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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름답게 하는 일기문 쓰기

실다이 2006. 3. 28. 23:46

과거를 아름답게 하는 기록 사진첩 -일기문

 

 

모 월 모 일

아침밥 먹고 책가방 짊어지고 버스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청소하고, 집으로 돌아오

는 길에 학원 가서 공부하고, 학원 차를 타고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숙제하고 잤다.

 

모 월 모 일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음

 

친구들 중에는 이처럼 날마다 거듭되는 일상의 일들을 일기에다 적는 사람들이 있다. 이

러한 일기라면 굳이 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일기는 하루중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이나

사색을 통해 깨달은 것, 또 어떤 일에 대한 감상이나 오랬동안 기억하고 싶은 일들,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각오를 새로이 다지는 등 자신의 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 간직하기 위해 쓰는 글이

며, 자기 인생길을 운전해 가는 나침반으로 사용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러므로 애써 잘못

을 감추거나 꾸며 쓸 필요가 없다. 만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기를 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읽는 사람의 눈을 의식하게 되므로 거짓으로 가득 찬 일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한

거짓 일기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슬픈 버릇을 들이게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하루하루의 누적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날 그날이 의미 있고 가치

있어야, 그 사람의 인생이 알차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굳건히 뻗어 나갈 수 있다. 말하자면

일기는 그러한 성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글이다.

 

일기를 쓰다 보면 먼저 인격이 수양된다. 그리고 애쓰지 않아도 문장력이 늘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사고력과 관찰력까지 깊어지고 날카로와진다. 결국 일기느 과거를 아름답게 기록

하느 사진첩이며, 미래를 튼실하게 약속해 주는 훌륭한 보약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일기에도 쓰는 목적과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적는 독

서 일기, 작품을 써 나가면서 적는 창작 일기, 심신을 가다듬기 위해 적는 수양일기, 학과

공부를 충실히 하기 위해 쓰는 학과 일기, 보이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편지 일기, 어떤 문제애 대하여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적는 관찰일기 등.

 

14일(신미) 맑음

새벽 2시쯤 꿈에 내가 말을 타고 언덕위를 가다가 말이 헛디디어, 내(개울) 가운데 떨어지

긴 했으나 거꾸러지지는 않았는데, 아들 면이 엎디어 나를 안는 것 같은 형상을 보고 꺠었

다. 무슨 조짐인지 모르겠다.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하는데, 봉합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혼란해 졌다. 겉봉을 대강 뜯고 열(이순신의 둘째아들)의 글씨를 보니,

거죽에 '통곡' 두 자가 쓰여있어 면의 전사를 알고,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늘

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한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일이 어디 있을 것이냐, 천지

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남달

리 영특하기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떄문에 양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은드르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같이

죽어 지하에서 같이 울고 싶건마는 네 형, 네 누이, 네 어머니가 의지할 곳이 없으므로 아직

은 참고 연명이야 한다마는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 있어 울부 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

내기가 1년 같구나. 밤 9시께 비가 내렸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