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뜮 ㅣ지나가겠다
피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 뒤치락 뒹굴겠다
연인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
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
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
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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