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천안학부모회 2008

6.2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실다이 2010. 5. 18. 23:39

   ▼ 천안시 고교평준화 시민연대와 충남도교육감 김종성 후보와의 면담. 2010. 5. 18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사회당 김용기 후보, 진보신당 이영우 후보와 이윤상 후보, 민주노동당 이용후 후보. 김난주 사무국장)

 

6.2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김 난 주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사무국장)

 

 

우리 자녀들이 너무 어릴 적부터 전쟁터에 징집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철도 들기 전의 아동 청소년들을 국가 간, 시도 간, 학교 간, 친구 간 경쟁에서 이기라며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동안 경쟁공부에 내모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충남 전 지역이 비평준화이고 그 35%의 학생이 공부하는 천안도 50만 인구 도시의 면모에 걸맞지 않게 비평준화에 머물면서도 특목고니 자사고는 타 지역 못지않게 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중 삼중의 입시지옥을 3년이나 더 많이 겪어야 하는 천안 중학생들은 빼앗긴 인성발달기를 어떻게 되찾으며, 오롯이 자신과 가족이 겪게 될 입시 트라우마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부 잘하는 자녀와 공부 못하는 자녀 둘을 둔 부모조차도 한 자녀를 지게 만드는 제도로 다른 자녀는 명문고와 명문대에 가서 출세하길 기대한다. 성공한 아이가 실패한 아이를 먹여 살리면 된다는 식이지만, 과연 실패자로 낙인찍힌 채 평생 형제 덕을 보며 살길 원할까. OECD 국가라고 하지만, 자식 하나 잘 돼서 나머지 형제들을 먹여 살리게 하면 된다는 식의 궁핍함에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인가. 각자 타고난 특기와 적성으로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게 아직도 어렵다는 말인가.

 

천안 고교평준화를 원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평준화 정책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를 여러 가지 든다. 그런데 비평준화를 주장하는 시민들은 공부 잘 하는 학생들끼리 모아서 더 잘 하게 해 줘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적 우수자들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전부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그것이 국가 미래에 바람직한가. 타 지역 75% 고등학교는 왜 고교등급 평준화를 유지하겠는가.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통계는 무엇을 말 하는가.

 

평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고, 공부를 잘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경쟁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고 자율적 학습태도와 진짜 실력을 키워서 적성분야의 대학에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길 원한다. 평준화제도가 바로 그런 고민에 더 유리하고 실질적 득이 크다고 믿는 것이다. 아무리 일부 언론이 비논리적 자료로 경쟁을 부추기며 특목고나 외고나 자사고 등으로 평준화를 와해하려 해도, 자녀를 낳아서 몇 년 키우다 보면 쓸데없이 경쟁에 휘말리고 등수에 발목이 잡힌 채 사교육비로 등골이 휘게 되면 서열화 교육현실을 통탄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교육제도에 관심이 없다. 아니, '우린 다 끝났다'며 그 지긋지긋한 교육문제를 다 겪어냈고 더 이상의 기회라곤 없는 막장에 도달한 우리에게 너희들의 고민 따윈 들먹이지도 말라는 듯 냉소에 찬 표정으로 교육 현안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뿐인가. 비평준화 천안지역에서 명문고 학벌을 갖추려는 타 지역 학령기 인구유입을 기대하는 천안지역 이기주의는 비평준화로 회귀한 95년부터 지금까지 충남균형발전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기초의원 후보부터 시장 후보까지 명문고 동창회 표와 소위 꼴통학교 학부모들의 표까지 다 얻으려는 태도로 애매모호한 중립자가 되어, 책임 있는 교육공약화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평준화 지지 유권자들로서는 어떤 후보를 찍어야 입시경쟁 해소와 대학진학률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의 행복하고 유익한 학창시절에 관련된 평준화를 포기하고 고개를 떨구는 것은 생때같은 자식들 앞에서 할 수 없는 노릇이다.

 

6.2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중 사회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예비선거 때부터 이미 고교평준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내부토론을 통해서 평준화가 공교육 정상화에 어떤 점에서 실용적인지 유권자들에게 알렸으며, 평준화로의 변화를 촉구했다. 반면 나머지 정당들은 고교평준화에 대한 입장과 이유를 밝혀달라는 평준화 시민연대의 요청에 모두 입장표명을 거절했다. 초중등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어떻게 지지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교육문제는 교육의원과 교육감의 임무라며 나몰라하는 태도다.

 

도교육감 후보나 교육의원 후보들도 평준화에 적극적이고 관심 있는 태도가 아니다. 출마 선언 때부터 고교평준화를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지철 교육의원 후보를 빼면, 나머지 후보들은 평준화 시민연대가 재출범하여 두 달간의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통해 여론을 표면화하자, 이제야 계속 입장을 바꾸고 있다.

 

강복환 교육감 후보는 65%의 평준화 찬성률이면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가 18일자 경향신문을 통해서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주의란 51%가 원하는 것을 실현시키는 것이고, 임기 말까지 기다리기엔 우리 고통이 너무 극심하다. 김종성 교육감 후보는 18일, 평준화 시민연대와의 면담에서 시민단체들을 포함한 추진협의회를 올해 안으로 구성하고 평준화와 비평준화의 강정과 약점을 비교하는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겠다고 했으며, 선거 후에 구체적 일정을 계획해보겠다고 했다. 오제직 전 교육감이 고교평준화 공약을 당선 후에 지키지 않았던 전례가 이후에도 먹힐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는 2012학년도 고교진학생들을 위해 소규모 설명회와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하루가 급하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계속 표면화할 것이다.

 

선거의 매력은 만인에게 똑같이 한 표씩 행사하게 하는 데 있다. 명문고 출신이든 학원 원장이든 비평준화 때문에 꼴통학교라고 낙인찍힌 학교의 학부모든 누구에게나 한 표씩 교육감부터 도지사와 시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 선거 전까지 구체적인 평준화 추진일정을 계획해서 유권자들에게 발표하여 희망을 심어주는 후보가 있다면, 찍을 사람이 없었던 학령기 가족 유권자들이 비로소 귀중한 한 표를 의미 있게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6.2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치는 자녀들을 위해 일할 후보를 당선시켜서 고교평준화 추진의 깃발을 드높이고, 각 당선자들과 함께 행복학교와 협력교실 재건을 위해 힘차게 출발하는, 모두가 이기는 선거! 우리는 함께 이기는 선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