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서술, 묘사
방법을 활용해본다 - I
1. 대화
소설의 문장은 대화와 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대화로는 회화, 독백이 있고, 지문은 소설과 묘사를 일컫는다. 먼저 대화의 기능을 살펴보도록 하자.
1) 인물에 대한 정보 제공
간단하게 말해서 붉은 코에 항상 희번덕거린다라고 묘사되어 있다면 이 사람은 선천적인 영향으로 코가 원래 붉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지, 아님 술을 너무 마셔 코가 붉게 변했던지 등의 추측을 해 봄으로써 대충 인물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2) 사건의 흐름과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킨다.
중간 중간 작가의 임의적인 개입의 장점의 하나인데, 특히 서술적인 내용의 소설에선 거대한 시간적 흐름을 독자가 힘들게 파악하기 전에 좀더 간략하게 나마 정리해서 묘사하거나 서술해 줌으로써 독자가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3) 사건에 대한 판단과 종합을 나타낸다.
위의 흐름파악과도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독자가 파악하기 이전부터 사건은 정리된 상태로 받아들여지게 됨으로써 각각의 대화인물들에 대한 입장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4)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화자의 성격이나 환경 상황에 적절해야 하며, 자연스럽고 참신 생생해야 한다.
대화는 언제나 스토리와의 연계성을 가져야 하며, 마치 향신료처럼 그 맛을 돋구는 역할을 가져야 하기에 작가는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 내용 안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해야 된다.
예를 들어서, '어디 갔다가 왔느냐고 내가 묻자 그녀는 약국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라는 문장은 사건의 정리와 종합으로 끝이 나게 되나, 적절한 대화의 삽입의 경우, '"어딜 그리 쏘다녀?" 나는 잔뜩 화가 치밀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쏘다니긴요. 약국에 갔다 왔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말했다.'라고 수정한다면 훨씬 더 맛깔스러운 내용이 될 것이다.
2. 서술과 묘사
1) 설명 : 독자에게 무엇을 알리고자 설명, 주석, 분석, 정의하는 글로 사물의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2) 논증 : 아직 분명하지 않은 사실이나 신념을 믿게 하여 그대로 따르게 하려는 글로 주장을 피력하여 독자의 생각, 태도, 관점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합리적 사고에 근거한 증명이 필요하다.
3) 묘사 : 사물의 어떠함을 그려 보이는 글로 작가의 감각적 경험이나 그 대상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만들고자 한다.
4) 서술 :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기술이다. 사건을 시간적 계기에 따라 기술하고 인과관계를 밝힌다.
3. 서술
행위와 사건을 표상한다. 서술은 사물이 시간적으로 움직이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즉 사건의 시간적 경과에 따른 움직임의 양상, 변화된 상황 혹은 상황의 추이를 기술하는 것이다. 이런 서술에는 인물, 움직임, 시간, 의미 등이 기본요소가 된다. 인물, 사건, 배경을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요약적 기술이다. 파노라마적 방법이며 말하기라고도 한다. 사건의 전개를 빠르게 하고 집중적이고 요약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1) 독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해설 혹은 설명, 요약의 경우이다.
2) 사건, 행동을 박진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느낀 인상을 좀더 극적으로 기술하는 경우이다.
4. 묘사
묘사는 정지상태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그 겉모양이나 외형적 구조, 특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나타낸다. 묘사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그들의 특징과 양상을 그려내는 기술이다.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생생한 현실감을 제공하고 인물의 정서상태를 비추어준다. 이때 이들의 특징과 양상을 일반화 유형화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 나가며, 단순히 세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의 조화와 유기적 연관을 유지해야 한다. 묘사를 하고자 할 때, 특히 대상을 다양한 시각, 감정, 장소, 거리에서 바라보고, 상태를 바꾸어가며 살피고 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직접적인 장면제시의 방법. 보여주기. 대상과 인물을 표상한다. 시공간적 배경묘사, 인물묘사, 심리묘사, 행위묘사(장면)가 있다. 주위환경을 통해 인물과 사건의 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함. 배경의 자세한 묘사는 개인에 대한 인과율적 설명이 된다는 측면에서 강화되었음. 최근에는 인물묘사는 약화되고 배경, 심리, 행위묘사가 강화됨.
