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전과 충남지역 고교생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천안지역에서는 지난 1일 휴대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과 초등학생을 잇따라 성폭행한 고교생 A(17) 군이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A 군은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 여학생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휴대폰을 모두 빼앗는 등 범행 후 은폐도 치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선 지난달 28일에는 대전의 초등학생 B(12) 양이 평소 알고 지내던 고등학생 C·D(17) 군 등 2명으로부터 잇따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지난 2010년 발생한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가담자가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뜨거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0년 대전지역 고교생 16명이 정신지체 장애 3급인 여중생을 집단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기소됐던 사건으로 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들에 대해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내리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왔다.
이처럼 학생들에 의한 성폭행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에 대한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당국이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을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정책을 변경해 자율적이면서도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전국 초등 5학년~고교 2학년 1만 225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해 지난 7월 말 발표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음란물을 이용해 본 경험자는 4843명(39.5%)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2%는 성인 음란물에 나오는 행위를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성인물에 대한 경험이 성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고충환 전교조 천안중등지회장은 “이러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인성교육이 강조돼야 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입시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성교육을 (단체에) 맡기고 강제로 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폭력 추방’과 관련한 내용이 각종 수치로 집계, 학교평가로 이어지면서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추행과 성폭행이 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에서의 학교 평가 내용에 자퇴율과 학교폭력 같은 게 들어가서 그런 것들이 수치화 되면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금전적으로도 불이익을 준다”며 “교사들의 성과급도 학교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은폐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난주 평등교육천안학부모회 대표는 “학교 내에서 경쟁시스템이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를 만들어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면서 불미스런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성교육은 교과서 보고 성폭력 교육 몇 시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되려면 학교가 입시교육을 탈피하고 협력 교육을 해야 하는 등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입시위주의 결과이자 답으로 이런 불미스런 일이 나오고 있다”며 “원한 답이 이게 아니었다면 제도와 정책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교육당국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천안=이재범 기자 lee-360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