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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살거리는 방아다리공원 _20090624

실다이 2009. 6. 24. 14:35

새살거리는 방아다리공원

 

김난주

 

 

울창한 숲에서 멀리 나온 도시민들에게는 가까이서 늘 맞아주는 작은공원이 마당처럼 편하다. 06년부터 지역민의 휴식과 여가활동 공간이 된 방아다리공원은 나사렛대와 월봉청솔아파트가 눈 맞추는 곳에 자리 잡았다. 예부터 방아다리가 사람들과 어우러졌을 내력이 궁금했으나 누리꾼들이 올려놓은 자료는 민원뿐이고 방아다리의 자취는 볼 수 없었다. 과거를 알 수 없어서 현재와 단절되었다면, 현재와 미래도 단절될 수 있다.

 

방아다리공원은 심지어 민과 관의 소통마저 단절된 듯하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새벽까지 소음에 시달린다고 아파트 주민들이 하소연하자, 소음발생이 적은 활동만 가능하게 바꾸는 공사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러면서 생활소음 행위자는 벌금 백만 원 이하를 내라는 시장의 공지팻말이 암상스레 설치되었다. 휴대폰 벨소리보다 큰 개인적 소리는 소음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밤낮 따짐 없이 음악회가 열리곤 하는데, 방송용 앰프와 출연자들의 소리는 과태료부과 대상에서 예외와 특혜를 받는다. 관의 미묘한 양다리 걸치기가 문화적 혜택이라는 형태로 주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지금 두 달에 걸쳐 공사 중인데, 조깅코스 설치공사가 끝나면 더욱더 오밀조밀한 공간으로 변한다. 임시무대가 설치되는 때가 아니고서는, 농구장이나 풋볼장 같은 소음은 발생하지 않을 태세를 거의 갖췄다. 이 공간은 주말이나 밤이라는 시간과 만날 때 사람들로 꽉 찬다. 자전거 타는 오누이, 아기를 앉혀서 유모차를 미는 아빠, 배드민턴 치는 엄마와 딸, 산책로를 빠르게 걷는 중년부부, 정자에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는 이웃, 압보도를 걷는 노부부, 나무 근처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는 젊은이들, 제법 널따랗게 펼쳐진 인조잔디구장에서 뛰는 꼬마들. 며칠 동안 싸놓았던 이야기보따리들이 펼쳐진 소통과 공감의 방아다리공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사람들 만나게 해 주는 전철이 옆으로 지나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방아다리공원도 사람들이 사과하고 약속하고 화해하게끔 하면서 미래에 다리를 놓고 있다. 이만하면 제법 멋쟁이 공원이다. 그러나 천안시 살림이 넉넉지않은 모양이다. 여느 공원보다 궁색하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가면 되므로 쓰레기통이 없는 건 참을 만하다. 그러나 생리적 욕구가 재촉하면 모든 마법의 분위기를 정리하고 화장실을 찾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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