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중개련 2004

▶◀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천안역 빈소를 찾은 시민들의 마음

실다이 2009. 5. 29. 10:34

 

 

 

 

 

   

 

 

 

 

 

 

 

 

 

 

 

 

 

 

 

 

 


 

 

 

 

창발적 공공디자인, 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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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힌다. 달아오른 버스 차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복사열에 배기가스까지 범벅이 된 탓이다. 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던 5월26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불과 2∼3cm의 틈만 남긴 채 앞차 엉덩이와 뒤차 머리를 다닥다닥 붙인 엽기적 모습의 경찰버스들이 광장을 포위하고 있다. 면적 1만3207㎡의 드넓은 도심 광장은 단 32대의 버스가 만든 인공 차벽에 의해 간단하게 세상과 분리됐다. 막히는 건 숨만이 아니다. 상상력도 쪼그라든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가 내게 광장으로의 진입 금지를 명령”한 것이다. 삶과 함께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죽음 속으로 전직 대통령이 스러진 마당에 광장은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토론은커녕 조문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고약한 노릇이다. 경찰버스 사이 좁은 틈으로 싱그럽기 그지없는 푸른 잔디가 언뜻 보인다. 아, 켄터키블루그래스. 2004년 5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심어놓은 잔디 품종이다. 손을 뻗어본다. 버스 너비에 비해 팔이 턱없이 짧다.

덕수궁 방향 횡단보도를 건넌다. 끝없이 이어진 조문 행렬이 눈에 꽉 찬다. 예상을 넘어선 폭발적 조문 열기에 때 이르게 찾아온 더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곳 역시 경찰버스 2대가 대한문 앞과 나머지 공간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버스 차벽은 조문객을 다른 시민들과 분리함으로써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떡하니 도로를… / 
아주 떠나보내지는 말아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니, 그가 우리 곁을 아주 떠난 것은 아니지요.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험한 세상 각자의 몫을 살아가느라 서로 힘들었으니, 외로운 그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대신 비석 하나 세워요. 소박하고 정직한 것을 좋아했던 그를 떠올리며 작고 담담한 비석을 만들어요. 도덕을 일으키려 세상에 도전하다 저들의 증오에 떠밀렸으나 끝내 우리 가슴의 촛불이 되었다고, 깨끗한 글 한 자락, 피로 새겨 넣어봐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는 고통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도, 그가 품었던 오래된 생각을 아주 잊지는 말아요. 아주 떠나보내지는 말아요. 아주 떠나버리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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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가장 강력한 폭력으로 지배하고, 가장 취약한 이유로도 시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나는 인정한다…

 

 

02 l 도종환부회장 노무현대통령 서거추모의 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대통령의 비극
盧 전대통령 서거 특별기고 도종환 시인

 

중부매일 jb@jbnews.com

 

   
음료수 한 병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계산을 하려는데 티브이를 보고 있던 주인이 방송멘트를 듣다가 한 마디 합니다. 티브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를 다하여 모시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죽은 뒤에 예우를 다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살아 있을 때 예우 좀 해 주지 않고…" 잔돈을 거슬러 주면서 퉁명스러운 말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끝없는 만장 27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입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만장이 내걸린 가운데 전국에서 온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해 | 강윤중기자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말년이 좋지 않았습니다. 망명을 하거나 부하의 총에 맞아 죽거나 내란음모죄로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외환위기로 나라를 망친 대통령 소리를 듣거나, 자식들 문제로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은 모두들 다음 대통령은 또 어떤 수난을 겪게 될 것인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누가 되든지 지난 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측근 또는 정권과 가까웠던 기업을 손보려고 할 것입니다. 노태우대통령도 전두환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랜 친구였던 전직대통령을 백담사로 유배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게 권력의 속성입니다. 기업의 CEO였고 깨끗하게 해명되지 못한 비리가 남아 있는데다 재임기간 어떤 일에 연루될 지 알 수 없는 상태인지라 뒷날을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풍자 섞인 채 돌아다니고 있고 주류언론의 주필조차 형님정치의 문제를 걱정하며 물러나라고 하고 있으니 형님 문제도 정권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검찰조사를 받는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역대대통령의 임기 말 또는 퇴임 후의 비극은 끝나지 않고 되풀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복수심과 적개심으로 하는 정치, 원한을 품은 채 하는 정치가 반복되는 것 자체가 국가의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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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붕당정치가 극심하던 조선 후기 노론의 영수 우암 송시열이 병에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우암은 아들에게 남인의 영수 허목을 찾아가 아버지 병 증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처방을 받아 오라고 시켰습니다. 허목은 이야기를 듣고 비상을 섞은 약 처방을 써 주었습니다. 우암의 아들은 이 처방을 받아 들고 아버지에게로 가 흥분하며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개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우암은 허목이 내린 처방이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약을 지어 오라고 하였고 비상이 섞인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병이 나았습니다. 허목은 우암 송시열의 증세에 요독이 있는 걸 알고 요독을 제거하기 위한 극약처방을 한 것입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정치판이지만 노론의 영수와 남인의 영수 사이에는 서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예법이 있었고,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인격적으로는 존중할 줄 알았습니다. 그게 우리 정치의 전통입니다. 그릇이 큰 분들입니다. 우리 정치도 큰 그릇에 담는 정치인들이 있어서 후배정치인들이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분향소 가는 길 양쪽에 설치된 만장 사이에 조문객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해=이제원 기자


전직 대통령은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듯한 조사를 하고 조사 후에도 기소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채 여론 망신주기만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의 금도가 아닙니다. 개인에게도 명예는 소중하지만 사회적 인격을 가진 이들에게도 명예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 총수를 조사할 때와는 너무도 다른 검찰의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언론사 사장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만도 못한 조사과정을 바라보며 검찰의 형평성 없는 수사 태도를 국민들은 못마땅해 하고 있었습니다. 당사자인 노무현 전대통령에게는 욕되게 사는 길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할 만큼 굴욕적인 시간이었을 겁니다.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은 여야 할 것 없이 우리 전체의 비극이며 이 나라 역사의 비극입니다.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이 충격과 놀라움은 고스란히 현 정권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너무 몰아붙이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경찰력과 검찰권력 공안권력의 힘으로 몰아붙이는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지난 정권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와야 합니다. 지난 정권이 쌓은 성과는 모조리 부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선진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화합하는 정치, 상생하는 정치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 도종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