1) 가장 중심적인 인상(통일성)을 확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창조할 특징적인 세부들을 선택.
(예를 들면 좁고 지저분한 방, 코의 점 등)
2) 적절한 관점(물리적, 심리적)을 선택. 인물의 기분에 맞추어 분위기에 맞는 효과를 낸다.
3) 독자의 오감에 호소
해설은 독자의 정신적 이해에 호소하지만, 묘사는 감각에 호소. 소설은 형상을 통해 정서적 반응을 꾀하는 게 목적임.
4) 이러한 세부들을 공간적, 시간적, 수사학적, 또는 연상되는 순서에 따라 연결시킴.
5) 직접적 진술이나 암시에 의해 중심적 이조를 띄도록 전체 문단(하나의 묘사 부분)을 완성.
6) 묘사는 참신한 시각으로 실감나게 하되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 한다.
5. 참고 사항
1) 묘사와 서술의 구별이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서술이 묘사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2) 묘사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세계에 실감과 신뢰성을 부여하고 대리경험의 힘을 준다. 묘사는 건축물의 내장과 같은 것으로, 골조(서술)를 다 올렸다고 건축물이 완성된다고 할 수 없다. 건축은 골조를 올리고 난 뒤 내장을 시행하지만, 소설은 골조를 올리면서 동시에 내장을 해나가는 형태이다. 어느 부분에서 서술을 하고, 묘사를 할 것인가는 쓰는 본인만이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소설쓰기에서 묘사와 서술은 균형은 이루어야 한다. 둘 중 어느 한쪽만 특별히 잘 하기 어렵다. 이 두 가지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예술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소설 쓰는 방법의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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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언어를
만들어 본다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개성적인 문체라는 것은 어느 소설에서 나왔던 것처럼 '옥수수대가 일대 정렬하여- 정확히 맞는지는 모른다. 이로 인해 한번쯤 다시 읽어보는 기회를 가지시길-'라는 식의 작가만의 언어로 표현되어 지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의 문체라는 것은 모든 문법적 어순체계를 무시하고 오로지 구어체- 문법에 맞는 단어가 아닌 발음상으로 나는 단어나 혹은, 채팅어 같은 말로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마치 특이해 보이는 것처럼, 혹은 대단히 개성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런 문체는 작가로서 가장 배제되어야 할 만한 사항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절대 구어체는 작품 속에 도용되어서는 안 된다. 구어체는 구어를 위한 언어일 뿐이지, 모든 문학작품의 어순은 문법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작가의 기본 자세일 것이다.
뛰어난 작가가 되기 전에 먼저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절대로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가야말로 글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들어 알아보기로 하자.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외국의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 잠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작가 중에도 베스트 작가가 있는가 하면 이류, 삼류작가들도 있다. 그 삼류 작가들이 출판사 잡지에 글을 실을 당시 한 단어당 몇 센트라는 식으로 원고료를 계산 했었다고 한다.
삼류 작가들은 아주 배고픈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오타 하나는 생활고와 이어지는 중요한 과제였다고 한다. 지금도 간간히 어떤 잡지나 책에서 오타를 찾아내면 사례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올바른 문법과 어법의 구사와, 그에 앞서는 정확한 단어의 사용은 작가로서의 절대적인 기본자세인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먼저 갖추고 나서야 새로운 단어에 대한 사용이 가능해 질 것이며 자유로운 글이 가능해 질 것이다.
참고로, 유명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항상 단어 사전을 몇 개나 끼고 산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하고도 새롭고 아름다운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1) 특수한 지역, 상황, 직업 등에 대한 풍부하고 정확한 어휘 조사
지역, 상황, 직업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은 하나의 글을 써 나가기 위한 가장 최초의 사전 조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말이 다르고 사람들의 전반적인 성격이 다르듯이 지역에 따라 문화와 생활습관 등은 달라진다. 거기에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성격은 또다시 달라지는 것이다.
즉, 사람은 사는 지역과 주변 환경 그리고 직업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언어가 형성되며 이는 지역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역성에서 나타나는 언어는 그 지역 사람들의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부산 사람들은 말씨는 굉장히 투박하고 억세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씨처럼 성격도 그러하다는 것이 보편적이다.
