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바이플 2013

체불된 임금은 꼭 갚겠습니다!

실다이 2014. 1. 18. 23:58

체불된 임금은 꼭 갚겠습니다!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1.16  02:35: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경영상의 문제로 이계덕 기자를 비롯한 다른 기자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이다."

며칠 전 바뀐 본지의 위키 백과 내용 중 끝 부분입니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좋을 텐데 사실이니 참 가슴이 답답하군요? 임금체납이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면목이 없을 뿐입니다. 현재 노동부에 고발되어 조사받는 건만도 3건이고, 그 이외에도 몇 분이 더 있습니다.

공유와 집단지성의 상징이라 할 위키 백과에 사실이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사실을 적시해 기록했으니 뭐라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니, 지난 대선을 앞두고서는 본지가 심지어 북조선 자금으로 운용된다는 식의 의도적 편집이 횡행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걸 반달리즘이라고 하더군요? 한동안 위키 측에서 편집을 막기도 했었던 일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참 그때는 치열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이미 10월쯤에 모든 기자가 그만둔 상태였기에 이계덕 기자와 배순주 팀장 두 사람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지난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이계덕 기자가 울먹이면서 전화를 걸어왔던 일이 기억납니다. ‘일베’는 이 기자가, ‘뉴데일리’는 제가, 이렇게 나누어 죽기 살기로 반 새누리당 논조를 유지해왔는데,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겁도 났겠죠? 이젠 자기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것이 통화의 주된 내용이었고, 걱정하지 말라고 달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선거판이라는 게 질 걸 뻔히 알면서도 이긴다고 큰소리치는 것인데, 우리 이 기자는 나름 문재인 후보가 이길 것으로 기대했었나 봅니다. 누가 이긴들 본지에 무슨 큰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냐 하는 생각만 속으로 했습니다.

사실 제가 ‘프레스바이플’에 참여해 빠져나가지 못한 사연도 기구합니다.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제안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루지 못하던 중, 어쩌다 발목이 잡혔는데, 지금은 발을 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오기도 생겨 누가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둘 마음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지난 총선이 지난 후부터 본지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을 이미 넘어섰었습니다. 두 번인가 기자 전체가 총사퇴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가슴에 남는 말은 모 정치인 실명을 대며 "OOO 찌라시" 못하겠다는 당시 편집국장의 발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갑니다. 대표이사와 발행인, 그리고 저의 신분상 오히려 조심하려고 노력한바, 단 한 줄도 해당 정치인과 관련한 이야기는 글로도 쓴 적이 없고, 심지어 당시에는 저조차 편집에 관여한 바도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말이니, 이는 정치적으로 해석해야 마땅한 순간이었죠!

참 괘씸했습니다. 저는 여기 정치하려고, 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정치판 눈치 보기 단수로 치면 한참 아래일 것이 분명한 젊은 친구가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금도 지울 수 없습니다.

여하간, 청년비례 이야기들을 책으로 역어 냈다가 쪽박 차고, 대선 앞두고는 "박근혜 바로 보기" 출판을 해서 쪽박을 차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수익사업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언론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촛불집회 현장에 나가 후원 요청하는 짓은 죽기보다 싫으니 할 맘은 애초에 없었고요….

대선 전까지 있었던 두 곳의 지방자치단체 배너 광고를 끝으로 광고 유치를 전면 포기했습니다. 내친김에 많은 분은 아니었지만, 개인이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후원금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많지도 않은 게 조금 창피하더라고요… 이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광고 좀 달라고 하는 것도 구걸 같아 창피하고, 아울러 누구로부터도 자유로운 언론이 되고 싶다는 신념 또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구글이나 이베이의 광고 제안도 거절했습니다. 트래픽이 늘고 순위가 오르자 먼저 제안이 들어온 것이지만, 제가 운영하는 매체의 속성을 저보다 잘 아는 이는 없을 터, 그 광고로 팔자 고칠 일이 없다는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괜히 지면만 어지럽힐 뿐이라는 판단이었기에 거절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건물관리와 관련한 일종의 작업을 하고 있었던바, 그나마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3월 즈음부터 기자 몇 명에게 월급 줄 능력을 겨우 마련했습니다.

