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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역공설시장, 감동 줄 준비하며 손님 기다린다

실다이 2009. 7. 29. 12:59

천안역공설시장, 감동 줄 준비하며 손님 기다린다

 

 

천안우체국과 국민은행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문성동사무소 가기 전 왼쪽으로 들어가면, 시장 주차장과 동사무소 주차장 사이 골목에서 장사할 저녁을 기다리며 포장마차들이 쉬고 있다. 마흔 대 가량 주차 가능한 천안역 공설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했더니, 물건을 사고 주차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주차장 관리인이 알려준대로 상인회 임원을 만나러 갔더니, 이 뜨거운 여름 한낮에 ‘붐비나 옷’사장님은 맞은편 지하 입구에서 7월 중 개소할 사무실을 단장하느라 타일에 시멘트를 얹고 있었다. 상인회 재무담당인데, 시장 일은 회장님이 잘 아니, ‘오복사철탕’으로 가보라 한다.

 

“돌아가면서 회장을 해야, 시장운영의 흐름도 알고 고충도 이해할 수 있지요. ‘먹고 살기 힘든데 회비를 왜 내라하냐’ 하고 ‘시청에 왔다갔다 해서 뭐 할 거냐?’고도 하는 등 단합이 안 되었었는데, 차츰 친해져서 믿어주기까지 합니다.” 곧 임기가 끝나는 회장 김기수 씨는 개인의 명예보다 시장의 발전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재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장사는 덜 되도 임원진이 앞장서서 같이 살 길을 찾고 있다는 걸 믿으니 상인들 호흡이 척척 맞아 살맛이 난단다. “천안 사람들은 모두 이웃사촌인데 으르렁거리고 쌈박질하면 손님들이 오고 싶겠냐.”며 친절하게 대해줘서 시장을 살리고 싶단다.

 

회비도 못 내는 상인들이 있어서 형편에 맞게 월 오천 원으로 정하고 두 달에 만 원씩 걷고 있는데, 이제 사무실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들이 동의해 주면 조만간 회비를 올려볼 요량이란다. 이백 여 상점 중 백여 곳이 가입을 했고, 지원을 받으면 앞치마 한 장이라도 똑같이 회원들과 나눈단다. 시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LED 간판 전기세를 따로 안 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작은 사무실이지만 집기류를 넣을 형편이 아니라서 ‘비품 지원을 받으면 좀 좋으랴’는 눈치다.

 

천안역공설시장은 2007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해서 2대 임원 13명이 상인회를 대표하고 있다. 지난 봄에는 꽃박람회에 야유회를 다녀왔고, 오는 9월 첫 주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시장 중간에 있는 특설무대에서 제4회 행사를 연단다. 시민 노래자랑을 하고 웰빙음식엑스포 입장권 등을 경품으로 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시장 활성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손님에게 감동을 주는 상인이 되도록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고, 회원들은 중소기업청 교육을 받으러 대전과 서울에 오가기도 한단다.

 

천안역 근처라서 옛날에는 이곳이 번화가였다. 도시의 중심지였던 좋은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먼 옛날이야기 같다. 서부 쪽에 도시가 만들어져서 이사를 갔기 때문에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이동 인구가 없어서 외부 노점상에게 들어오라 해도 버스승강장 주변이 오히려 낫다고 상가에 안 들어오는 실정이다. 또 상가를 헐값에 내놔도 월세를 못 낼까봐 겁이 나서 세도 안 든다. 하지만 아케이드를 설치했기 때문에 비나 눈이 와도 편안하게 장사를 할 수 있고, 손님들도 장보기 좋아졌으며, 천오백만 원 지원받아서 설치한 LED간판으로 상점 광고도 해주기 때문에 시장 형편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파트가 세워져서 사람들이 들어와 살아야 먹고 살만해진다며 상인들은 재개발을 손꼽아 기다린다. 재개발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도 대형마트와 대기업 소속 소형마트가 따라 들어올 게다. 전통시장만이 지닌 멋과 전통시장에 와야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상인들이 재개발을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천 순대집들이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천안역공설시장만의 특징을 계발해서 부각시키면 아파트 입주민들도 전통시장 맛을 누릴 수 있겠다.

천안아산좋은뉴스 김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