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5.18 민중을 구원하소서!
하느님!
온누리가 꽃내에 들떠서 자지러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오월입니다.
저희들은 그냥 하느님의 여전한 새로우심이 고맙기만 합니다.
하느님!
저 남녘 민중들의 피가 아직 마르지 못한 때에,
탱자 꽃이 하얗게 피는 오월입니다.
저희들은 그냥 하느님의 향기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느님!
폭도라고 낙인찍힌 채 따돌림을 당한 그들의 분노가
사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극심해진다고 하는 오월입니다.
저희들은 그냥 하느님의 성육신과 이 오월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남녘 민중들과 부상자들과 유족들이 겪으며 살았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그 때의 피가 마를 새 없었다는 증거일텐데,
저희들은 그들의 피를 닦아야할지 눈물을 닦아야할지
저희들이 적당히 외면하는 눈과 마음을 닦아야할지 몰라 서성대고 있습니다, 하느님!
사회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간첩 혹은 불순분자로 내몰리거나 전과자로 낙인 찍혀 산 이십 년.
그 이십 년 세월을 보상해준 보상금은 푼돈이었고 빚 갚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이후 십 년 세월도 여전히 생과 사의 문턱에 서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 목숨만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국가라는 울타리에 박힌 단단한 가시에 옷이 찢기고 살마저 찔린 채
국가만 있을 뿐 국민은 없는 세상에서 발버둥쳤다고 합니다.
울타리 가시에 찔린 거였지요, 하느님!
80년 5월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민중민주의 대변인으로 다시 태어난 셈인데,
대부분 사회가 쳐놓은 울타리를 뚫고 나오지 못했고,
오히려 그 가시가 몸과 맘에 박힌 채 목소리는 빼앗기고 발마저 묶여 고립되었다고 합니다.
울타리 가시에 찢긴 거였지요, 하느님!
그 때의 기억이 같은 강도로 되풀이되는 것을 겪었고 불면증과 중독증에 빠졌으며
회피, 피해의식, 불신, 무력감 등의 정서적 불안과 강박을 겪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울타리 가시에 스스로를 찌르고 스스로를 찢는 거였지요, 하느님!
인간다움이라는 품위를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때
무력감의 오랏줄에 묶여 잠 한 번 편히 못 자고 칼처럼 예민하게 선 채,
가족과 이웃들에게 날 세우며 산 사람들.
선뜻 손 내밀지 못하고 정말 몹쓸 죄를 지은 것 마냥 주눅이 들어
문턱에 주저앉아있는 자신을 보고 속이 터져나가면 그냥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 사람들.
꿈은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지고 두서없는 넋두리만 술주정처럼 널부러지고
정체성을 포기하거나 반민중 비민주와 타협할 정도로 생존을 위협받았던 사람들.
명예를 지켜줄 마지막 증거, 5.18 원형 사적지 옛 전남도청별관마저
역사를 우습게 여기는 가짜문화전당에 빼앗길 지경인데도 손놓고 있는 사람들.
전두환과 그 패거리들에게 걸려들지 않았던 저희들에게,
탱자나무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던 저희들에게,
들바람에 날아올라 어깨춤 추는 그들을 후손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민중 예수의 모습, 가시면류관에 얼굴이 찢긴 채 십자가를 지셨던 예수님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느님!
저희들이 저희들에게 맡겨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으니,
하느님 말씀과 민중의 외침에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 생을 포기하거나
더 이상 가족들끼리 서로 생채기를 내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더 위로해주시고 어루만져주시고
이제는 남 일이 아닌 우리의 일, 우리의 삶이 될 기회를 저희들에게 주세요.
지구촌 곳곳에 있는 민중들의 삶터, 갈릴리를 향해
성큼성큼 앞서 가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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