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책 등 징계에 뒤따르는 시말서
노동자에게도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가 있다!
김 민 호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노무사)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여럿이 한꺼번에 상담을 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열변을 토했다.
질문▶ 그 동안 우리는 사업주와 감사의 묵인 하에 관행화된 업무처리방식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감사가 시정 및 관련자 문책을 권고하자, 사업주가 관련자 전원에게 무더기로 견책이라는 징계를 내리고 시말서 제출을 지시하더라고요. 일부 직원들이 시말서 제출을 거부하고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가 이번에는 시말서 제출 거부행위를 문제 삼아 다시 징계를 하겠다는 겁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의견■ 회사가 직원에게 견책 등의 징계처분을 할 수는 있어도, 그 직원에게 사죄나 반성의 뜻을 담은 시말서까지 제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헌법 제19조에 나타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헌법은 제19조를 통해서 누구도 타인에 의하여 함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시밀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우리를 해고할 수 있는 겁니까?
의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견책 등 징계처분에 뒤따르는 시말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종류 중 가장 무거운 ‘해고’를 하는 것은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부당합니다. 하지만, 시말서 미제출을 새로운 징계사유로 삼아 징계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는 게 현재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러면 어떤 징계든 정당하다는 겁니까?
의견■ 그런데 2008년 서울행정법원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뒤집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느 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말서 미제출을 이유로 징계를 당한 사회복지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복지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정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대법원 90다12991 판결 등)가 있으나, 시말서는 경위서를 의미하는 경우와, 사죄문, 반성문을 의미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징계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시말서가 어느 의미로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상태입니다. 그 사회복지사는 2심에서도 승소하고 현재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위 사회복지사 사건을 계기로 견책에 뒤따르는 시말서 미제출을 새로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해 봅니다.
* 견책 : 공무원 등의 잘못을 꾸짖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주는, 가장 가벼운 징계 처분.
* 비위 : 법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 ‘그름’으로 순화.
* 시말서 :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적은 문서. ‘반성문’으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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