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

[양승현/이연정] 연오랑과 세오녀

실다이 2014. 11. 18. 13:45

연오랑과 세오녀

 

글 양승현 그림 이연정

 

 

먼 옛날신라 제8대 아달라왕 때 일입니다.

동쪽 바닷가에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살았어요.

남편인 연오랑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아내인 세오녀는 비단을 짜며 오순도순 정답게 살았지요.

어느 날연오랑은 바다로 미역을 따러 나갔어요.

그런데 바다 저 멀리에서 뭔가 커다란 게 둥둥 떠내려 오는 거예요.

“저게 뭐지? 물고기 같지는 않은데."

연오랑은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그것은 연오랑 앞까지 오더니 딱 멈추었지요.

커다란 바위잖아!

무거운 바위가 어떻게 물 위를 떠내려 왔을까?

연오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위 위에 올라가 보았어요.

그러자 마치 커다란 배에 탄 것처럼 편안했어요.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도 무섭기는커녕 자장가처럼 느껴졌고요.

연오랑은 바위 위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쉬었어요.

아내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미역을 마저 따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신기한 바위 이야기를 들려주면 깜짝 놀랄 거야."

눈을 떠 보니 연오랑을 태운 바위는 어느 새 바다 한가운데 있었어요.

연오랑을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렸어요.

그 중에서 누군가가 말했어요.

바위가 사람을 태우고 오다니이것은 하늘의 뜻인 게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왕이 되어 주십시오."

그 곳은 섬나라 일본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되어 연오랑은 일본의 왕이 되었답니다.

한편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세오녀는 바닷가로 달려 나갔어요.

저건 그이의 신발이 아냐?”

세오녀는 바위에 연오랑의 신발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세오녀는 바위 에 엎드려 눈물을 흘렀지요.

여보!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은 어디 가고 신발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거예요! 흑흑!”

울다 지쳐 쓰러진 세오녀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지요.

세오녀가 올라탄 바위도 둥둥 떠갔던 거예요.

이번엔 바위가 여자를 태우고 왔네?”

하늘이 보내 주신 왕비인가 봐."

어서 임금님께 이 사실을 말씀 드리세."

이렇게 해서 연오랑과 세오녀는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당신 걱정 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오."

여보, 이렇게 살아서 만나다니 꿈만 같아요."

두 사람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요.

우리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하늘의 뜻인 듯하오.

이 나라를 잘 다스려 봅시다.”

연오랑은 잔치를 베풀어 세오녀를 왕비로 맞아들였어요.

이 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해와 달이 빛을 잃다니!”

신라왕은 깜짝 놀라 신하들을 불러 모았어요.

“해와 달의 기운을 받은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두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이런 괴이한 일이 일어난 것 같사옵니다"

하늘의 기운을 살피는 벼슬아치가 말했어요.

그럼 어서 두 사람에게 돌아오도록 명하라."

신라왕은 급히 일본으로 특사를 보냈습니다.

특사의 말을 듣고 연오랑이 대답했어요.

내가 이 나라로 온 것은 하늘의 명이었소.

이제 와서 어찌 하늘의 명을 거스르고 돌아갈 수 있겠소?

그러니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해와 달이 다시 빛을 찾을 것이오"

연오랑은 고운 비단 한 필을 특사에게 주었어요.

신라로 돌아온 특사는 연오랑의 말을 왕에게 전했지요.

그 말대로 비단을 바치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더니,

과연 해와 달이 예전처럼 밝아졌어요.

“해와 달이 다시는 밝은 빛을 찾았다!”

신라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세오녀가 짠 그 비단은 궁궐 창고에 잘 보관해 두었어요.

그 창고는 귀한 비단이 있는 곳이라 하여 ‘귀비고’라 불렀지요.

또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은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전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