다시 말해서, 언어와 사람의 성격, 언어와 지역적 특색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이런 언어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두는 것도 더욱 현실적인 구어체가 형성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2) 여러 종류의 책을 탐독하고 습작하는 수련
고전 명작 속에 나오는 문장은 가장 고급스럽게 글을 미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그 작품의 가치를 한 단계 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전 명작들을 쓰는 작가들이 기본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충분한 습작을 통해 글을 전개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장 습득에 있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되는데 이것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보다 아름다운 글은 어떻게 쓰는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글이란 것은 문장과 문장이 만나 이루어 진 것이고, 그 문장 역시 하나의 단어와 단어가 만나 이루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뛰어난 작가들의 글은 마치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이어지며, 아름다움을 묘사한 곳에서는 정말 아름답게, 그리고 슬픔을 표현한 곳에서는 실제로 슬픔을 느낄 수 있는 표현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그들이 보통 사람들 보다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깊은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느끼는 바를 글로 옮겨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가 자신이 슬픈 감정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를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독자들은 절대 공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력은 타고 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능력이라기 보다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기술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익힌 기술을 우리는 나중에야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계속적인 습작과 습작을 통해 가능해진다.(글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빠를 것이다.)
시인들이 시를 지을 때를 생각해보자.
흔히 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 시인들은 어떤 영감을 한번에 글로 옮겨 적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인들은 그 짧은 하나의 시를 위해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퇴고 하고 또 퇴고 하며 하나의 시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습작이다. 쓰고 또 쓰는 것.
현재 베스트 작가라는 대열에 서있는 작가들의 경우도 가들의 대부분이 습작에 습작을 통해 단어와 문장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익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신인이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바로 이러한 과정을 하나 하나 그쳤기에 그와 같은 글을 써 내고 당당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만의 언어란 것은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분명 작가만의 언어는 존재한다. 그것은 특정한 무엇이 아니라 바로 작가의 정신이자 작가의 개성인 것이다.
습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이 글은 마치 어디서 본 것 같다' 라든가 '어.. 이 표현은 거기서도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아마추어 습작가들의 판타지 소설에서 이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하나의 글을 짓기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언어 자체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어와 문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다른 사람의 글의 형식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로 인해 자신만의 개성을 글에 담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습작가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흘려 버릴 수도 없다.
비록 습작가이지만 자신의 글을 만들기 시작한 이상 엄연히 하나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지 모방적인 습작으로 그치기 보다는 보다 많은 서적으로 손을 뻗어서 스스로의 지식을 넒히고 자신의 글을 발전 시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언어와 단어의 사용은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작가만의 개성과 철학과 정신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이른 바 '작가만의 언어'는 바로 올바른 단어의 사용과 어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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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처리 기법을 배운다
소설과 시간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소설 속의 흐름을 빠르게 하느냐 느리게 하느냐라는 가장 기초적인 내용에서부터 인물의 일대기 및 소설전체적인 흐름을 제어하는 스킬!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 흐름을 제어하는 시간기법을 소화해낼 필요가 있습니다.
1. 소설과 시간
E.M.포스터에 의하면, 신화는 가치에 의한 삶을, 소설은 시간에 의한 삶을 보여준다.
신화의 공간은 영원회귀하며, 역사적 시간성에서는 어떤 것도 다시 시작될 수 없다.
모든 것이 단계에 따라서 죽음에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죽음이야말로 또 다른 시간의 회귀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는 회귀에 대한 자각은 없는 것으로 단정짓고 말하련다.
역사적 지평에서 인간은 시간을 겪고 시간을 인식하며, 자신의 현상과 연속적 행위를 기억하도록 강요 받는다. 말을 바꾸면, 인간은 역사 혹은 연대기와 소설을 만들어내도록 강요당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시간에 매어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은 시간의 산물이며, 극은 의지의 산물이다.
극에서 시간이 일으킨 중대한 변화는 무대 뒤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 극의 경우, 1장에서 2장으로 이동되는 것 - 젊은이에서 늙은이로, 새집에서 헌 집으로 바로 대체되어 버려지는 것과 달리 소설의 경우, 1장과 2장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자, 그러한 과정을 보이는 것이 소설의 본체라 할 수 있다.
