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꿈 이야기 6
남한에는 장군들이 있고 북한에는 영웅들이 있다
김현경 (하늘꿈학교 국어교사)
학교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초등반 학생들, 15세에서 18세 정도의 나이지만 대부분은 규칙적인 단체 생활이 몸 설다. 게다가 긴 시간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어야 하는 일은 그 친구들에게 엄청난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수업은 교사에게도 힘든 수업시간이 되기 마련이다. 한 시간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 친구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온 몸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국어 시간, 초등학교 5학년 읽기 책에 있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읽기를 마치고 ‘박제상’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보충설명을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느닷없이 묻는다.
“여기도 영웅이 있습니까?”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 있지, 이순신 장군도 있고, 을지문덕 장군도 있고.”
“ 여기는 장군입니까? 우린 영웅입니다!”
그러면서 계속 이야기를 한다. 북한에는 공화국영웅, 노력영웅, 모성영웅이 있다고 한다.
공화국영웅, 노력영웅은 그 말로써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인지 짐작해 볼 것도 같은데 모성영웅은 좀 생소했다. 우리나라의 신사인당이나 유관순 같은 여인들을 말하는 것인가 싶어서 그 학생에게 모성영웅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내 상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대답이 다. 자녀출산을 일곱 명이상 한 여인들에게 주는 칭호란다. 자녀를 많이 출산하면 국가의 영웅대접을 받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영웅칭호를 받은 사람들은 ‘영웅의 날’이 지정되어 있어 그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하사하는 상과 포상을 받고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자녀를 많이 출산해야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도 큰 숙제 거리인데 ‘모성영웅’정책은 참 재미있는(?) 그들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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