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꿈 이야기 3
김현경 (하늘꿈학교 국어교사)
교무실에 있는 낯선 손님을 보느라 여학생들은 쪼르르 몰려와 고개를 내밀고 이리저리 살피며 키득거린다.
“선생님, 몇 살이예요?”
“몇 기래요?”
새로운 남학생이 면접을 보러 온 것이다. 우리학교는 수시로 면접을 통해서 입학을 한다. 18살 순박한 소년티가 나는 혁이는 북한에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잠시 있다 바로 한국으로 왔다. 이 친구들은 하나원(남한 생활 적응을 위해 교육받는 곳) 기수로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었는가를 가름한다.
노란 티셔츠에 유난히 반짝거리는 구두가 눈에 띈다. 남한에서 주로 중년의 아저씨들이 신는 광나는 갈색 가죽구두.
북한에서 권투를 조금 했다는 이 친구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았다. 수학시험을 보는데 자기 나름의 계산법으로 문제를 푼다. 옛날 우리 할머님들 계산법이다. 가령 18X5를 하는데 20X5을 해서 100을 만들고 거기서 다시 15씩 다섯 개를 빼는 방식이다. 이 학교 오면 공부 열심히 할거냐고 물으시니까
“저는 성격이 꼼꼼해서 한번 한다고 맘먹으면 꼭 한다말입니다.”
토박이 북한 말투에 구경하던 여학생들이 또 키득거리며 웃는다.
“야! 원단이다. 원단이야.”
자기들도 그랬으면서 ……
아이들은 사회화가 빠르다. 남한에 온지 얼마 안 돼 북한의 티(?)를 싹 씻어낸다. 남한의 여느 청소년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 학생들 가운데 더러는 꼭 성공해서 북한에 가서 사업을 하겠다는 친구도 있고 영어를 열심히 해서 고향 학교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것은 기억 속에서 조차 싹 지워버리고 싶다는 친구도 있다. 심지어는 자기 피까지도 바꿀 수 있다면 바꾸어버리고 싶다는 친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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