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에 익는 때죽나무의 열매도 꽃처럼 아래로 향한다. 꽃처럼 조롱조롱 달린 열매의 색깔은 갈색이다. 이러한 열매의 모습은 스님의 머리를 떠올린다. 사람들은 '떼'로 달린 때죽나무의 열매가 마치 스님이 떼로 달려오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때죽나무를 '떼죽나무'로 불렀다. 이 나무의 열매에는 기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옛날에 등잔 혹은 머릿기름으로 사용했다. 아울러 열매와 잎 안에는 어류 같은 작은 동물을 마취시킬 수 있는 '에고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다. 열매와 잎을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가 순식간에 기절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이름이 고기가 떼로 죽는다는 데서 생겼다는 설도 있다. 때죽나무는 공해에도 아주 강하다. 이 나무는 아주 더러운 곳마저 마다 않고 살 수 있는 강인한 나무지만, 우윳빛 닮은 속은 나이테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하다. 그래서 이 나무로 장기알이나 여러 목기, 지팡이 등을 만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때죽나무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최근에서야 정원수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외국, 특히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때죽나무를 관상수로 개발·보급하고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120여 종의 때죽나무 중 한국산이 가장 우수하다. 제주도에서는 이 나무를 '족낭'이라 부른다. 물이 귀한 제주도의 외진 산골에서는 때죽나무 가지에 띠를 엮어 줄을 매달아 물을 항아리에 받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때죽나무를 통해 받은 물은 몇 년씩 두어도 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는 때죽나무에 물을 정화시키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때죽나무가 구정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 누가 구정물을 좋아하겠는가. 누구나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도 때죽나무는 구정물에서도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존재이다. 때죽나무처럼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존재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 인간도 이제 스스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강판권(계명대 사학과 교수 '나무세기'대표) saam4@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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