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살림교회 2007 [신재식] 낯선 것, 마주하기와 함께 걷기_뇌과학과 신학 실다이 2015. 1. 5. 21:15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 CRS Magazine 7.The Center for Religion and ScienceHanshin University2015.01.05. [뇌과학과 신학 6] - 낯선 것, 마주하기와 함께 걷기 (신재식) 낯선 것, 마주하기와 함께 걷기신재식 교수 (호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1. 낯선 것을 대할 때낯선 것을 마주할 때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솟아납니다. 낮선 것을 대하면 뭔지 모르게 불편하고 경계하게 됩니다. 낯선 것은 우리가 익숙해서 편한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낯선 것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편하고 익숙한 것은 당연한 것이 되어 설렘도 없고 호기심도 없습니다. 상상력이 작동하지도 않습니다. 낯선 것은 새로운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경계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진 상식을 깨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 정당성을 질문하게 합니다. 그래서 낯선 것과의 만남은 뜻밖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물을 가져옵니다.지난 12월 5일에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 주관으로 열린 첫 번째 공개 포럼 “뇌 과학과 신학의 대화”은 그런 낯선 만남이었습니다. ‘뇌 과학’과 ‘신학’은 적어도 그 학문의 담론 영역에서 서로에게 낯선 타자입니다. 이런 낯선 것들이 서로 만나는 장소가 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곳은 한국 개신교 활동의 상징적 장소인 종로5가의 기독교회관이었습니다. 그동안 종교와 과학이 만났던 거의 대부분의 장소는 학술활동과 관련된 곳이었습니다. 그 참여자도 신학자나 자연과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모임은 그야말로 일반인에게 열린 모임이었습니다. 물론 그 일반인에는 목회자와 신학자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열린 기획이었습니다. 한국개신교가 지닌 현대과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고려할 때, 참 고무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 낯선 것과 마주하기그날 신희섭박사의 강의 주제는 “뇌 연구를 통한 마음의 이해”였습니다. “뇌 과학과 신학의 대화”라는 주제를 고려하면 ‘뇌 과학’의 입장을 아주 성실하게 반영한 강의였습니다. 뇌 연구자로서 신학이나 종교라는 낯선 것을 만나면서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돌직구 같은 강의였습니다. 강의의 핵심은 진화 과점에서 본 뇌였습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또한 다세포도 해면, 해파리, 편충, 무척추동물, 척추동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신경계와 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설명이었습니다. 환경 정보에 대한 생화학적 세포학적 반응부터, 외부 정보를 수용해서 중추신경계가 그것을 통합하고 운동을 수행하는 과정까지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가를 간략하지만 핵심을 짚어가면서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강의는 단세포부터 다세포, 어류, 파충류, 포유류로 이어지면서 생명체가 갖는 욕망을 진화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진화과정에서 고도의 통합기능, 학습 기억 능력이 발달하고, 본능에 반하는 위험을 회피하게 되며 감정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런 생존 과정에서 뇌는 기본적으로 보상시스템이 됩니다.인간은 이런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 산물이며, 뇌는 마음 현상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조직이라고 마무리 됩니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몸과 뇌는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뇌 과학은 마음을 연구하는 것이며, 마음에 대한 연구는 인간에 대한 연구이며,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뇌에 대한 논의 즉 뇌 과학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인문학도 뇌 과학 연구를 충실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날 이런 내용의 강의를 들었습니다.서로에게 낯선 만큼 신희섭박사의 강연은 조심스러웠습니다. 다만 자신의 학문이 지닌 방법론적인 특징은 분명히 밝혔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철저하게 뇌의 활동에 기반 해 있으며, 뇌를 떠나서는 마음이 작동할 수도 없으며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종교 경험을 포함해서 다른 경험도 뇌의 활동 결과인 것을 확실합니다. 강의 내용은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강의의 전제인 인간의 마음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뇌가 가진 중요성에 대한 강조도 비교적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인간의 인지 작용이, 인간의 경험이 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도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강연 후 종교에 대한 이야기나, 종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뇌 과학과 연결시켜 논의하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좌우 끝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종교와 과학이 오늘날 서로에게 낯선 타자처럼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이 세계 속에서 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특정 기준에 따라 범주화하면서 각각 붙인 이름이 종교이며 과학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에 대한 이해나 과학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그러니 둘이 가야할 길이 멉니다.3. 낯선 것과 함께 하기이날의 ‘신학과 뇌 과학의 만남’을 ‘종교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큰 틀에서 자리매김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종교와 자연과학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종교가 대화를 시도한 자연과학의 분야는 천체물리학, 진화생물학, 뇌 과학과 인지과학으로 이렇게 계속 바뀌었습니다. 