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평준화연대 2009

[대전일보_20100414] 고교 평준화 효과 이미 입증, 도입 서둘러야

실다이 2010. 4. 14. 22:58

2010-04-14 14면기사
정오대담-김난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 집행위원장
“고교 평준화 효과 이미 입증… 도입 서둘러야”


‘고교 평준화냐, 비평준화냐’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는 40년이 훨씬 넘었다. 이른바 ‘뺑뺑이’로 진학할 고교를 배정하는 ‘고교평준화’가 도입된 때는 1974년.
비평준화로 인한 과도한 학습부담, 명문고교로 집중되는 입시경쟁 과열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부담감, 인구의 도시집중 등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 후에도 찬반양론은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비평준화옹호론자들은 평준화가 교육의 하향평준화와 질적 저하 등을 불러온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찬반 양쪽은 서로 다양한 자료 등을 제시하며 다퉜다. ‘평준화’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오르기도 했었다. 헌재는 “평준화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으나, 9명의 재판관 중 4명이 위헌의견을 낼 만큼 큰 논쟁거리다.

‘평준화’ 논쟁은 인구 50만의 천안을 늘 달구는 핫 이슈이기도 하다. 1995년 비평준화로 돌아선 이후에는 더욱 쟁점이 됐다. 지난 8일 출범한 ‘천안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의 중심에 선 김난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 집행위원장<사진>을 ‘정오대담’이 만났다.

-70%의 국민들은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면서도, 평준화가 교육의 하향평준화 등을 불러온다는 주장에도 포위돼 있다.

“평준화가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타당한 근거는 없다.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소위 명문 대학 진학률이 상승했다는 ‘보고 논문’들이 많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높았다. 평준화 교육의 효과는 이미 선진국에서 입증됐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하향평준화’로 매도했다.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건 반(反)인권적이며, 교육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건, 비평준화가 오히려 교육의 질을 저하시켰다는 점이다. 그동안 발표된 자료와 논문을 토대로 평준화, 비평준화 논쟁이 종식돼야 한다.”

-2009년도 고교별 수능시험점수자료를 보면, 고교평준화 제도를 시행하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일반고 간에도 상당한 학력차이가 있었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학부모를 속여 온 평준화의 실상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차이가 적으면서 수준이 골고루 높아져야 국가경쟁력도 강해진다. 핀란드는 30년 전부터 대학평준화를 시행한 결과 10년간이나 학력 1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는가. 평준화가 학력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가장한 특권의식이 학력차이를 만들었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지 않는가. 사교육 격차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교육비는 강대국 미국·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면서도, 불합리한 교육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의 학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등에서 비평준화 지역 학생보다 우수하다는 분석보고서가 나왔는데, 신뢰할 만한가?

“평준화 지역 고등학생들이, 상실감을 지닌 비평준화 지역의 다수학생과 소수 우수학생의 수학능력평균을 뛰어넘는 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 논문’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12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최한 ‘수능 및 학업 성취도 평가 분석 심포지엄’에서 강상진 교수(연세대 교육학과)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학업 성취 수준별 적합성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중 어디에서 수능 상위등급에 속할 확률이 높은지를 추정했다. 그 결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언어는 오히려 평준화 지역에서 상위등급에 속할 확률이 20-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친구를 죽여야 자기가 사는’, 경쟁의 논리가 한국사회를 지배한다. 고교평준화가 과열경쟁을 해소하는데, 한계는 없는가? 사교육의 불길은 평준화, 비평준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사교육비를 비교한 결과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고교평준화는 한계가 분명한 제도다. 국가별 학력경쟁에서는 더 강력한 제도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를 이길 수는 없다. 대학평준화, 무상교육을 하는 핀란드, 다양한 적성교육과정을 지원하는 북유럽, 이런 국가들에 비해 경쟁에 치중하는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비 절감은 구호에 불과하다. 해답은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이다. 이런 구조로 바뀔 때까지 한시적으로나마 고교평준화를 서둘러 시행하자는 것이다”

-천안지역의 경우 비평준화로 바뀐 후 선거 때마다 ‘평준화’ 논쟁이 뜨거운데, 선거가 끝나면 쏙 들어가는 느낌이다. 학부모들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 아닌가?

“천안은 결코 평준화에 대한 희망을 접었던 적이 없다. 사실 학부모들이 큰 패배감에 젖어 있어, 평준화 운동의 동력을 재생산하기 힘들었다. 교육 개혁운동 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할 것이다. 천안시민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교육 개혁의 씨앗을 정성 들여 가꾸어서 꼭 평준화 열매를 맺겠다.”

글·사진=고경호 기자 khko0419@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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