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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난주) | KYN님은 1994년에 생계를 위해 3천만 원을 들여 세탁소를 개업했다. 보증금 5백만 원에 월세 30만 원. 동네가 이제는 재개발지역이라 상권이 죽고 주민들도 새 동네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보니, 요즘같은 불경기에 굶지 않는 게 다행이다 싶단다. 젊을 때 대기업에서 디자인 실력을 닦은 덕에 이웃 동종 폐업자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그녀, 리폼과 수선으로 겨우 살아남은 '골목 세탁소 자영업'이 '하루살이 같다'고 넋두리 한다.
“드라이 정유 사려면 1통에 3만 3천 원이다 . 그 1통으로 겨울옷 10벌 세탁하고 오륙천 원 받으니 , 기름 때서 다림질 하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 . 자크 , 비닐 카바 , 철사 옷걸이도 150%씩 인상됐다 . 불경기라 술집아가씨들이 많이 줄었다 . 이런 단골손님이 줄어서 물품들을 한 상자씩 사지도 못한다 .
하루 벌어서 연탄 1장과 쌀 1되를 샀던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이 동네에 태반이다 . 차라리 월급쟁이면 좀 낫지 , 자영업자다보니 , 운영비 계산에 매일 머리 터질 지경이다 .
그나마 나는 “리폼 솜씨가 좋다 ”고 인정받아서 수선을 맡기는 단골들이 오는 길에 세탁까지 맡기고 가니까 다른 세탁업자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 그래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다 .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칼퇴근 ’ 하기 어렵다 . 손님들이 필요한 시간에 기다려주는 가게로 발길 닿는 법이다 . 맡기면 제대로 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또 찾는다 . 이렇게 맺은 단골손님을 한 번 놓치면 그걸로 그만이다 . 그러니 일곱 시건 여덟 시건 집에 못 들어가고 기다릴 밖에 .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요즘 점심때만 돼도 야쿠르트를 팔 데도 없고 배달 갈 데도 없다고 하더라 . 이 골목에서 세탁소만 4개가 문을 닫았다 . 그러면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몰릴까 ? 애초에 대형 프렌차이즈 세탁소로 몰려가서 , 올 손님도 없다 .
상인회나 협회에 가입해봐야 쓸 만한 정보를 주기를 하나, 말짱 소용이 없다. 일 년에 한 번은 2만 원 내고 위생교육을 받으러 갔다 와야 한다. 그 돈도 이젠 아깝다. 먼지 많고 고된 일 해서 몸이 고달파도 손님 한 명이라도 발길 돌리지 않도록 밤늦도록 기다려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