극에 있어 운명이나 신성의 의지는 종말을 형성할 수 있으나, 소설의 시간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서사시나 극에서 인간과 그 운명은 시간, 곧 역사적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간은 인물의 내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본질적인 것과 시간적인 것이 분리된다. 소설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타락시키는 원칙이며, 시적 본질적인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이다.
원칙적으로 소설이란 인간의 운명을 자신의 내적 줄거리로 삼는 형식이다.
그런데 누구도 시간의 무자비한 힘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소설은 동물적 운명을 지닌 인간이 시간의 힘에 맞서 싸운 기록이다. 루카치의 말처럼, 소설의 내적 줄거리는 시간의 힘에 저항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기록을 통해 흘러가버린 삶, 사라져버린 것들이 휘황한 빛을 발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설형식이야말로 시간을 문제로 삼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2. 소설과 역사
역사와 허구의 서사형식은 처음과 끝으로 사건의 연쇄를 끝맺는 서사구조이며, 이는 인식의 도구가 된다. 그런데 양자의 이런 공통적인 서사형식을 인공물, 개인의 상상적 산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요인즉, 삶과 예술, 서사와 현실세계, 텍스트와 세계사이의 분리와 불연속을 주장함으로써 초·중·종의 플롯의 경험적 사실이나 현실행동의 특징이라기 보다 창안된 시적 질서의 결과로 간주하는 것이 때문인데, 따라서 서사화는
1) 현실적이면서도 만족스런 일관성을 바라는 우리의 욕구를 반영하고 소망적 사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현실도피조장).
2) 권력, 지배를 위해 세계의 도덕관을 이해시키려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서사와 일상적 삶 사이에 연속성이 있다. 일상경험이나 행동은 서사적 특징을 지닌다. 그것은 지향적이며, 경험과 행동은 초·중·종(현재, 미래, 과거)이 전체의 부분으로써 서로를 결정하는, 시간적으로 확장된 형식이다. 역사적 허구적 서사는 현실의 왜곡, 부정, 현실도피가 아니라 그 주요 특징의 확장, 형상화이다.
3. 소설과 전기
소설에서는 시간의 역할과 중요성이 증대한다.
소설의 시간은 인물시간이다. 이는 인물이 성숙, 발전할 기회를 갖는 시간이 있다는 환상이다. 서술된 시간은 대개 개인의 전기양식을 취함으로써 역사적 시간이 되지 못하고 질서화되고 관리된 개성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소설에서 인물 변화의 규범적 방식은 <냉정->감정>, <범죄->도덕적 실현>, <순진->세계 권태>, <억압->성숙된 성관계>로의 이행이다.
이 운동은
따라서 변화는 항상 개인의 도덕적 변화이며, 이는 사유의 전능성을 드러낸다.
소설이 이처럼 개인적 전기에 의존한 결과, 집합적 행동이나 해결을 묘사할 수 없게 된다. 전기양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개인은 항상 집단과 대립한다. 집단은 개인의 정체성을 해체하려고 위협한다.
개인적인 해결만을 포함하는 인물발전을 요구하며, 사회공동체는 결혼, 출생, 죽음 등의 제의묘사를 통해 나타날 뿐이다.
플롯보다 인물의 정서, 지적 변화에 흥미, 개인주의의 발생, 사유재산의 확산에 따라 프라이버시는 모든 사람에게 매력적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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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분위기 꾸미는 방법
1. 배경의 의미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다. 사건의 장소와 시간을 드러내는 소설의 요소를 배경이라 한다. 배경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의 <특정한 시간과 공간>이다. 말을 바꾸며, 배경이란 소설 내의 사건, 행동, 인물에게 부여된 시공간적 한계이다.
배경은 사건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세계, 사건의 물질적 환경이며 인물의 활동무대이다. 배경의식이 싹튼 것은 근대문학에 와서이다.
근대의 환경결정론에 영향을 받아 근대소설에서 배경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 가운데 일련의 사건과 인물을 구축한다.
근대소설은 사람이 살아가는 현장의 문제를 주로 취급하게 됨으로써 그 현장이나 시대 배경 자체가 탐구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배경의 선택과 처리는 소설의 리얼리티를 보증하고, 주제나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과 통한다.
