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여자의 목을 간지럽히는 봄날
나를 고요히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
왕자산 자락의 청송사 쪽 산길을 오른다.
하얀집이 문을 열었으면
구운 호떡을 세 장씩이나 먹고 허전함을 달랠 수 있기 때문에
이 곳으로 산책 오기를 더 즐기는 거다.
달달한 흑설탕 맛으로
슬픔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끌어올려 꺼낼 수 있으니까.
키위생과일주스와 호떡으로
당 떨어지는 기분을 구출하고 점심 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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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소통이 안 되면 울고싶어지는데도 눈물은 안 나고 가슴만 아플 때
'내가 쇴구나' 싶어서 더 서글퍼!
그래도 이런 마음은 딸한테도 못보여줘.
사실 안 보여주지.
나중에 우리 딸한테 힘든 일 생기면 딸도 힘들어할까봐... 혼자 견뎌."
꽃들이 마음을 이빛 저빛으로 물들이는 때,
봄을 예순 번 가까이 만난 언니의 목을 대단하게 간지럽히고 있다.
꽃들은 해마다 새롭게 흐드러지는데
'당신하고 봄놀이 가봐야 운전대 잡으면서부터 실랑이 하니까 힘들어~' 하는 말을 목구멍 밑으로 삼킬까
아니면 '올봄에는 친구들끼리도 봄놀이 갈래~' 하고 3박4일 주부파업 선언할까
고민스러운 언니의 봄날.
나는 일터로 돌아가지 않고 딴길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