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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교평준화로 화합하는 도시를 만들자 _20111114

실다이 2011. 11. 14. 10:57

 

 

[아산생협]평준화_20111114.hwp

 

 

<기고_아산생협소식지>

 

 

고교평준화로, 화합하는 도시를 만들자

 

김 난 주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평준화는 지역에 고등학교가 대여섯 개교 정도 있으면 충분히 적용 가능한 제도이다. 천안은 80년부터 평준화를 적용했는데, 30여 명이 공주의 고등학교로 입학하자, 인재 유출을 막겠다며 1993년에 천안시의 의원, 교장, 운영위원장 등 300여 명이 도교육청에 평준화 해제를 요청하였다. 당시 교과부는 천안 여건상 평준화가 더 적절하다는 공문을 통해 평준화 지속을 권하였으나 이런 사실은 비밀이 된 채, 95년부터 다시 선발고사 지역이 되었다.

 

평준화가 성적 하향을 초래한다는 통계 보고서가 있는데 경제학자 이주호가 2004년에 낸 것이며, 학계의 인정을 받기엔 타당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내용이었고 본인도 보수언론에만 제출했다. 그는 평준화의 강점을 폄훼하며, 특목고 늘리기 식의 학벌주의로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 자신과의 경쟁이 아닌 남과의 경쟁은 인성발달에 치명적이다. 이런 경쟁에 노출된 학생들은, 교육시장화의 범죄행각에 신체와 정신까지 유린당하고 있으며, 고집불통 충남의 비평준화로 등급 관리에 불리해진 학생들은 미래포기각서를 강제로 쓰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하는 서열화 교육.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도 1등을 못해서 자살하는 학생이 생기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인권침해이며 범죄행위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는 과학을 잘 하는 친구도 춤을 잘 추는 친구도 필요하다. 서열화는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학생들을 분리시키기 때문에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다. 고교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면,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온라인 소통 수준을 갖추고 자랄 것이다.  관계를 단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재들이 발랄하게 미래를 함께 설계할 때, 지방은 분권과
참여의 날개를 달 것이고, 행복지수가 높은 도시가 된다.

 

충남은 어떤 지역인가. 수학능력은 전국 최하위이고 학력격차는 최상위이다. 강원도까지 평준화로 대입에 유리한 길로 들어서는 마당에 충남은 마냥 태평하다. 그 결과는 미래의 역군이자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떠넘겨놓고, 어른들은 동창회 표 챙기기 구걸을 부끄러워할 줄도, 멈출 줄도 모른다. 지금은 대입제도가 파격적으로 변하여 내신 성적이 더욱 중요하다. 아산이나 조치원의 우수생들이 천안의 학교에 입학하곤 했지만 62% 가량을‘수시모집’하는 상황이 되자 아산은‘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당당하게 하고 있다.

 

명문고라는 딱지는 선발능력으로 얻은 것이다. 우수생만 모아놓으면 어떤 학교가 성적이 낮아지겠는가. PISA(국제학력비교연구)의 수학능력 시험에서 10년간 1등을 차지한 핀란드는 대학교까지 평준화를 실현함으로써 모든 학교가 교수능력을 골고루 갖출 뿐 아니라 학교마다 특성교육능력까지 발달시켰다. 특기에 맞게 학교를 선택함으로써 다양한 방면에서 학생들이 능력을 개발하고 있으니 국가 경쟁력은‘따논당상’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부터 40년 간 고교평준화를 실현함으로써 OECD 국가 중 중요과목 평균이 2위~4위를 과시하고 있다. 대학평준화를 실현하면 핀란드와 1위를 겨룰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2010년 4월에 33개 천안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다시 창립한‘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학교가 범죄행위를 멈추고 이미 15년이나 실현했던 평준화 재추진을 촉구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조례제정권을 시도의회에 던져버리자, 2011년 11월 3일에는 도의회가 평준화 조례를 제정토록 조례(안)을 내기 위해 충남 59개 단체가‘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를 발족하였다. 평준화 조례란, 평준화 입시제도의 추진 타당성과 여론을 확인하는 절차에 관한 법이다. 김종성 교육감은 당선 후 1년 반이 넘도록 나몰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운동본부를 발족하자 조례제정 추진일정을 발표했다.  

시기상조니,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느니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이즈음 추진일정만 내놓는 이유는 또 뭘까.

 

충남교육청은 고교평준화 시행에 앞서 학교 간 격차 해소가 우선이라고 하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하지만, 80년부터 94년까지 15년간이나 시행했던 제도를 현재 도시화 상태에서 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서열화를 먼저 폐지해야 학교 간 격차가 해소된다는 점에서도 더 이상 늑장을 부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방으로는 마지막으로 남은 충남지역 비평준화를 당장 해소하기 위해 충남도의회가 평준화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도민의 뜻을 모아낼 것이다.

 

주민과의 만남을 통해, 곳곳의 교육현안까지 포괄적으로 토의하고 공유할 것이다. 천 명 이상의 수임인들이 고교평준화 청원인 1만 7천 명의 서명을 받을 것이며, 2014년에는 고교 입시 제도를 평준화 하도록 조례제정을 견인해 낼 것이다. 또한 평준화를 원하는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원 절반 이상이 평준화에 찬성하도록, 평준화 교육의 이점에 대해서도 계속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 한 병리현상이 지역사회를 좀먹고 있다. 이로 인한 단절과 분열을 멈추고 상생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민이 더욱 뭉칠 필요가 있다.

 

 

[아산생협]평준화_2011111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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