걸로 인해 이용자와 동료에게 갈등을 일으키고 마는 적이 많기 때문에

자신과 깊이 직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고

맺인 거 푸는 방법을 익혀서 혼자서라도 자꾸 풀어내라는 의미이고

가족과의 소통에서 연습을 많이 하라는 의미지.

KJH님은 친정엄마와 같이 지내는 걸까.

출근길에 친정엄마가 일찍 들어오라고 하는데

현관문 다시 열고 들어가서

'어린애 아니니까 간섭하지 말라' 하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부모의 입장을 간섭이라고 말해서 엄마에게 상처를 준 게 무척 후회되나봐.

개인적 사례를 다룰 때 몇 사람 이야기만 다루고 넘어갔는데

KJH님 사례는 다루지 못했지.

다루지 못한 사람들은 섭섭했을텐데

이런 지점도 내가 고민하고 있는 점이야.

보통은 모듬토의에서 서로의 고민을 다루게 해서 불만 요소를 없애는데

이번엔 사례로 역할극을 진행하는 점 때문에

모두 다루지 못하고

몇 명의 사례만 다뤘는데

어떻게 하면 두 가지 다 해결할까.

그 방법을 계속 구상 중이야.

 

다음 강의를 빨리 해야

이번 강의의 실패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ㅋㅋ

 

연말에 예산 쳐부어가며 닥달을 하는 시청에 욕을 퍼부어주고 싶지.

고생이 많다.

진아, 열심히 산 2009년, 네 도움이 가장 많았어.

정말 고맙다.

새해엔 더 원숙한 삶을 살 거야.

한 살 더 먹으니까. ㅎㅎ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