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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의생활심리이야기-엄마가 매 맞는 시대

실다이 2009. 6. 28. 19:05

엄마가 매 맞는 시대...
<이정연의 생활 심리이야기>
이정연
남자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엄마를 때리는 일이 생긴다.
장난삼아 살짝 때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파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때린다.
이런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례마다 공통성이 있다는 것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ㅎ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주부이다.
그녀는 아이라도 잘 키우고자 아이가 어릴 때부터 통제를 엄하게 하였다.
그야말로 빡세게 공부시키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최대한 통제하였다.
초등학교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였고 엄마의 말도 잘 들었다.
그러나 지금 중학생인 아들은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어떤 엄마도 자기보다 더 커지고 힘센 아들을 힘으로 당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ㅎ씨의 바람대로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범학생이 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소위 노는 학생들과 어울리며 ㅎ씨가 말하는 것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ㄱ씨는 유복한 가정의 주부이다.
그녀는 유복한 가정의 딸로서 부족한 것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학업 성취에는
만족하지 못했나보다.
사회적으로는 꽤 명망 있는 대학교 출신인데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 또한 아들에게 ㅎ씨처럼 공부에 대한 엄청난 요구와 통제를 가했다. 그러나 그녀는 교양 있는 사람으로서 아들에게 매를 대지는 않았다.
말로서 통제를 했지만 그녀의 말은 매우 정교하고 예리한 비수가 되어 아들에게는 회초리보다 훨씬 더 강한 심리적 압박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 또한 지금 중학생인 아들에게 심리적,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까지는 말도 잘 듣고 성적도 항상 1등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아들이 엄마를 때리고 소위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며, 마치 청개구리처럼 엄마의 말에 반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 엄마는 눈물로 하소연을 하지만 이 상황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해졌다.
가족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난한 환경에서 자녀교육에 매까지 동원한 엄마의 아들이나, 유복한 환경에서 전혀 매를 사용하지 않은 똑똑한 엄마의 아들이나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 엄마들은 상담가에게 아들의 문제행동을 치료해줄 것을 요청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엄마들 자신에게 있는데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심리적 교환권(Stamp)이라는 심리상담용어가 있다.
이 교환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심리적인 것으로서 우리는 매일매일 이것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만일 아들이 엄마로부터 
“고마워. 네가 자랑스럽구나.”
라는 말을 들었다면 긍정의 심리적 교환권을 한 장 받은 셈이다.
 
한편, 밖에서 매 맞고 울면서 들어오는 아들에게
“이 바보 같은 놈아, 집에서 책이나 볼 것이지 왜 그렇게 쳐 맞고 다녀!”
라고 했다면 아들은 부정의 심리적 교환권을 한 장 받은 셈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이 교환권은 우리의 가슴속 금고에 쌓아두게 된다.
듣기에 좋은 긍정적 교환권은 금빛교환권(Gold stamp)이며...
듣기에 나쁜 부정적 교환권은 회색교환권(Gray stamp)이다.
 

금빛 교환권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금빛 교환권을 준다.
“엄마,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회색 교환권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회색 교환권을 준다.
“에씨-, 나도 한 대 때렸단 말이야!”
 
이렇게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교환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회색교환권을 받은 사람은 상대에게 그것을 당장 교환하기도 하지만,
쌓아두었다가 가슴속 금고가 꽉 차서 더 이상 쌓을 수 없을 때 일시에 교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엄마 때문에 더 화가 나...”)
아들은 엄마에 대한 분노를 키우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는 못한다. 이 심리적 교환권은 무의식 속에서 주고받으며 저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회색 교환권은 금빛 교환권과는 달리 가슴속 금고에서 이자를 불린다.
 
(엄마가 날 대하는 태도는 정말 견디기 어려워... 그래서 화가 나...)
이런 감정이 가끔씩 의식으로 떠오르고 감정이 불유쾌해지면서 엄마로부터 처음에 받은 감정은  점점 더 몸집을 불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엄마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대들기도 하는 데..
어느 순간 아이의 그런 행동이 사라지고 눈에 띄게 고분고분해지면 엄마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
요지부동의 엄마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은밀하게 회색교환권을 쌓아두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회색교환권은 중학생이 되어 엄마를 때릴 수도 있지만, 아이가 성장하여 직장생활을 하다가 닦달하는 상사가 순간적으로 엄마처럼 느껴져 직장상사를 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며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분노나 반항의 감정을 쌓아두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회색교환권을 교환하지만, 분노나 반항의 감정조차 가질 수 없도록 매우 강력한 통제를 받으면서 자란 사람은 자살이나 정신분열로서 그동안 쌓아둔 교환권을 교환하기도 한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는 자녀의 입장에서 ‘느끼고’(‘생각’이 아님) 자녀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원하는 행동을 해주면 된다. 다만, 부모의 욕구를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
 
(맞고 들어온 아이에게..)
“왜 그러니, 아이고, 많이 아프겠네.”
“엉엉! 영철이가 때렸어 엉엉-”
“그래... 그렇게 큰 애와 싸우다니 많이 화가 났었구나...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아픈 것은 싫어. 앞으로는 싸우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엄마는 네가 아픈 것은 싫어.’
대개의 부모는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 상황에서 부모의 진짜 욕구인데도 가짜욕구인 신경질을 내서 위로받고픈 아이의 욕구를 한칼에 베어버리는 것이다.
 
사이좋은 부모, 자녀관계 뿐만 아니라 자녀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첫째, 자녀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표현한다.
둘째, 부모의 순수한 욕구를 왜곡하지 않고 표현한다.
이런 대화만 할 수 있다면 심리적인 문제는 아무 것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런 대화방법은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자녀에게 일상적으로 잘 사용하는 왜곡된 표현들
(부모의 순수한 욕구 → 왜곡된 표현)

네가 공부했으면 좋겠다 →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다른 아이에게 맞고 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 XX같이 매일 맞고만 다니냐!
청소를 도와주면 좋겠다 → 네가 우리 집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어?
컴퓨터 그만했으면 좋겠다 → 당장 안 끄면 컴퓨터 가져다 버린다!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 당장 못 그쳐!
밥상머리에서는 조용히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 입 닥치고 밥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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