배경은 인물의 행동과 심리, 삶의 양식을 구체화하며, 작품의 주제에 신빙성과 필연성을 높여준다. 배경을 바꾸면 작품의 의미와 맛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배경에 따라 그의 문학세계가 결정될 수 도 있다.
2. 배경과 분위기
이야기의 사실성, 인물의 생동감, 적절한 분위기는 배경에 의해 구현된다. 배경은
1) 사실적 정확성의 관점에서
2) 소설을 위해 무엇을 달성했는가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후자의 경우, 배경은 분위기, 상징을 통해 작품에 기여한다.
소도구가 조직된 것인 배경이 은유나 상징으로 되는 경우(광란의 바다, 폭풍, 황량한 평원, 어두운 산중 호숫가의 허물어져가는 성), 분위기를 창조할 수 있다. 대체로 은유로서의 배경은 인물의 심적·정서적 배경의 영향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분위기를 창출하는 배경은 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분위기는 <독자가 작품 속에서 숨쉬는 호흡>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배경에 의해 환기되는 정감적인 기분이다. 물론 분위기는 하나의 원인에 의한 결과라기보다 소설의 여러 요소의 결합에 의한 결과이다. 그러나 배경이 분위기 형성에 구심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물질적인 시공간의 산물이면서도 보편적 추상적인 기분을 형성하여 작품의 정신을 물들이는 독특한 색조를 흔히 분위기라고 한다. 분위기란 물질적 장소의 개념이 작품의 정신에 접합된 정신적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작품의 정신면과 연관된다는 측면에서, 배경에 의한 분위기는 작품의 주체, 의미를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치륵치륵 내리던 빗물이 고여 처마끝에 매달린 경종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방안으로 계속 스며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비가 내려 어두운 방안에서 울려대는 경종소리는 가히 듣기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3. 배경의 유형
특별히 한정된 장소만을 무대 삼아 이야기를 펼칠 수도 있고, 또 사회적 신분, 직함, 직업, 인물의 지적 혹은 도덕적, 종교적 환경도 배경이 될 수 있다.
작가의 태도나 문체에 따라 주관적 배경과 객관적 배경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 자연적, 사회역사적, 심리적, 상황적으로 분류한다.
1) 자연적 배경
자연적 배경은 말 그대로 지리학적 장소 또는 실내의 세부적 묘사장면을 말하는데, 대체적으로 자연적 배경은 사건이 일어나는 지정학적 공간을 의미하며, 특정한 장소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다시 낭만적 배경과 사실적 배경으로 나눌 수 있으나 이 둘의 구분은 그다지 중요치 않으므로 자연적 배경에 대해서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자연적 배경이 지정학적 장소의 구체화, 상징화를 시키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한 의미부여를 통한 작품내의 인물과의 극적 조화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기 때문이다. 도시빈민촌, 시골풍경, 소록도, 제주도, 그 특정 지역이 나타내는 의미와 상반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면 그 불균형, 부조화로 독자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좀더 연관성 있으며, 독자의 호흡을 흐트려 버리지 않을 장소를 물색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장소가 주는 배경적 무게에 독자들은 또다시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뺑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불어가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것을 해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위의 예에서 보이듯, 무진이라는 특정장소의 안개가 주는 희뿌레 하고, 막힌 듯한 모습은 독자들에게 무진이 예사 곳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되며, 따라서 무진안의 하나의 돌출구가 뚫어지는 즉시 모든 공기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독자 역시 함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적 배경이 주는 영향이다.
2) 사회역사적 배경
때때로 작가가 작품 내에서 단순한 장소의 개념을 벗어나서 사회적 환경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독자는 이러한 작품에서 서사적 냄새와 함께 한 순간 작품 속의 인물이 되어 세월을 흐름을 느끼게 됨으로써 좀더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제 흥망의 꿈 자취를 더듬어 흐른다. 풍월도 좋거니와 물도 맑다. 그러나 그것도 부여 전후가 한참이지, 강경에 다다르면 장사군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은 깨어진다.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방향은 서서남으로 빗밋어 충청, 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 물은 조수까지 섭슬어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퍼진 게 제법 양양하다.
