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 저자 오연호 사주와의 대화로부터
김 난 주
오마이뉴스 사주 오연호와 조국 교수가 진보집권플랜의 불꽃을 지피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진 두 사람이 진보집권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불꽃을 지피고 있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진보 집권 플랜』이 그 불씨이다. 열사의 피와 민중의 삶을 걸고 세운 진보를 보수가 순식간에 다 엎어버리는 걸 보니, 지난 10년간 깔았던 것은 국도 몇 개였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벽이 너무 견고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에 탄탄대로를 깔아서 제대로 된 집권을 하도록,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플랜을 짜보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낙담하고 신명을 잃어 마침내 희망이 안 보이는데 40대만 다시 뜨거워질 일은 아니고, 세상이 진짜로 변하려면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삼십 대가 나서야 된다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에 청춘들이 매력적으로 보는 조국 교수가 적의 심장부인 강남 총선에서 당선되어, 낙담 아닌 희망의 상징이 되라는 것이다. 오연호가 매력 있는 조국 교수에게 깃발을 쥐어 준 이유이다.
진보내각을 선보이는 드림팀놀이 예선전이 열리면 ‘조국 청춘부대’가 합류 한다
진보가 합당하라는 건 아니었다. 참여연대 김귀식 씨가 시민정치조직을 띄울 예정이고 법륜 스님도 갈래 하나를 키우고 있으며 문성근 씨가 2년을 내다보며 ‘백만민란’을 시작했으니, 보수결집의 강고한 벽에 틈을 내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야여권의 1:1 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집권하면 2천5백 개 자리가 생기니, ‘슈퍼스타 K’ 같은 마당을 편 뒤 풀뿌리로 이미 활동하는 간부들 중 진보사회를 구축할 인재들을 발굴하잔다. 진보가 이기는 싸움을 위해서 누구나 굴복하고 마침내 합의 할 수 있는 드림팀 놀이를 통해 집권 내각을 선보이는 식의 예선전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청춘부대’를 끌고 합류하여 진보정당 후보들의 예선판 접착제 역할을 할 컨텐츠로 조국을 저잣거리에 내놓으며 오연호 사주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했다.
서울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이 나라의 싱크탱크로서 지식인이 산다
그런데 좀 식상한 면이 있다. 낙담과 절망의 한국사회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리드했던 것은 다름 아닌 서울대 출신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가장 매력 있다고 공인된 상표는 언제나 서울대 출신이었단 말이다. 뿔뿔이 흩어진 진보가 연합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어주는 게 절실했는데 서로 머리를 디밀다가 지속적 집권은 실패했다고 오연호가 평했다. 이런 때에, 이미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아직 안 팔리고 있는 그들을,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광고하는 건 누구의 몫이라고 봐야 할까. 미운 짓거리만 하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저력은 자각한 실천가들에게서 비롯됨을 알았노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진보가 망하지 않도록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저력 생산은 누구의 몫일까.
푯대만 좇다가 진보의 넋은 나가고 혼불마저 꺼져가고 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너무나 견고한 벽은 어쩌면, 푯대만 좇고자 했던 민중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어깨동무 할 동지와 목숨 걸고 주체가 되려 했지만 어찌 보면 난무하는 푯대 중 하나를 부여잡고 혼을 다 내 준 채 줄만 대는 객체로 전락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다간 진보의 혼불은 결국 사그라들고 마는 게 아닐까. 권력은 집중되거나 커지면 부패되는 DNA가 있다는 걸 알면서 진보대연합으로 푯대에 연연할 일일까. 얹혀살며 묻어가려는 기생국민이 많았을 뿐, 정작 자각한 민중은 스스로 담금질 하고 서슬 퍼렇게 싸우며 왼편 날갯짓을 하다가도, 막바지에는 될 분께 표를 몰아드리곤 했는데 말이다. 결국 민주집권 10년 동안 서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했고, 진보는 서둘러 막을 내렸으며, 보수의 그늘 밑에서 진보는 우왕자왕 서로 네 탓만 하는 틈을 타, 보수 그들은 국회의원 나리의 밥그릇 키우는데 짝짜꿍 하였고, 서민의 피를 짜낸 뒤 더 커다래진 그릇에 담아 홀짝 마실 날을 기약했다.
진보의 싹을 잘라 ‘죽 쒀서 쥐 준’ 놈들은 빠져라
지금은 고인이 된 두 분 전 대통령은 어쨌거나 좌파 푯대의 한 줌 힘까지 삼켜서 집권했지만, 그 집권을 말아 잡수신 분들은 기성 정치공학으로 보좌한 측근들이시다. 집권 순간 재집권 플랜을 가동하는 차기 주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꾼들이 얼씬대고 줄다리기만 하면서, 진정한 진보집권의 싹을 썩어문드러지게 했기 때문이다. 썩은 물에 새물을 보태서 투명한 정치를 해보자던 무리들이 결국 혼탁을 넘어 진흙탕을 만든 것을 봤기 때문에, 기존의 선수들 말고 새로운 선수들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드림팀 놀이를 해보겠다지만 개싸움 끝에 자기 상처를 못 견뎌 꼬리 감추는 식의, 진보소멸플랜으로 전락하는 꼴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죽 쒀서 쥐 준’ 게 생각할수록 민망하기 때문이다.
양의 탈을 쓴 집권 팀을 왼쪽으로 몰고 갈 ‘청년목자 플랜’부터 짜라
고속도로가 아닌 좁은 길이야말로 서민행복의 나라,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민중의 권력을 지도자에게 몰아주는 식의 집권 플랜? 집권은 우리 사회 진보의 해법 중 하나일 뿐이다. 진보 콘텐츠를 팔아보기도 전에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내려앉는 건 진보의 넋이다. 권력의 브레이크를 자임하는 사노맹이 ‘청춘’을 불사르며 살아 불끈거렸던 때에는, 진보가 벽에 막혀 중단되거나 퇴보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다. 다시 쓰는 진보의 역사는 집권 고속도로에서의 매력상품 유통이 아니라 풀뿌리 민중 실핏줄의 내통으로 쓸 수 있다. 집권 앞으로? 넋 빠진 채 밥만 잘 먹으면 서민의 주름살이 펴질까, 아니! 진정한 진보는 고속도로를 깔지 않는다. 민중의 꼭두각시를 자임하는 권력 좌향좌! 그 꼭두각시놀이에 ‘청춘’을 바칠 때야말로 진보의 역사를 쓸 수 있다.
2011. 2. 24. 도고글로리콘도.
'미주알고주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뷰] 천안 고교평준화를 찬성한다 _20110303 (0) | 2011.03.03 |
---|---|
우울증에 시달리다 과로자살한 고 김주현님의 49재 _ 20110228 (0) | 2011.03.01 |
[포럼] 민선5기 교육바퀴에 바람 넣기 _20100709 (0) | 2011.01.17 |
[기고] 천안은 아직도 고교 비평준화 _20110114 (0) | 2011.01.17 |
햇살에 녹아 글썽임 (0) | 201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