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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이야기, 섬진강의 노래

실다이 2013. 6. 24. 23:16

 

지리산 이야기, 섬진강의 노래

 

이선희 시민기자 / | phr70@hanmail.net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시인 이원규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이원규 시인처럼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에 사는 사람들이 22일 저녁 7시 하동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일원에서 '지리산학교&지리산행복학교 문화제'를 연다는 소식을 페북에서 접하고 무작정 떠나보기로 했다.

 

지리산학교& 지리산 행복학교 그리고 지리산을 만나기위해 지리산 시인이 일러준대로 구례구역을 찾았을 때는 제법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는 오후 다섯 시경이었다.

 

"구례구역의 사랑노래" 라는 다소 생소하고 이국적인 인도를 닮은 여가수의 노래를 벨소리로 쓰고있는 노동자 시인의 차를 염치좋게 얻어타고 악양 평사리로 가는 길의 섬진강은 부드러운 바람 한 자락을 손에 쥐어주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제대로 허물어버린 화개장터에서는 바람을 따라가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가 뎅강뎅강 제 가슴을 치며 울고 있었다.

 

맑지 못한 가슴으로 휘적휘적 찾아든 최참판댁 야외공연장은 행복한 사람들,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 아니 세계 곳곳에서 날아와 모여 있었다.

 

조금 서둘러 도착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준비한 이원규 시인과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에 군수님이 발걸음을 하실만큼 문화제는 소문이 나 있었나 보다. 공연 시작 30분 전, 이미 사람들은 시와 노래와 흥겨움에 취해 있었고 그곳에선 익숙한 얼굴들과 낯선 이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양에 들어설 때부터 잔뜩 얼굴을 찌푸리던 하늘이 조금씩 비를 내려주기 시작했지만 낮 동안의 뜨거운 기운을 달래주기 충분해서였을까. 아무도 비를 피해 움직이지 않았다.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빗줄기가 거세어졌다 그쳤다를 반복했지만 그 비를 다 맞고 젖으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으로 자리잡았다.

 

▲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

 

▲ 놀이패 '들뫼'

 

▲ 대나무로 글을 쓰는 퍼포먼스 : 지리산 학교& 지리산 행복학교

 

▲ 김인호 시인 <산수국>

보란것 없이 사는 일

늘 헛되구나 그랬었는데

왕시루봉 느진목재 오르는

칙칙한 숲 그늘에 가려

잘디잘고 화사하지도 않은

제 꽃으로는 어쩔수 없어

커다랗게 하얀, 혹은 자주빛

몇 송이 헛꽃 피워놓고

벌나비 불러들여 열매를 맺는

산수국 애잔한 삶 들여다보니

헛되다고

다 헛된것 아닌 줄 알겠구나.

 

▲ 행복학교의 학생들 : 행복학교에는 차 만들기반, 아웃도어반, 시창작반 등 여러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 이원규 시인 <지리산 멧돼지>

남원군 운봉리 지리산 기슭에

정종개씨 산다. 멧돼지에게 들이받혀

갈비뼈 세대가 나갔지만

멧돼지들의 보모인 그에게서 배웠다.

순종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순도 100%의 다이아가 깨지기 쉽듯이

새끼마저 물어죽인다는 사실을

집돼지 어미를 둔 순도 75의 그들은

새끼 잘 키우고 육질도 연함으로

하산한 모든 멧돼지는 반종이라는 사실을

함박눈 내리는 지리산의 밤.

멧돼지 쓸개주를 마시다 한 수 배웠다.

순결한 꽃은 어째서 일찍 시드는지.

알콜 100의 술은 어째서 있을 수 없는지.

오르가슴 100의 섹스는 어째서 복상사일 뿐인지.

반종의 멧돼지처럼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가 반문해보지만

순도 100의 혁명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순결한 야인을 꿈꾸지만

그는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 관객들 무대에서 놀다.

 

▲ 창작 공연 : 창작공연이라 누군가 한 사람이 틀려도 아무도 틀리것인줄 눈치채지 못했다.

 

▲ 시 노래패 '울림'

 

▲ 이원규 시인의 보석같은 그녀 : 1부 무대에서 멋지게 <나를 사랑해> 노래를 불러준 신희지 샘

난 아파서 왔어

난 지쳐서 왔어

아무도 모른곳에 숨고 싶었어.

사랑이 나를 버렸어

난 세상이 싫어

난 사람도 싫어

누구도 만나는게 두려웠었어

세상은 날 원하지 않아.

이제 난 그대가 좋아.

이제 난 여기가 좋아.

지나간 아픔 (상처)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날 사랑하면 돼.

 

▲ '신희지'님과 '사과꽃향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