이름난 강경 별은 이 물로 해서 아무 때고 갈증을 잊고 촉촉하다. 낙동강이니 한강이니 하는 다른 강들처럼 해마다 무서운 물난리를 휘몰아 때리지 않아서 좋다. 허기야 가끔 홍수가 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애돌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 채 얼러 좌르를 쏟아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예에서처럼 독자들은 그 세월을 거슬러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쭉 타고 내려오는 사회환경적 배경설명으로 세월 안에 숨어있는 숨겨진 얘기를 찾게 되고, 작가가 적절히 제시해 주었을 때, 희열을 느끼게 된다.
사회환경적 배경은 독자에게 세월의 무게와 동시에 숨겨진 역사를 일러주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3) 심리적 배경
시공을 초월한 주인공의 의식이 바로 배경이 된다. 전통적인 사실적 배경을 탈피한 것이 특징인 이 심리적인 배경으로 독자들은 어느 것이 현재인지, 어느 것이 과거인지, 혼란에 빠져버리면서 인물과 같이 여러 세계를 살게 된다. 그러나 이 혼잡한 배경구성으로 독자들은 그 심리적 흐름을 스스로 추측해봄으로써 또 다른 여운이 계속 남게 됨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 배경은 독자를 추리소설 속의 탐정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작품내의 인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인물과 동일인 것으로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드는데 그 묘미가 있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자 하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 칸이다. 럭키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것은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4) 상황적 배경
환경결정론을 배격하는 실존주의 작가들의 경우에 상황적 배경을 많이 도입하는데 실존적인 상황을 암시하고 상징하는 배경은 곧장 주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강렬한 태양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최고의 위치, 뻗어나가는 힘, 약동하는 육체, 힘찬 리듬감 등이 될 수 있으며, 사막의 강렬한 태양은 인간의 목마름, 지식에의 충족이라든지, 기타 등등의 주제를 함축하게 되고, 이집트 피라미드에서의 강렬한 태양은 영원한 힘, 왕좌 등을 뜻하게 된다.
감옥의 경우엔 갇혀있는 상황, 박탈당한 자유,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구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으며, 바로 상황이 가지고 있는 배경에 의해 작품은 여러 모습으로 비추어진다고 하겠다.
5) 기타
그 이외의 것으로 일상적, 비일상적 배경이나 전체적,혹은 부분적 배경, 시간적 또는 공간적 배경, 그리고 중립적, 기능적 배경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중립적, 기능적 배경은 소설의 리얼리티를 위해 진행상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으며, 절대적으로 중립적인 배경은 드물다. 그것은 단순히 중립적인, 예를 들어 시골풍경이라는 배경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시골풍경에 내재된 상징성자체가 기능적 배경이 되어버리므로 중립적인 배경이 될 수 없다고 하겠다.
4. 배경 설정의 방법
1) 배경 설정은 소설의 전체 구조 안에서 다른 요소들과 서로 어울려야 한다.
2) 따라서 실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처리하고, 필요하다면 유사한 현장을 답사한다.
3) 배경은 작품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그 자체 복선이 되도록 장치하는 것이 좋다.
4) 인물의 활동무대인 배경은 생생하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충분히 묘사되어야 한다. 친숙한 무대일지라도 색다른 각도에서 포착하여 그려내면 독자를 매료시키는 낯선 세계로 만들 수 있다.
5) 배경은 주체와 인물에 적합해야 하며, 그 세부에 있어서 과학적 엄밀성이 있어야 한다. 낯선 이국을 배경으로 할 경우에도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행동에 직간접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타지소설이나 공상과학소설의 경우에도 배경은 과학적 가능성과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5. 배경 처리 방법
1) 배경 설정의 의도, 목적, 다른 요소와의 관계를 확실히 마련한다.
2) 그 의도를 실현 위해 어떤 방식으로(사실성/상징성) 처리할까를 생각한다.
3) 그런 배경 처리에 필요한 소재나 모티브를 정한다.
4) 문체를 결정한다.
6. 기타 주의사항
1) 타인의 배경을 모방하지 말라.
2)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두드러진 몇 개의 세부사항을 제공하라.
3) 자질구레한 것들이라고 엉터리로 속여 넘기지 말라.
4) 지리적 문화적으로 이국적인 배경이 효과적이다.
5) 자주 사용되는 특정한 지리적 배경이라고 꺼릴 필요는 없다.
6) 배경의 비중을 너무 크게 잡지 말라. 잘못하면 기행문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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