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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을 틔워 주는 기사문과 서간문 쓰기

실다이 2006. 4. 4. 00:24

숨통을 틔워 주는 글

-기사문, 편지글엔 진실이 담겨야 한다.

 

 

1.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과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것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

하는 직종중의 하나가 바로 신문사나 방송국의 기자라고 한다. 그래서 입사 시험철이 되면

출세의 길이라도 열린 것 처럼 지망생들이 몰려들어 '언론 고시'하는 말까지 생겨났다. 오래

전에 내 친구 한 명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어느 신문사 기자 시험에 응시했었다. 그때도 신

문 기자는 대단한 인기 직종이었다.

독자가 많기로 소눔난 그 신문사 기자 시험에는 지망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 신

문사에서는 일차적으로 서류 심사를 하여 50명 정도를 가려 뽑은 다음, 합격자에 한하여 필

기 시험과 면접을 치렀다. 시험장은 어느 중학교의 교실이었다. 그 날 일찍 시험장에 나온

응시자들은 수험 번호에 따라 지정된 좌석에 차례로 앉았다. 첫째 시간에는 영어, 둘째 시간

에는 상식, 셋째 시간에는 기사문 작성이었다.

그 셋째 시간에 일어난 해괴한 사건을 이야기 하겠다.

셋째 시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시험관 두 사람이 교실로 들어와서. 한 시험관

은 응시자 들의 뒤쪽에 가서 감독할 채비를 하였다.

시험 문제는 "기사문의 작성 여섯가지 요소를 서술한 뒤, 어떠한 것이 기삿거리가 될수

있는지에 대해 논술하라"라는 것이였다. 응시자들은 반듯반듯한 글씨로 답을 써나가기 시작

했다.

내 친구는 시험 문제가 너무나 쉽다고 코방귀를 뀌면서 한달음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

엇을, 왜, 어떻게' 라고 썼다. 그리고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것은 기삿거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것은 기삿거리가 된다고 줄줄이 늘여 썼다. 바로 그 때 누군가 교실

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그러자 교탁 앞에 서 있던 시험관이 문을 열었다. 시험관은 깜짝 놀

라며 "웬일이십니까?"하고 물었다. 그와 동시에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문 안으로들

어서더니 다짜고짜 시험관의 멱살을 움쳐 잡았다.

"네놈이 피하면 대관절 어디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내 술값 떼어먹은 놈이

가는 데라면, 저승까지라도 쫒아가서 모조리 받아내느 ㄴ사람이다." "아이고, 여기까지 와

서 이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저녁에 다 갚으려던 참인데......" 멱살을

잡힌 시험관은 당황하여 어절 줄 몰라 하며 여인을 복도로 끌어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응

시자들은 뜻밖의 사태에 한결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삼 년 묵은 술값이다 이놈아."

"그 동안 제 집사람이 아파서 입원비를 대느라 그리 되었으니 양해하시고......" 시험관이

통사정을 하면서 자기의 멱살을 잡은 여인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

지려나 했더니, 곧 수위 두 사람이 달려와 여인을 복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여인은 수위들

에게 끌려가면서도 연신 악다구니를 써 댔다.

"저런 것들이 신문사 간부라고?"

이윽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온 시험관은 비뚤어진 넥타이와 와이셔츠 칼라를 바르게 고친

뒤, 응시자들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를 했다.

"제가 워낙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 응시자 여러분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해 드려서 대단

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이렇게 말을 이었다.

"방금 이곳에서 일어나 난 사건에 대하여 5분안에 기사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제야 응시자들은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 사건은 일부러 그렇게 연출된 것들이었으며,

그에 관한 기사문 작성이 이번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것을 뒤늦게 깨달

은 내 친구는 몹시 당황했다. 그래서 5분이 다 지나가도록 겨우 이렇게 밖에 쓰지 못했다.

4일 무슨무슨 신문사 기자 채용시험장에 한복 차림의 중년 여인 한 명이 나타나, 시험관

의 멱살을 잡고 외상값을 3년째 갚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웠다. 시험관은 시험장 밖 복도로

끌려나가 여인에게 이 날 저녁에 가서 모두 갚겠노라고 통 사정을 하였지만, 여인은 막무가

내였으므로 수위 두사람이 달려와 그 여인을 끌어냈다.

