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운동 2000

다문화가정 이야기 1

실다이 2009. 11. 21. 22:28

 

안녕하세요. 경옥이 엄마, 팔* 로***입니다. 2004년에 필리핀에서 국제결혼을 하고 한국에 와서 남편과 함께 딸 둘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시집 식구들이 필리핀 여성 사진을 많이 봤는데, 생김새와 피부 색깔이 한국 사람과 비슷해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저는 지난 8월부터 목요일마다 한 시간씩 호서어린이집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놀이나 게임, 마술, 카드게임 등을 합니다. 책만 읽어주면 재미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걸 많이 준비해야 하지요.

 

요즘 우리 부부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광덕/풍세 지역 다문화가정 친목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구식이고 말도 안 통해서 힘든 사람들에게 통역을 하는 건 정말 보람 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은 부부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집안이나 동네 어른들의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에 친목 모임을 더 자주 할 겁니다.

 

TV에서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딸들이 엉덩이춤을 출 때 우리 부부는 가장 많이 웃어요. 그런데 시아버님 말씀을 못 알아들을 때는 너무 속상해요. 시아버님이 ‘에미야!’하고 부르시다가 ‘어멈!’하고 불러서 무슨 말인지 몰랐던 적이 있어요. 한국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어서 배우기 어려워요. 그래도 용정초등학교에서 일요일마다 한국어교실 선생님이 하나하나 가르쳐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 남편은 술을 자주 마셔서 한 1년간 많이 싸웠어요. 요즘은 남편이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한 잔씩 하기 때문에 덜 싸워요. 저는 남편과 바람 쐬고 밥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요. 지난 7월에는 대천 놀이동산에서 바이킹도 탔습니다. 대천에 가서 여러 번 타봤는데 그 때마다 속이 정말 시원해집니다.

 

저는 이렇게 남편과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남편은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지요. 남편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말하고 싶어요. 남편이 제 부탁을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여보, 우리 딸들 대학 갈 때쯤에도 당신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모임 있을 때 술을 가끔 마시는 건 좋은데 매일 담배를 피우는 건 걱정이 돼요. 조금씩 담배를 줄여서 건강하게 저랑 오래오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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