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평준화연대 2009

091013_공부 못하는 학생입니다

실다이 2010. 4. 26. 16:17

공부 못하는 학생입니다. [2]

  • 후니kim-hoon****후니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54133 | 09.10.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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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저는 지방국립대 공대생입니다.

    공부 못합니다. 정말 못합니다. 말귀를 못 알아 먹는지 저는 정말 공부 못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겠죠...

     

    중학교 때 일입니다. 저희지역은 고교입시제가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있을때가 마지막이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그후 평준화 되었죠

    중3때까지 평균 최고 68.9점 최저 55.3점 이게 저의 초라한 학교성적입니다.

    고교 입시 200점 인문계열 고교 합격점 165점...그러나 저의 성적은 110점...

    그렇다고 학원을 않간 것도 아닙니다. 사교육이란 사교육은 다 했습니다.

    매일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아침에 9시에 나가서 저녁 9시까지 자습하고 점심사먹고

    남들은 놀러다니거나 어울려 멋내고 다닐때 학원하서 공부한다고 하는 공부를 해도 성적은

    그저그거...이리했습니다. 그러나 중 3때 담임을 만났습니다.

     

    그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였습니다. 주말에 같이 공도 차고 수업방식도 다른 선생님

    들과는 비교가 않되게 쉬운 설명과 말솜씨는 당연 최고였습니다.

    공부못하는 저도 그 과목만 90점 이상 받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선생님께서 저의 3학년

    담임이 되고 난 뒤 시간이 흘려 중간고사와 고교입시대비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성적은 이미 판을 치고 있었죠...그후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합니다.

    이러한 성적으로 아무것도 못한다...그냥 실업계갈려고 그러느냐?? 좀더 노력하면 턱걸이라도 간다.

    열심히 해라...이러한 격려속에 열심히 하리라 다짐했죠 그러나 청소 후 종례시간...

    반평균을 깍아먹은 저와 10여명의 학생들 그리고 모의고사 점수 미달학생들은 각각 교실의

    좌우로 한줄씩 배치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학생들은 반평균,반평균이상, 모의고사 커트라인

    점수 통과자...자존심 상했습니다.

     

    그리고 반 친구들의 반응 역시 멋졌습니다. 공부못하는 것들...반평균 깍아먹는 것들...너희는 그냥 노가다나

    가라...-_-;; 아~정말 그 눈빛들과 농담으로 하는 말 치고 정말 정신적인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업하러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왜 이런 자리배치냐 물어보면 반친구들은

    쟤네들은 공부못하는 애들이라서 담임선생님이 따로 자리배치 했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선생님들은 오히려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수업시간에 엎드러 자고 있어서도 제제를 안하더군요.

    그리구 학년말 고교입시고사 임박해서 원서를 쓰는 날 담임이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하십니다.

    그다음날 어머님께서 오셨습니다. 웃고계셨습니다. 그러나 한쪽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냥 실업계나 지역에서 벗어난 농촌 인문계고교를 쓰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그냥 농촌인문계고교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그냥 원서한번 써달라구 애원하면서 빌어볼까했으나

    어머니께선 아니다싶어서인지 그냥 농촌의 인문계고교로 원서를 넣고 거기서 잘보자라구 말했습니다.

    저는 그날 집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밖에서 밤이슬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농촌의 인문계고교에 갈 학생들과 실업계갈 학생들이 원서를 넣었고 자습을 할 때 학교측에서는

    자습을 빼주는 배려까지 했습니다.

    아이들은 빨리 마치는 우리가 부럽다고 말은 하지만 무리속에서 이탈하는 몇 않되는 학생들은 흥겨운 느낌

    은 커녕 오히러 쓸쓸하다는 생각이 날 정도니깐요...

     

    그리구 고등학교를 진학했고...친지나 어르신들이 학교 어디갔냐고 물어보면 집근처의 고등학교 같다고

    둘러대고 3년을 다녔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에서 2시간 떨어지는 거리를 시외버스를 타고 통학하고

    가을, 겨울철에는 별보고 학교 갔다가 별보고 집으로 돌아는 생활을 했으니깐요.

    그래서인지 고교친구들이라고 해봤자 저와 비슷한 지역의 몇몇 고교친구들이 전부입니다.

    그들도 저와 같은 생활을 했으니깐요. 예전 중학교때의 친구들은 없는것이 사실이니깐요.

    그리구 얼마전 추석전에 택시를 타고 가면서 고등학생들이 하교를 하는 길에

    택시기사분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이쪽지역은 아직 고교평준화가 안되있어서 소위 그 지역의 명문고교

    에 들어갈려구 부모들이 편이 갈린다고 합니다. 기사분께서는 아드님이 두명있는데 공부를 잘 해서

    그 명문고교에 입학을 했는데 그 고교입학생 부모들끼리 계모임을 만들고 이런 모임 저런모임을 만들고

    있다고...그런데 기사분께서 그런게 너무 싫으셔서 자신을 안나가고 그냥 일에만 충실했다고 하셨습니다.

    누구는 어디갔는데 누구는 어디갔느냐?? 그러면서 자연히 어른들사이에서 사이가 멀어진다더군요

    옆집사는 사람이라도 멀어진다네요.

     

    공부 못해서 집단생활에서 멀어져본 저의 경험과 맞아떨어지는데...그럼 우리부모님도 그런 경험을 하셨을 텐데라는 생각과 가슴 한 구석이 아프고 답답했습니다. 요즘엔 초등학생때 부터 자습을 시킨다고 글이 올라오네요. 네...공부해야죠 학생의 의무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겁니다.

    허나 사람의 자존심마저 밟아 가면서 서열화 시키는데 그 자존심을 지키려고 학원을 다니고 사교육을 하는거 아닙니까?? 학생의 수준을 알아보려고 치르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던 일제고사...그 시험결과를 데이터화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더 자습시킬려고 그럽니까?? 아님 자존심 구겨져서 독기를 품고 공부해서

    성공하라는 겁니까??

     

    뭐 제가 공부를 어느정도만 했으면 이런일이 없었겠죠...아니 일어나지도 않았겠죠...농촌에 있는 인문계고교를 나왔다고 농촌에 있는 고교들을 무시하는건 아닙니다. 학교는 비록 멀었지만 시설과 좋은 선생님들이 많았으니깐요. 그리구 저 자신에 대한 질책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 소중한 모교이자 추억이니깐요.

    그래도 공부 잘 할려구 열심히 노력할려구요...공부 못하면 사람들이 깔보잖아요.

    그리구 우리 부모님 어디가서 말 못하잖아요. 이젠 취직으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습니다.

     

    긴글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 한 가운데는 답답해서 담배를 두개피나 물게되네요...

    여러분의 반응이 어찌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공부를 잘 못해서 이러한 세월을 지내온 저는 저의

    중학교때 담임선생님과 고교때의 추억은 소중하니깐요.

    누구에겐 하찮은 기억이 누구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자기자신에게 간직되니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