 

2. 기사문은 어떻게 써야 하나

 

결국 내 친구는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친구는 자신이 '기사문

작성 요령'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다는 6가지 원칙(육하 원칙)이 모두 들어가 있다 해도, 기사문의 작성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좋은 기사문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아차린 것이다. 그

렇다면 기사문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첫째, 간결하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기사문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알리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장황한 설명이나 수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

다.

둘째,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들어가게 되면, 기사의 생

명인 공정성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독자의 편견을 자아낼 수 있다.

셋째, 기사거리가 되는 대상에게는 냉정하되, 독자에게는 친절해야 한다. 기사거리를 이성

적인 눈으로 포착한 뒤에는,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평범한 낱말과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는 것이다. 만일 독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로 표현해 버린다면, 기사문이 가지느 ㄴ사실

전달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넷째, 육하원칙 중에서 어떤 원칙에 치중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가령 호랑이 한 마리

가 졸로 한복판에서 잡혔다면, 그것이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인지, 백두산의 야생 호랑이

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잡은 사람이 열 다섯 살 짜리 소년이라면, 그 소년이 화제거

리가 될 것이 . 만일 잡힌 곳이 어느 음식점의 부엌이었다면, 이 경우엔 그 장소에 치중해

야 한다.

다섯째, 기사는 표제 및 부제.전문(줄거리 또는 요약).본문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표제

나 부제를 통해서 그 기사가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게 한 뒤, 바쁜 사람은 본문까지 읽어

더 자세한 내막이나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게 하자는 것이다.

표제는 기사문 맨 위의 큰 글씨를 가리킨다. 기사의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몇 구절로 표

현한다. 표제만으로도 독자가 기사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생략적이

어야 한다. 기사가 길거나 중요한 내용일 경우에는 아래에 부제를 다는 것이 좋다.

전문은 표제 다음에 한 문단 정도로 쓰여진 부분을 말한다. 이 부분은 기사의 내용을 간

략하게 요약하고, 표제를 좀 더 자세하게 밝혀 보인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표제는 완

결된 문장이 아니어도 되지만, 전문은 아무리 요약이라 해도 완전한 문장의 형태를 갖추어

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순의 육하 원칙을 따라 쓰는 게

좋다.

본문은 기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이므로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것을 자세

하게 쓴다.

여섯째, 신속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사라도 다른데서 이미 내보낸 후라면 아무런 소용

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문에는, 신속성과 정확성이 그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보도 기사, 어떤 문제에

대하여 그 신문사의 견해를 밝히는 사설이나 외부인사의 논설문을 일컫는 논설 기사, 사건

이 워낙 중대하여 보도 기사만으로 부족할 경우에 쓰는 해설 기사, 기자가 뉴스가 있는 곳

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낀 바를 적는 탐방기사, 특정 인물이 보도의 대상이거나 혹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어떤 사실을 알아내려고 할 때 그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내용을 담

은 대담기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은 기사문 작성의 한 예다.

강남 8학군 2개로 쪼갠다.

서울 교육청 25년만에 개편

서울 시내 고교 학군이 99학년도부터 현행 9개에서 11개로 조정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7

일 2~5개 구가 1개 학군으로 묶여있는 현행 9개 학군 체제를 지역 교육청 관할 지역에 따라

2~3개 구로 조정, 11개 학군으로 개편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2학군에 포함된 동대문 중량구가 1학군으로, 노원구는 도봉구와 함

께 4학군으로 바뀐다. 현행 8학군은 2학군으로 분리돼 강동.송파구는 6학군으로, 강남.서초구

는 8학군으로 개편된다.

영등포, 구로, 금천, 양천, 강서구 등 5개 지역이 혼재돼 있는 현행 7학군은 강서.양천구만

8학군이 되고, 나머지 3개구는 3학군이 된다. 신설되는 10학군에는 성동 광진국가 11학군에

는 강북, 성북구가 포함된다.

