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평가는 각각의 교과 담당 교사가 제시한 학습 목표에 도달했는가를 평가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학년 전체 학생들을 상호 비교하는 줄 세우기식 평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평가 영역은 형성평가, 서술평가, 보고서, 에세이, 수업참여 등 수업시간에 다루어지는 모든 내용입니다. 이런 시험 방식은, 시험이란 개별 학생의 성취수준을 확인하여 한명 한명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을 중요한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상급학교 진학으로서 자료가 활용되고 그 평가도 매우 신뢰하지만, 이는 이차적인 목적입니다.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은 매학기 두 번에 걸쳐 성적표를 받습니다만, 그 성적표에는 아이들 이름과 교과 이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글이 없고 온통 숫자로만 나열된 기록물을 받습니다. 점수와 등수로 채워진 숫자는 우리 자녀가 어느 교과목에서 몇점, 몇등을 했는지 알려주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어느 교과에서 특히 어떤 부분이 약한지, 어떤 학업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교사의 전문가적 소견이 성적표에는 담겨있지 않습니다. 성적표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 능력과 흥미보다는 오직 남들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보여주는 정보만 제공해주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런 성적표에 지난 세월 너무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우리는 시험성적표를 통해서 입시에서 남보다 얼마나 우리 아이가 우월한가를 알기 이전에, 우리 자녀들이 교과에 대해 얼마만큼 성장하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 잠재능력이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입시를 위한 죽은 성적표가 아니라, 교사와 아이, 학교와 가정이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대화를 위한 살아있는 정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숫자만 나열된 메마른 성적표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해외 선진국의 성적표, 학생들의 교과 능력 평가기록은 우리와 그 정신과 철학이 다릅니다. 우리 부모들이 참으로 원하는 시험 성적 제도를 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에 향유하고 있었습니다. ‘에이, 세상에 그런 성적표가 어디있어’라고 생각하며 우리의 시험 성적을 당연시 여기고 있는 동안, 해외 선진국들은 아니, 거의 전 세계는 아이들의 능력을 절대적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그 아이들의 능력을 발굴하고 그에 맞춘 지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의 낡은 아시아식 전 근대적 성적표와 평가 체제 그리고 그것을 요구하는 경직되고 획일화된 교육과정의 틈바구니 속에서 행복한 성적표는 교실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학습 성장 발달과정을 관찰하는 과정을 요구하기에 수업방식과 수업 시수, 참여 학급 수에서 기존의 수업과는 매우 다른 틀을 요구합니다.
교사들 스스로가 이제껏 수업을 통해서 교과 지식을 가르쳤지 개별 학생들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지 못했다는 것, 학생들의 변화 과정을 살피고 그에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수업을 통해 진도를 나가고 입시에 필요한 내신 평가를 위해 시험을 치루어 전산처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의사가 환자를 관찰하고 진단하고 처방하듯이 그렇게 학생들의 학습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학교와 정부를 향해서 “더 이상 입시를 위해 등수와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메마른 성적표를 만들지 말고, 우리 자녀의 교과학습능력과 태도에 대해 전문가적 풍부한 진단과 처방이 담긴 성적표를 달라”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정부도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를 줄여 줄 테니, 힘들더라도 교사들은 이 본질적인 활동에 매진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행복한 성적표를 만들자는 것은 교사가 요구할 일이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할 일입니다.
그런 성적표가 입시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가 손쉽고 안일하게 학생을 뽑아가려는 대학의 요구에 맞추어 우리 권리를 포기해야하겠습니까? 대학도 결국 이런 전문가적 진단이 담긴 성적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야말로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고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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