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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세탁소 자영업자(58, 여) 리폼 잘해도 밤손님 기다려야

실다이 2013. 6. 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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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사회·환경
K 세탁소 자영업자(58, 여) 리폼 잘해도 밤손님 기다려야
김난주 기자 | younha4346@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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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6.24 23: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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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난주)
KYN님은 1994년에 생계를 위해 3천만 원을 들여 세탁소를 개업했다. 보증금 5백만 원에 월세 30만 원. 동네가 이제는 재개발지역이라 상권이 죽고 주민들도 새 동네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보니, 요즘같은 불경기에 굶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단다. 젊을 때 대기업에서 디자인 실력을 닦은 덕에 이웃 동종 폐업자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그녀, 리폼과 수선으로 겨우 살아남은 '골목 세탁소 자영업'이 '하루살이 같다'고 넋두리 한다.


 

드라이 정유 사려면 1통에 33천 원이다. 1통으로 겨울옷 10벌 세탁하고 오륙천 원 받으니, 기름 때서 다림질 하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 자크, 비닐 카바, 철사 옷걸이도 150%씩 인상됐다. 불경기라 술집아가씨들이 많이 줄었다. 이런 단골손님이 줄어서 물품들을 한 상자씩 사지도 못한다.

 

하루 벌어서 연탄 1장과 쌀 1되를 샀던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이 동네에 태반이다. 차라리 월급쟁이면 좀 낫지, 자영업자다보니, 운영비 계산에 매일 머리 터질 지경이다.

 

그나마 나는 리폼 솜씨가 좋다고 인정받아서 수선을 맡기는 단골들이 오는 길에 세탁까지 맡기고 가니까 다른 세탁업자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그래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칼퇴근하기 어렵다. 손님들이 필요한 시간에 기다려주는 가게로 발길 닿는 법이다. 맡기면 제대로 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또 찾는다. 이렇게 맺은 단골손님을 한 번 놓치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러니 일곱 시건 여덟 시건 집에 못 들어가고 기다릴 밖에.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요즘 점심때만 돼도 야쿠르트를 팔 데도 없고 배달 갈 데도 없다고 하더라. 이 골목에서 세탁소만 4개가 문을 닫았다. 그러면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몰릴까? 애초에 대형 프렌차이즈 세탁소로 몰려가서, 올 손님도 없다.

 

상인회나 협회에 가입해봐야 쓸 만한 정보를 주기를 하나, 말짱 소용이 없다. 일 년에 한 번은 2만 원 내고 위생교육을 받으러 갔다 와야 한다. 그 돈도 이젠 아깝다. 먼지 많고 고된 일 해서 몸이 고달파도 손님 한 명이라도 발길 돌리지 않도록 밤늦도록 기다려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