물론 창간 이후 저는 월급을 받지 않았습니다. 집에도 안 가고, 담배 이외에는 별다른 기호식품(?)도 없고, 밥도 거의 하루 한 끼면 견디는 특이체질이라 경제적인 동물이라는 게 큰 몫을 했습니다. 나름 오지랖도 넓은 편이라 여기저기 빚도 늘었습니다. 20년 안 쓰던 신용카드도 쓰고 카드론이라는 것도 쓸 수밖에 없더군요….

몇 군데 홈페이지 제작도 수주받아 일하고, 꾸준히 전자책도 발간했습니다.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 열심히 취재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영상 취재가 합쳐진 것이라 인원과 장비가 꽤 든다는 것이죠! 단 몇 개월 만에 회사 재정이 거의 풍비박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몇몇 기자는 이에 반대하기도 했었습니다. 무리한 확장이라는 것이죠! 나름 오랜 기간의 경영 능력을 자부하는 제가 모를 일이 아니었지만, 이왕 발을 들인 것이니 어느 만큼은 하고 끝을 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본지 안에 크게 차지한 일종의 편향된 논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사실 제겐 가장 중요한 관점이었기에 밀어붙인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금이 밀렸고, 오늘날 그야말로 백과사전에 오르는 수모도 겪게 된 것입니다.

어떤 기자는 아예 자신의 트위터 소개 글에 본지에서 임금을 못 받아 퇴직했다고 써놓은 것을 보면서 저는 가끔 웃기도 합니다. 뭔가 새벽녘 기차역에 서 있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감정도 생기고, 한편으론 사실 후련하기도 하더군요! 솔직한 심정입니다. 비록 지금 돈은 없지만,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인연을 끝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더군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하루도 풍파가 없는 날이 있겠습니까? 저는 요즘 건물관리와 관련해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원칙과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고, 저는 이를 경제적 관점을 떠나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적어도 본지가 나선 일이니 내가 죽더라도 어느 만큼의 성과를 꼭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을 수 없습니다.

며칠 전, 저는 본지의 대표이사와 발행인을 승계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최대주주인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공짜로 봉사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다고 선언했었고, 이를 합의서로 주고받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월급을 책정하고 이를 소급해 급여로 지급받거나, 아니면 제가 원하는 만큼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에 합의한 것이니, 시쳇말로 제 맘대로 처리해도 할 말이 없게 만든 게 이미 지난 여름입니다.

그러니 노동부는 제가 갑니다. 고발을 당해도 제가 당할 것이고, 체불임금의 해결도 모두 저의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노동부 직원에게 통보했고, 고용노동부 또한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꼭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언론이 되겠다는 각오입니다.

요즘 건물관리 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한답니다. "바로 이런 회사를 원한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그분들은 저번 달 월급을 모두 한 달 뒤로 미룬 분들입니다. 한 달의 자금 여력을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사람들의 단합된 힘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어떻게 고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돈으로 저의 목을 죄려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더 굳게 뭉치고,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일하는 분들의 모습은 저를 참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 저녁 즈음, 청소하시는 분께서 치킨과 맥주 한 병을 사무실로 가져왔더군요… 왠 치킨이냐고 물으니 자기가 첫 월급 타고 쏜다고 했던바, 오늘 치킨을 사겠다고 했더니 이 사람 저 사람이 십시일반으로 더 모아 전 직원이 먹을 정도의 치킨을 샀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많으신 분들이 이 못난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인데, 나아가 한가족처럼 서로 아껴주는 이런 모습은 바로 제가 그려오던 기업의 모습입니다. 제가 벌어 여러분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노력이 있기에 적으나마 함께 행복할 수 있고, 그 힘을 발판으로 우리가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 많이 행복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물 곳곳을 수리하고 청소하시는 분들의 힘으로 그나마 이어가는 본지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끝은 있겠지요? 그럼에도, 존재하는 날까지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글에 더불어, 저의 불찰로 아직도 임금을 다 받지 못한 옛 동지들께도 미안하다는 말을 드리면서 꼭 갚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니라 제가 모셨던 분들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이는 끝내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삼각 정글의 진정한 파수꾼, 노동하는 언론으로서 '프레스바이플'의 이름이 욕되지 않도록 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2014년 1월 16일 새벽

‘프레스바이플’ 편집위원 박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