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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부분이 육체의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탓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깨나 발목의 아픔과는 달리 어떻게 처리할 길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나는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아픔을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흘러가는 시간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과거를 잊게 해 주리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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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날을 어떻게든 지내고 보자는 게으르고 자포자기적인 성격 탓에 나는 일순의 쾌락에 몸을 맡겨 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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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복원시켜야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찢어진 그림을 어떻게 복원시켜야 할까. 바니스를 칠해야 할까, 판화의 뒷면을 조사해야 할까, 아니면 벌레 구멍을 막아야 할까, 먼저 액자를 바꿔야 할까, 아니면 접착을 다시 해야 할 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격심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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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술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개인에 따라 방법이 제각각이다. 이것이 올바른 복원술이라고 교과서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서는 그 작품의 손상 정도, 제작 연대, 화가의 독특한 수법에 따라 복원 방법은 제각기 다르다. 거기에다 복원사 나름대로 개발한 방법 등의 차이에 따라, 복원술은 복원사의 수만큼 다양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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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업이 얼키고설킨 그 코사의 작품을 받아들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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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복원사는 그런 코사의 혼을 무시하고 자신의 인상을 우선하여 색을 넣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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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은 일종의 카타르시스 상태로 복원사를 이끌고 간다. 작읍 과정 가운데서도 가장 꼼꼼한 일이지만, 나는 그 때 마음이 정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림이 덮어쓰고 있는 시간적이며 정치적, 종교적 오물을 일단 씻어 냄으로써, 그림의 원래적인, 그림이 그려질 때의 순수한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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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정 작업이 끝나자, 비구름 같은 오물 아래 있던 아름다운 원호의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그 순간, 나는 코사의 영의 힘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이 모두 용서받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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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시 복원사로서 미래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화해하면서 미래로 오르는 길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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