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텃밭일기 1
130324.일.12:30~18:00
유량골 임교수님 그림터 옆 텃밭
작년에 임교수님은 혼자서 그 너른 텃밭을 혼자 일구셨단다.
농사 경험이 있는 가정 다섯 가족이 일굴 정도의 200평 남짓 밭을...... 모르면 용감해지는 터라. ^^
열정과 오기의 승리였던 텃밭농사, 당연히 풍년이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일년 새 약 200뿌리 정도의 도라지가 손가락 굵기로 자랐고, 감자는 캘 여력이 없어서 캐다 먹으라 사정할 정도로 달렸다니 풍년이지!
땅콩은 누군가 쏙쏙 캐먹어서 남은 것만 챙겨 드셨다고 하는데, 아마도 교수님 것을 남겨둬서 나눠먹을 줄 아는 걸 보니 센스쟁이 새가 먼저 드신 모양이다.
올해는 밭 갈다가 병나는 일은 고만하실 요량으로, 텃밭을 같이 갈아먹자고 구인광고를 내셔서
그 소식을 전해들은 윤하가 텃밭농사 첫경험을 시도한 바, 드뎌 한 해 농사를 시작하였다!
천안청소년지원회(준)와 시크마(주) 등에서 지원자들을 선착순 모집하여 콩도 심고 깨도 심고 돌미나리도 키워서 같이 먹을 예정이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밥심을 길러야하므로 점심식사부터.
처음 뵙는 사람도 있고, 지인도 있고, 알고보니 동문 선후배 사이까지 만난 자리이다.
손바닥(?)만한 천안바닥에서 얼키설키 살다가 요렇게 만나서 텃밭농가 식구가 된 걸 기념하며 함께 콩요리를 먹었다.
임교수님 그림 작업실 2층에는 책도 있고 작품도 있고 차도 있고 꽃도 있었다.
1년 농사 지으면서 여러모로 신세를 질 공간, 선뜻 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주말마다 다양한 만남을 지속하는 게 은혜에 대한 도리이리라! ㅋ
로타리 치는 시간!
봄비님 덕분에 질척대시는 흙이 마르도록 일주일을 기다려왔으나 워낙 물이 많은 곳이라 덜 마른 바람에 트렉터 기사님, 힘 많이 빼셨다.
작년에 도라지 씨를 뿌린 곳에 제법 굵은 도라지들이 옹기종기 자랐네.
산삼(^^)처럼 굵어지도록 몇 년 키울 요량으로 모두 캐내서 밭 귀퉁이로 옮겨심었다.
어릴 적 농부가 되겠다고 꿈도 꾼 적은 있지만 농사라고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고딩 재성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비닐 줍기. ^^
어릴 적 농가에서 자라 이런 저런 밭일을 해봤던 40대 청년(?)들, 오랫만에 해보는 삽질과 괭이질, 녹슬지 않았네~~~
고랑과 이랑에 무성히 자랄 풀들이 눈에 선~한 표정들......ㅋ
고라니, 염소, 토끼처럼 풋것은 뭐든 먹을 수 있다면 모를까......
잡초는 없으나 우리가 이름을 모르고 더군다나 즐겨먹지 않는 터라 ......
우리가 선호하는 푸성귀나 잘 자라라고 멀칭비닐을 씌우기로 했다.
최 소장님은 빗자루에 멀칭비닐을 끼워서 굴리면 쉽다는 걸 아는 싸나이!
조 사장님은 삽을 몇 각도로 흙을 떠야 퍼내기 쉽다는 걸 아는 싸나이!
최 상무님은 쇠소랑 막대기로 멀칭비닐을 찔러서 땅을 파면 씨감자를 심기 쉽다는 걸 아는 싸나이!
그런데 고 원장님은 당췌 농사에 대해 코딱지만큼은 커녕 눈꼽만치도 아는 게 없는 싸나이!
어이쿠, 해는 넘어가는데 아직도 씌울 게 많이 남아서, 또 작년처럼 혼자 멀칭 씌우게 될까봐 임 교수님, 느즈막히 몹시 서두르신다.
바람마저 몹시 싸늘해지는 저물녘, 남은 건 포기하고 다음 주에 씨감자 심는 요령을 최 소장님께 자세히 듣고 헤어졌다.
물을 끓이면서 칼을 소독하고 감자 몇 개 자르는 식으로 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산성비까지야 어쩔 수 없지만,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땅을 정화시키면서 내년에는 토종감자를 심을 예정이다.
감자 굽는 냄새가 난다, 벌써,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