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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정희모

실다이 2006. 10. 13. 23:16
정희모 지음
들녘|2005.11.15|ISBN 897527506X


글쓰기의 전략
황선덕님|2006.02.17
 
 
말을 잘하거나 글재주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대개 주어지는 것이기보다는 갖춰지는 것임을 우리가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예로 화법, 화술, 스피치 방법 등에 관한 책들이 잇달아 출판되고.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져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이 비교적 최근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경우는 이보다 더 척박해서 그것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모든 과정을 망라하는 이른바 글쓰기 지침서는 찾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글쓰기 과정에 대해 실제 글들과 함께 알기 쉽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좀 늦은 감이 있기도 하지만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희소성 때문인지 거의 모든 내용이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점을 들자면 우선 어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첫 문장을 적어 시작해보라는 것이었다.

머리 속에서의 글쓰기와 연필을 잡고든 컴퓨터 앞에서든 실제로 써나가는 글쓰기는 매우 다르다. 머리 속에서는 분명 멋진 글이었는데 실제 쓰려니 왜 그리 더디고 허점이 많은지 정말 너무 괴로운 과정이다. 그러나 어려움 끝에 글을 완성하고 나면 처음 내가 그렸던 머리 속의 글과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글에 못지않은 글이 되어있는 경우가 꽤 되었고. 내용도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더해지고 깊어져서 더 내실 있다는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는 글을 쓰면서의 정리, 생각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글을 시작하지 않고 구상에만 머물렀다면 얻기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사물이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해보라는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대개 매혹적인 글은 글쓴이의 민감성 혹은 독창성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깃거리나 글감을 찾아가는데, 나는 글쓴이와 같은 것을 보고서도 글쓴이의 글에서와 같은 또는 그와는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이는 좋은 글을 씀이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 얼마나 의미부여를 해 봤으며, 더 나아가 그 안에서 독창적인 글감들을 찾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평소에 의미부여에 대한 연습,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나는 일기쓰기를 들고 싶다. 일기는 하루 중 일어났던 모든 일이 주제가 될 수 있으므로 다양한 글감을 접하고 글을 써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좀더 내 방식을 더할 수 있다면 되도록 일기를 매일 쓰라고 권하고 싶다. 과거의 나도 그랬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 쓸만한 이야기가 있을 때에만 일기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의 생각은 하루가 정말 일상적이어서 아무리 고민해도 일기를 쓸 만한 것이 없을 때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 생각해보고, 그것을 글로 옮기면서 정리되어 하나의 글이 탄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때야말로 다른 이들이 놓치기 쉬운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글을 쓰는 좋은 연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일기를 매일 쓰면 상황에 따라 그 길이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하나의 글이 탄생되므로 이는 일반적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인 뽑히는 다작(多作)과도 연관되어 글쓰기 훈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들도 볼 수는 있지만 놓치기도 쉬운 부분을 포착하여 좋은 글을 쓰라는 것은 관습적인 해석에 도전하여 독창적인 글을 쓰라는 조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관습적인 해석에 도전하라는 것은 나에게는 특히나 어렵게 느껴진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제까지 나의 글쓰기가 나 스스로의 생각을 오해 없이, 비논리적이지 않게 피력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인 듯 하다. 즉 다시 말하면 방어적인 글쓰기를 주로 택해왔다는 것으로 공격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두려움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크게 여겨지는 것이 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는 이른바 공격적인 글쓰기의 경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근거를 스스로 마련하는 작업이 특히 중요한데 나로서는 그의 밑거름이 되는 충분한 배경지식이나 다양한 경험을 가지지 못했기에 특별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에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용기와, 매혹적인 글로의 좋은 접근법이 될 수 있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민감성을 가지게 했고, 또한 좋은 글쓰기의 귀결이라고 여겨지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위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