천체물리학이나 진화생물학과 종교의 대화는 비교적 많이 축적되어 있지만, 뇌 과학과 종교의 만남은 비교적 최근에 다루는 주제이며 관련된 연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포럼은 종교와 과학의 만남에서 가장 최근의 주제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 뇌 과학과 종교가 만나서 대화를 시도할 때, 뇌 과학 연구의 층위와 영역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선 뉴런과 시냅스에 집중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인간이 두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과 한 뉴런에 평균 1,000개 정도의 시냅스가 있어, 대략 100조 개의 시냅스 연결이 나옵니다. 뉴런의 전기신호나 화학신호, 또는 시냅스에서 전기화학적 활성과나 억제 등의 기능적 상태에서 마음에 대한 논의를 전개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보다 상위 수준에서, 뇌 지도를 통해 시상과 대뇌피질, 뇌간, 변연계 수준에서 마음의 작동을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명상 중에 두뇌의 특정 부분의 활성화를 확인하기 위해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 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을 통해 두뇌 사진을 찍으면서 뇌의 변화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인간의 마음이나 경험을 개별 시냅스나 뉴런보다는 상위 수준에서 논의하게 됩니다. 이렇게 뇌 과학의 다양한 수준과 넓은 영역을 고려할 때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논의의 주제나 쟁점이 다양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뇌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 공통적으로 승인해야 할 것이, 마음이 시냅스나 뉴런의 활동으로부터 분리될 없다는 것, 즉 믿음과 감정이 두뇌 작용의 결과이며, 이것들은 두뇌의 전기화학적 흐름이 신경세포망을 관통하여 확산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마음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원자와 그 구성 성분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충분하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심신이원론이나 일원론, 또는 수반이론과 같은 마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각각의 수준에 따라 여러 질문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마음의 작용은 뇌의 시냅스와 뉴런의 연결망에 근거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창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뇌에서 발원한 경험은 철저하게 상향식(bottom-up) 방식만 가능한가? 하향식(top-down)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불가능한가? 뇌에 기반 한 경험 가운데서 종교 경험과 다른 경험을 구별할 수 있는가? 뇌가 경험하는 것과 그것과는 별개로 외부에 존재하는 실재와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더불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뇌 과학과 신학이 함께 만날 때 사용하는 언어에 관한 것입니다. 두 분야는 각기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치고 방법론적으로 독특하게 규정된 용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서로의 분야의 기본적인 개념이나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타자의 용어와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각자 자신의 자리를 규정하는 언어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낯선 것과의 만남이 아무리 의미 있는 시도라 할지라도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뇌 과학과 신학이 만나는 것은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지속적인’ 과정을 동반합니다. 그 길이 쉽거나 간단치 않습니다.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고민해야할 주제만을 확인한 것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생명 세계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지고 깊어질 것을 기대합니다.신재식 교수jshin@htus.ac.kr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조직신학<종교전쟁>, <예수와 다윈의 동행> 저자*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는 [뇌과학과 신학의 대화]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아래의 연재글을 몇 차례에 나누어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crs@hs.ac.kr로 메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RS Media Team 1. 전철 교수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조직신학)2. 신솔문 목사 (전주갈릴리교회/심리철학)3. 구형찬 외래교수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인지종교학)4. 이주형 대학원생 (한신대 신학대학원/종교와과학)5. 신재식 교수 (호남신학대학교/조직신학)6. 권오대 교수 (한신대학교/전자전기공학)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소개합니다. http://dept.hs.ac.kr/crs/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CRS : The Center for Religion and Science at Hanshin University)는 지난 74년간의 한신 신학의 풍요로운 전통을 바탕으로 21세기 과학문명과의 학제간 대화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CRS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하여 앞으로 이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한신대학교종교와과학센터(CRS)The Center for Religion and Science, Hanshin University 02-2125-0195 dept.hs.ac.kr/crs crs@hs.ac.kr 저작자표시 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