시 교육청은 고교 평준화(74년) 이후 유지해 온 고교 학군을 25년만에 개편키로 한 것은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군간 최고 8배까지 벌어졌던 인문계 고 신입생 정원 불균형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육청은 이 같은 고교 학군 개편안을 다음달 시 교육 위원회에서 최종 의결, 현재 중

3학생들이 치르는 99학년도 고입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을 확대하기 위해 96학년도부터 33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선 복수 지원, 후 추첨

제 방식의 공동 학군제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1998년 4월 28일 <중앙일보>에서

 

4. 삶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숨통 - 편지글

 

초등학교 시절, 나는 숫기가 없어서 누구에게든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생님

이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하시면 괜스레 눈물만 줄줄 흘렸다. 그럴때면 선생님은 내 머리

를 쓰다듬어 주신후, 다른 아이에게 책 읽기를 시키곤 하셨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연필깎는 칼을 빌려달라는 말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종이 쪽지에 그 말을 써서 건네주

곤 했다. 아버지께 용돈을 탈때도 그랬다. 어떤 친구에게 사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도, 말로 하지 못하고 편지를 써서 건네 준 뒤 도망쳐 버렸다. 누님이 먼곳으로 시집을 갔을

때도, 밤새워 기나긴 편지를 써서 부치곤 했다.

우리들 하나하나를 점지해 준 삼신 할머니는 우리에게 말을 하는 혀와 글을 쓰는 붓을 한

꺼번에 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대개의 경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

하고,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내

가 하는 말들을 믿지 못했다. 웬일인지 내가 뱉은 말은 자꾸만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했기

때문이다. 그 오해를 씻기 위해서 더 자세하게 지껄인 말은 더 큰 오해를 불러오고,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뱉아낸 말들은 나를 더욱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가곤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밤새도록 편지를 써서 그 오해를 풀어 보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쓰는

편지는 늘 길었다. 친구, 어머니, 아버지, 형, 누님, 선생님, 같은 반 친구, 여자친구...... 그 어

느 누구에게 편지를 쓰든지 공책 한두 장으로는 사연을 다 쓸 수가 없었다. 공책을 여덟 장

아홉 장 열 장쯤 뜯어서 씨알같은 글씨로 빽빽이 쓰곤 했다.

이렇듯 내 혀를 놀려 지껄인 말들을 불신하고, 밤에 불을 밝힌 채 꼼꼼이 쓴 글들을 신뢰

했더니 나의 버릇이, 결국은 나를 이렇게 소설가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이

때껏 내가 써 온 소설들도 '형식이 다른 편지글'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내가 쓰는 모든 글

들은 나의 생각과 입장과 처지와 나 나름대로의 깨들음을 세상에 드러내 주는 한 편 한 편

의 편지글이다. 만약 내가 어릴때부터 편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가슴을 채우는 답답증 떄

문에 진작에 빼빼 말라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편지 쓰기를 권한다.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같은반 친구, 멀리 떠나

간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보라. 아마도 속이 확 풀릴 것이다. 편지를 통해 사상과 사색과 정

보를 전달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사귐과 믿음을 더욱 튼실이 하고, 미래의 건실

한 성장과 발전을 약속하는 것이다. 편지는 기쁨이나 슬픔, 울분 복수 등의 감정을 아름다움

으로 승화시키는 정화제 이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가 자기의 삶에 튼튼한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면, 편지쓰기는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생활, 답답증이 나서 질식할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심호흡을 하며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5. 편지글은 어떻게 써야 하나

 

그렇다면 편지는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일까? 편지는 편지를 쓰는 대상과 목적에 따라

일정한 격식을 지닌다. 그렇다고 형식에 얽매어 딱딱하게 쓰라는 말은 아니다. 말로 전할 것

을 글로 대신 써 보내는 것이니 만큼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좋다. 편지에는 뭐니

뭐니 해도 쓰는 사람의 정성과 진실이 드러나 있어야 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게 써야 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지는 서두, 본문, 결말, 세 단계로 나누어 쓰는 것이 좋다.

(1) 서두

1) 호칭 : '어머니께'라든가 '에게' 등 받는 사람의 이름이나 호칭을 먼저 부른다.

2) 계절인사 :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6월입니다.' '며칠째 비가 내

리고 있군요' 등의 계절인사를 쓴다. 이 계절 인사는 격식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옛날식

편지에서는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겼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이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에

게는 생략해도 좋다.

3) 문안 : '댁내 두루 평안하십니까?' '그동안 잘 있었니?' 따위의 안부를 묻는다.

