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맨]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다
<레인맨>을 보고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다
Lillith_141018
몸 혹은 마음에 장애나 결함이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 사전적 의미에서 이런 사람은 장애인이다. 그런데 영화 <레인맨>의 레이먼처럼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몸이나 마음에 장애나 결함이 있다’고 딱지를 붙이는 건 좀, 천재성의 역할에 대한 무시나 소수자에 대한 왜곡일 뿐 아니라 인간애와 거리가 먼 태도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제약을 받기보다 오히려 보호를 받아서 삶이 더 안락해지도록 배려하자는 취지이고, 차별받지 않도록 차이를 부각시키다보니 그렇게 정의 내렸겠으나, 우리가 어떤 한 사람을 일상생활에서 비하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태도는...오히려, 불쌍해보인다. (이러면 내가 불쌍해지는 건뎅~)
우리 주위에는 정서적/행동적 충동을 억제하고 결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을 판단하는 안와전전두엽의 발달 미숙으로 인해 반항/품행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또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주의집중을 유지하는 기능을 조율하는 전두엽의 성장미숙으로 인해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뇌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ADHD가 발병하는데 그 주요인 80%가 생물학적인 요인인데 비해 심리적 요인은 2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면에서 진화했는데 그게 대뇌 발달과 그로 인한 언어성/창의성의 발달이라고 본다. 그리고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대뇌 진화와 발달의 한 측면-단계, 부분-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이 한 측면이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성장미숙을 보여주지만 어떤 사람은 인간의 진화에서 대뇌 특정 부분이 앞선 사람도 있다고 본다. 인류의 진화에서 특별히 앞서거나 특별히 뒤서거나 혹은 발달속도가 다르거나 하는 개인의 삶이 당시의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특별한 그 당사자는 사회에 적응하기가 힘든 것. 대뇌가 발달한 인간은, 발달한 그만큼 많은 혹은 다양한 대뇌 질병/장애/부적응을 겪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레인맨>은 그 특별한 사람으로서 홀로 겪는 외로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관계를 차단하고 홀로 사는 삶의 양상은 레이먼 뿐 아니라 찰리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경쟁에서 이겨 독존하는 생명’이 되는 것-다윈의 진화론-보다 ‘둘이 함께 어우렁더우렁 사는 형제자매’가 더 행복하고 인간적이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속삭인다. 나는 지구에서 그 어떤 동물과 다르게 독보적인 인류가 되는 것보다, 어떤 생명체와도 교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인간의 진화야말로 우주와의 관계를 차단하지 않고 어우러지는 변화, 생명다운 진화라고 생각한다.
찰리와 레이먼은 어린 시절 헤어져 각자 자란 형제이다. 비오는 날 동생에게 노래를 불러주곤 했던 레이먼은 자폐증이 있어서 어릴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요양원에서 따로 살게 된다. 찰리는 람보르기니를 수입해서 파는 자동차 중개상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온다. 아버지가 집착하는 자동차 때문에 불화 관계가 된 찰리는 그 자동차 한 대와 장미꽃만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약 3백만 불 되는 재산은 몽땅 레이먼에게 물려주었다. 빚에 시달리고 있는 찰리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그을 찾아간다.
레이먼은 비행기와 고속도로에 대한 공포증이 있고, 바닥에 이쑤시개가 떨어지자 단 몇 초 만에 이쑤시개의 개수를 맞출 뿐 아니라 전화번호부를 모두 외워버린다. 찰리는 형의 암기능력을 이용해서 카드 패를 외워버리는 식의 도박으로 하룻밤 만에 8만 불을 따서 빚을 갚는다. 형의 유산을 관리하고 있던 브루너 박사가 찰리에게 25만 불을 건네며 ‘형과 떨어지라’고 권하지만 찰리는 이를 거절하며 더 이상 돈 때문이 아닌 형제로서 레이먼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데, 법률적인 문제로 형은 다시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형과 함께 찰리가 블랙잭을 할 때 “나쁜 패일 땐 칩을 하나 걸고 좋은 패일 땐 칩을 두 개 걸라”고 가르쳐 줬던 것처럼, 형 레이먼은 동생과 헤어지기 전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다'라고 말하고 동생 찰리도 '우리는 둘이에요'라고 노래를 부른다. 나는 '우린 셋이에요'라고 노래하고 싶다. (내가 노래하면 우리 동업자가 뜯어말리지만!) 인간은 천재, 인재, 바보, 이렇게 셋이라서 좋다. 대뇌는 진화한 대뇌, 성숙한 대뇌, 미숙한 대뇌, 이렇게 셋이라서 좋다. 우리가 우릴 볼 수 있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