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는 윤무(輪舞)에서 만난 파트너입니다.
이본미 (정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9반)
제가 고 1이던 당시, 학교에는 무용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 우리는 발레를 배우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민속무용에 대해 배우기도 하였으며, 2인 1조가 되어 정열적인 탱고를 추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무엇보다도 좋아했던 것은, 반 전체가 원을 이루어 추는 윤무(輪舞)였습니다. ‘베사메무쵸’를 배경 음악으로 한 안무를 가장 좋아했고, 한국 전통의 민속춤인 ‘강강술래’ 역시 유쾌한 마음으로 즐겼습니다. 앞으로 돌고, 뒤로 돌며 새롭게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모두 다 색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춤동작이 열이면 열 특색 있었고, 지금도 어렴풋이나마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 때부터 ‘원’이라는 형태가 지닌 신비성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아이들이 일정한 동작으로 음악에 맞추어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가는 둥그런 움직임은, 마치 구도자의 순례 같기도 하고, 경건한 종교적 의례 같기도 합니다. 고대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원’, 또는 ‘소용돌이’를 보고 삶, 인생, 탄생과 죽음의 도식이라 여겼다고 전해집니다. ‘인생은 돌고 도는 수레바퀴’라는 말처럼, 어쩌면 원을 그리며 추는 윤무 역시 인생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윤무를 출 때는, 음악의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파트너(partner)를 교체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간 서로가 춤을 추다가, 다시 또 다른 이와 만나게 됩니다. 이렇듯,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이와 같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춤추기도 하고, 여럿이 헤쳐 다시 여러 개의 원을 만들기도 하며, 그러다 다시 모여 큰 원을 이루어 순서대로 돌아갑니다. 마치 사람들이 짝 또는 무리를 지어가며 삼삼오오 어울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무 곡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격렬하고 정열적인 리듬 후엔 한층 숙연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리듬이, 유쾌하고도 우스꽝스런 리듬의 곡을 즐긴 후에는 무감정하고 무미건조한 리듬이 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다양한 리듬에 맞추어, 누군가와 만나고 또다시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 중에는 경쾌한 만남도 있고, 원치 않았던 슬픈 만남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잊고 나서야 속이 후련한 누군가도 세상에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또다시 우리는 거대한 ‘인생의 수레바퀴’를 천천히 그려나갑니다. 결국,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 역시 또 하나의 윤무곡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올해 새롭게 사귀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리듬은, 미사곡처럼 장엄하며 웅장하다가도, 우산 위에서 톡 하며 튕기는 빗방울처럼 산뜻하고 신선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만나게 되면서, 두 명의 또 다른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네 명이 모여 또다시 새로운 물결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지금 저는, 제 자신의 파트너로서 함께 춤추고 있는 이 친구를 아주 좋아하고, 전에 없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참 행복하고, 또 축복받은 일입니다.
그런 제 친구도, 저도, 미래 언젠가의 직업과 이상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저희들의 리듬이 끝나게 되면, 우리는 서로 각자의 길을 찾아나서, 또 다른 이들과 또 다른 화음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의외로, 헤어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우울하고 안타까운 일로 여겨집니다. 저 또한 그런 멋진 친구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인생의 길이 제각각이기에, 결국, 만남이란 언젠가 이와 같이 필연적으로 찾아올 이별을 상정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윤무의 인생관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교훈을 가르칩니다. 시시때때로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파트너들은, 모두 제각각의 개성과 특색을 지닌 독립적인 객체이며, 주체적인 자아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와 또다시 새로운 안무를 그리게 될 때, 서로의 호흡에 맞춰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길러야 합니다. 책임감을 지니고, 최선의 화합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리듬과 각기 색다른 스텝에 대해서 최대한의 성심으로 응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리듬은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순간이 가장 귀중하고 중요한 한때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정에서의 역할, 학교․직장에서의 역할을 구분하고, 또한 그에 따라 적절하고 보람 있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 자신의 파트너와 헤어질 것을 염려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곳에서 다른 리듬을 타고 만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비록 영영 해후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상대방이 세상의 어디선가는 다른 누군가들과 여전히 개성적인 윤무를 즐기고 있다는―과거 당신과 그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사실만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 상대방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기꺼이 축복해줄 수 있는 것만큼 신성한 사랑은 이 세상에 다시없으니 말입니다.
저와 제 친구의 리듬 역시 언젠가는 끝날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Rhythm이 끝나는 날이 와도 춤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희망을 덧붙이자면, 냇물이 갈라져서 다시 만나고,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어느 동화 같은 노래가사처럼 또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우리가 그렇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은 죽음이 있어서 더욱 열정적이고, 만남이 이별을 상정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라는 삶의 교훈을, 구도자적인 자세를 갖추어 몸소 실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파트너와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이 우리에겐 각별한 존재입니다. 윤무의 인생관은, 이처럼 새롭게 만나는 모든 파트너에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상대방을 서로 ‘귀중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수천․수만의 사람 가운데 연이 닿아 만나게 된 특별한 단 한 사람만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결코 무시하거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만나게 될 사람과 지금까지 만나 온 모든 사람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존재 된 자로서의 의의이자 정결한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즐거운 마음 하나로 기꺼이 출 수 있는 윤무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것은, 고유한 리듬을 즐기는 태도와 열정, 파트너에 대한 애정입니다. 저 역시 지금의 제 파트너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서로가 몇 년이 지나도 부디 이 시간을 잊지 않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보다 먼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더 나아가 지구의 모든 겨레가 이 거대한 윤무곡의 파트너들이 되어, 만나고 헤어지고,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인생의 장대한 하모니를 그릴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별을 꿈꾸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http://webzine.nuac.go.kr/tongil/View.jsp?p_PAGENUM=1
대구 남구협의회(회장 박근규)는 국제 청소년교류단체인 아리랑 21과 공동으로 ‘한글 글짓기 대회’를 개최하고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시상식을 개최했다. 한달여에 걸쳐 작품공모를 받은 이번 대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각지 동포청소년들과 국내에서 총 2,700여명이 응모했다. 청소년들은 통일, 평화, 만남, 겨레, 미래, 한글 등을 소재로 개성이 넘치는 시와 산문을 제출했으며, 협의회는 2차에 거친 심사를 거쳐 68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번 대회 최고상인 영예의 대통령상은 정화여고의 이본미양이 차지했다. 수상작 '우리는 윤무(輪舞)에서 만난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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