4) 자기안부 : 상대편의 안부를 물은 다음에는 '저는 염려해 주시는 덕분에 무사

히 잘 있습니다.' '나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단다.' 따위의 자기 안부를 전한다.

(2) 본문

1) 사연 : 편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편지를 쓰게 된 사연을

밝힌다.

(3) 결말

1) 끝인사 :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잘 지내렴' 등의 끝인사를 한다.

2) 날짜 : 편지를 쓴 연월일을 밝힌다.

3) 서명 : 자기 이름을 쓴다. 이름 다음에는 받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올림, 드

림, 씀' 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4) 추신 : 편지를 다 쓰고 난 후 빠뜨린 말이 있을 경우, '추신'이라 쓰고 용건을

이야기하면 된다.

이제 편지를 쓸 때 갖추어야 할 격식을 어느 정도는 알았으리라 믿는다. 자, 그러면 우리

가 잘 아느 ㄴ시인 김영랑이 자신의 아들 애노에게 띄운 편지 한 대목을 감상해 보자.

애노, 읽어라.

그 동안 객지에 고생이 어떠하냐? 몸이 성하냐?

어제, 네 편지를 읽고, 멀쩡한 일에 네가 어린 마음을 공연히 죄고 있는 것을 알았다. 기

숙사 밥이 먹기 사납다고 어느 학부형이 편지질을 했더란 말이냐? 엄마 아빠는 절대로 그런

편지를 아니할 사람이니 걱정 말아라. 사(기숙사)밥이 설령 나쁘다더라도 참고 맛있게 먹을

도리를 해 보아라. 그것이 첫째 큰 수양이 되는 것이다.

요새 비가 너무 아니 와서 농촌에서는 큰 야단들이다. 집에 아이들도 잘 있다. 외숙 댁에

나 일 주일에 한 번쯤 가 뵈어라.

이번 네 편지를 보고 엄마 아빠는 웃었다. '본제입납'의 납자를 잘못 썼더라.

이담부터는 고쳐 써라. 외삼촌은 외숙부님이라고 써 버릇해라. 하식이 삼촌은 숙부시고,

익환이 삼촌은 외숙이시다. 글을 조심해서 써라. 안쓰는 것과 잘못 쓰는 것과는 문제가 처음

부터 다르다.

아버지가 요새 좀 바빠서 너한테 못간다. 그러나 너무 집생각만 하여서는 안된다. 무엇보

다도 공부, 공부가 제일 아니냐! 그리고 병후의 몸이니 특히 몸조심 하여라.

(......)

오늘은 이만 줄인다.

모월 모일

아비 씀

- 김영랑의 서간문 중에서

이번에는 선생님과의 추억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독자의 편지 한 편을 읽어 보자.

선생님.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지도 벌써 4년이나 흘렀군요. 선생님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을 하

고 계실까요? 아마도 옛날 모습 그대로 훌륭한 스승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시겠지요.

비록 4년전의 일이지만 저는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정하셨던 선생님

의 눈빛을요.

거리를 가다가 자전거를 보면 언제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조그만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남들보다 먼저 집까지 혼자 걸어 다녔던 저를, 하루는 선생님 께서 자전거로

집까지 바래다 주셨어요.

선생님의 허리를 꼭 붙들고 흔들리는 자전거 위에서 바라보는 저녁놀은 얼마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워 우리들은 손이 시려 필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는데, 선생님

께선 그 쾌활한 목소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교실을 아주 따뜻하게 해 주셨죠, 그

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저는 어린 나이였지만 존경과 사랑을 느꼈습니다.

새 학년이 되기 전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던 날, 저희들에게 하셨던 그 말씀, 제 마음에 아

로 새겨져 항상 기억이 되는 그 아름다웠던 말씀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도록 해라. 필요할 때면 용기와 그리움을 주는 사람 말이다." 그 말씀 한 마디,

어쩌면 선생님께서나 친구들 모두가 잊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항상 선생님께서 해 주

신 그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선생님께서 제게 주셨던 아름다운 모습을 닮아 가기

위해서죠.

만약 선생님을 다시 뵙는다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훌륭한 스

승이셨고, 무엇보다도 제게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라구요.

-제자 김레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