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고 빼앗고 탓하기'
엘지 유플러스는 2005년 LG파워콤으로 유선(인터넷)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엘지 유플러스가 유선을 비롯해서 무선(모바일) 사업까지 '꼬시고 빼앗기' 전략으로 약 4천억 원의 사기성 이득을 챙긴 의혹이 제기되었다.
지역에서 돈 좀 있다고 소문난 사람에게 접근해서 대리점을 유치하고 영업하게 한 후, 점주가 밑지고 있는 사이 다음 희생양(타겟)을 물색/섭외 해놓고 계약을 해지시키면서, 대리점주가 그간 유치한 고객을 아무런 보상없이 빼앗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는 계약해지 시 가입자 보상이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공정위에서도 LGU+의 불법행위를 인정하였고, 법원도 1차로 소송을 진행하였던 대리점주 6명의 피해금액 6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패소 한 본사는 공정위 판결에 대해 '직원들을 탓하고' 잘못을 떠넘기면서, 법무법인을 변경하여 항소했다. '대법원까지 가자'는 것이므로, 허위 마케팅에 속은 희생양 점주들이 엘지 공룡에게 먹히는 건 시간문제다.
엘지유플러스 피해자 모임 (엘피모)
파산하거나 해외도피 중이고 자살에 이르는 등 삶에서 내몰리게 되어 더 물러설 곳이 없는 피해 점주들이 모여 대책을 강구한 지 4년이 되었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들이 '정당한 항의'를 시작하였으나, 1차 소송자 6명은 본사의 새로운 대리인 김앤장 법무법인과 힘겨운 싸움까지 해야 할 지경에 맞닥드렸다.
5살배기의 아빠, 정당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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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훈 |
엘피모 박지훈 간사(남,35)는 엘지 유플러스 유무선 대리점주 피해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를 맡아왔다. 박 간사도 1년3개월간 유선(인터넷)영업대리점을 하면서 전 재산을 날린 피해 당사자이다. "재산이 적어서 빨리 털고 나온 셈인데,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거나 빚을 청산하려고 2,3년을 버티는 점주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억이 넘게 된다"는 게 전국 대리점 피해점주들의 실태를 알게 된 박 간사의 결론이다.
박지훈 간사가 낮에는 롯데제과에 다니고 밤에는 노래방을 운영하며 한 푼 두 푼 벌고 있던 차, 김00 씨가 찾아와 '종합대리점(영업, AS, 개통 등 서비스센터식 대리점)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했다. 그런데 정작 전문대리점(영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계약한 후부터는매집업체를 소개시켜 준 뒤 오버펀딩(본사 지급 수수료를 초과하여 돈을 지불하고 가입자를 사오는 행위)을 하라고 강요했으며, '재계약'을 무기로 실적 압박을 지속했고 갖은 핑계의 차감액을 뜯어갔다.
이후 종합대리점 계약을 한 뒤 담당자는 바뀌었고 '계약 해지'를 무기로 한 영업 압박을 계속 했고,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오버펀딩 영업을 못하자 가차없이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김00 씨가 사업제안 한 내용은 허위광고였던 셈이다. 박 점주는 밤낮없이 성실하게 한 푼 두 푼 모아왔던 재산 3억3천만 원을 5개월만에 날렸다.
"저를 유치했던 영업팀장은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감과 저에 대한 죄책감에 못견뎌 2010년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게 과연 그 직원 한 명만의 고민일까요? 팀장과 함께 했던 김00 지점장은 본사 발령 나서 전화 한 통 없이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어떤 짓이든 해도 되는 것인지 정말 무섭고 두렵고 분합니다. 저만 바라보고 있는 5살짜리 아이 눈을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 그저 눈물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고통을 겪은 후, 많은 점주들이 훨씬 오래 시달리고 훨씬 많은 빚더미에 나앉은 걸 알게 된 박지훈 점주는, 엘지 기업의 횡포를 사회문제로 둬서는 안 된다고 여겨, 해결활동의 전면에 나섰다.
박 간사는 "본사가 대기업이라는 신용도를 활용해서, 돈 좀 있어 보이면 협력업체는 물론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닥치는대로 접근하여 대리점을 개설시키고, 업체별 영업 충성도를 매겨서 충성도가 낮으면 지역을 줄이고, 점주와 그 가족들까지 파산하면 계약 해지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다윗들과 골리앗들의 맞짱
분노에 그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인 피해점주 6명에 의한 첫 공판이 9월 13일(금) 10:50, 서울중앙지법 동관 378호에서 열린다. (민사 제31부 윤종구 부장판사, 서울중앙 2013가합 37772)
박지훈 간사 개인의 피해에 대해서도 당시 지점장이었던 김00씨를 사기죄로 고소하였고, 중앙지검 513호 검사가 기소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엘피모는 또 다음 주에 약 30여 명이 공동으로 공정위와 검찰에 고소고발을 할 예정이다.
자기 역할을 못하는 공정위, 대기업과 언론의 눈치를 살피는 검찰이 다 한통속 같아 보였고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물러서지지 않는 것은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이제는 200여 명까지 피해점주들이 모였다. 갈 길이 아직도 먼 셈이지만, 30여명 남짓 모여 처음 모임을 만들고 버텨왔던 4년간의 외로움은 끝났다. 엘피모가 입모아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하고싶은 말을 대변해주는 민변, 그리고 함께 공분하고 같이 뛰는 시민 각계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