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안저널_728] 천안고입대란 초래한 도교육청 비난봇물
- 천안고입대란 초래한 도교육청 비난봇물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학교에 일반전형 동시선발 승인 천안고입 혼란 자초
일반계고 학생모집 불이익 불만 팽배, 고교서열화 가중 우려, 철회여론고조
2012학년도 천안고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충남교육청이 고입대란의 원인을 제공해 비난을 사고 있다. 고입혼란의 핵심은 충남교육청이 자기주도학습 전형 시범고등학교에게 일반전형 학생을 동시에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하면서 불거진 것.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우수학생 독식이라는 불만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고조되고 있는 고교평준화 여론을 불식시키고 고교서열화를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번 고입혼란 사태는 고교입시공동접수창구 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어서 천안입시 혼란을 자초한 충남교육청이 동시선발 승인을 철회하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란?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말 그대로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즉, 학생이 사교육 등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또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해 왔는지 평가하는 전형 방법으로 학습에 대한 열정과 성장 가능성, 잠재력 등이 주요 평가요소다.
평가방법은 교육청이 위촉한 입학사정관과 교내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가 학습계획서, 학교장 ․ 교사추천서와 직접 면접을 통해 응시자를 심사한다. 즉 기본적인 평가는 대학입학사정관제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습 역량과 학습 잠재력 그리고 창의성을 고루 가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학교는 2012학년도 천안지역 고등학교 입시전형 중 하나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일반고등학교보다 10일 정도 앞선 후기 1차에 학생을 선발한다.
2012학년도 천안고입 전형현황
천안고교 입시는 전기․후기 1․2차로 나눠 학생을 모집한다.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형사립고는 전기에 학생을 선발한다. 충남예술고등학교는 특목고에 해당하고 북일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에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천안공업고등학교, 천안천일고등학교, 천안제일고등학교, 병천고등학교, 성환고등학교가 해당된다.
자율형공립고, 일반계자율학교, 예술․체육 중점학교는 후기 1차에 모집하고 일반고와 나머지 일반계자율학교가 후기 2차에서 학생을 선발한다. 자율형공립고는 업성고등학교가 속하며 일반계자율학교는 목천고등학교, 천안청수고등학교, 천안중앙고등학교, 복자여고, 천안고등학교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학교는 일반고이다.
중앙고 복자여고,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일반전형 신입생 동시선발 승인이 화근
충청남도교육청은 ‘2012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교육청’으로 지정되어 ‘자기주도학습전형’ 실시 학교를 모집 했다. 선정된 학교에는 1개 학급 40여명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후기 1차에 내신과 면접을 통해 재량모집 권한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실시 학교 모집결과 천안지역에서는 천안중앙고, 복자여고, 업성고가 지정되어 중앙고가 40명, 복자여고 40명, 업성고가 25명을 우선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이 후 업성고는 교과부 지정 자율형공립고가 되어 후기 1차에 신입생 전원 모집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작년과 달리 특목고와 더불어 일반계고에서도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우수하고 잠재력 있는 학생이 원하는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천안중앙고와 복자여고가 업무량 경감 이유로 ‘자기주도학습 전형’ 40명 선발과 함께 일반전형도 후기 1차에 동시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고입전형요강 계획서를 제출, 이를 충남교육청이 승인해 주면서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충남교육청 자기주도학습전형 사전설명 미흡
일부학교 전형조정, 우수학생 쏠림현상 지적
중앙고와 복자여고가 모집전형 일정을 변경하자 천안고도 후기 1차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내용의 입시전형요강을 충남교육청에 제출했다. 천안고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전형’ 학교 모집 당시 시범학교 조건에 충족했지만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일반전형 등 고교입시를 두 번 치러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안고가 뒤늦게 모집요강을 수정 제출한 것은 충남도교육청의 시행 지침에 ‘학교장 재량으로 일반계 자율학교도 후기 1차에서 뽑을 수 있다’는 내용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 천안고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학교 모집 당시 도교육청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충분하게설명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시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학교로 선정되었다면 전형대상 40명만 후기 1차에서 뽑고 나머지 인원은 2차에서 모집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안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대부분 같은 판단을 하고 공동접수창구에서 학생의 소신지원을 유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선학교에서의 불만은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일반전형을 후기1차에 동시선발해 특정학교에 우수학생 쏠림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
한 고등학교의 교무부장은 “선정된 학교들은 ‘자기주도학습전형’ 대상 학생 40명만을 우선선발할 권한을 가진 것이지 모든 학생을 우선선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우수 학생의 특정학교 집중은 좋은 학교 만들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안 교육계에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학교의 3학년 담임교사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소위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후기1차에서 동시에 선발한다면 우수학생이 몰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부모, 교육시민단체 즉각 반발
입시과열 조장한 자기주도학습전형 중단 촉구
사진: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가 천안시청 기자실에서 자기주도학습전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일반전형 동시모집 권한 부여에 따른 고입혼란 초래는 급기야 천안지역 학부모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는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두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학생을 먼저 뽑으면 우수학생 쏠림이 심해질 것”이라며 ‘자기주도학습전형’ 추진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2개 고등학교의 후기 1차 우선 선발은 비평준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천안지역 고교입시를 과열시키고 아울러 고등학교 서열화를 더욱 고착화 시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난주 천안학부모회 공동대표는 “안 그래도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학교인데 모든 학생을 후기 1차에서 먼저 뽑는 것은 불공정한 입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다른 일반계고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기주도학습전형 40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후기 2차에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도 지난 20일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교육청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두 학교가 우수학생을 먼저 선발할 권한을 독점하고 일반계고는 우수학생 뺏기는 것을 지켜보는 처지가 된 것”이라며 “이미 일반전형도 후기 1차에 모집한다는 전형계획을 알면서도 충남도교육청은 선정 이외 학교의 반발을 피하려고 숨기고 있었다”며 충남교육청의 안일한 졸속행정을 비난했다.
이어 평준화연대는 “고입혼란 초래는 결국 김종성 교육감의 고교입시전형 결정권한 남용이며 중요한 정책은 공론화 후 여론 수렴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이를 어기고 몇몇 당사자끼리 결정해 일반계 학교에 엄청난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며, 특정학교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려 하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충남전교조 “자기주도학습전형 입시혼란 가중”
도교육청 공론생략한 졸속행정 즉각 중단해야
전교조 충남지부도 19일 성명서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전형’이 가져오는 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병도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다른 일반계고보다 10일 정도 앞서 학생 전원의 우선 선발권을 갖게 돼 중3 학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교육청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중단하고 공개토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 도입은 “가뜩이나 학교 서열화 문제가 심각한 충남 상황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고 현재 우수학생이 몰리는 학교에 더욱 많은 학생이 몰려 아이들에게 입시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 행정이 문제의 발단이며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일선 학교와 학부모, 학생에 대한 설명이나 문제점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후기2차 공동접수창구 유명무실 전락 우려
2개 고교의 동시선발로 촉발된 고입대란 사태는 또한 그동안 원활한 고교진학시스템으로 운영되어왔던 공동접수창구를 유명무실로 전락시킬 우려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안지역은 비평준화인 고교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진학희망 학교에 학생이 지원하고 중학교 내신 성적과 연합고사 성적을 합산해 학교별 산출점수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별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발생하게 되는데 불합격자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고교진학을 위한 장치로 2000년부터 매년 고입공동접수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접수창구는 학생들의 학교별 소신지원과 분산지원을 유도하고, 탈락학생수를 방지해 외지이탈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 사실. 특히 2011학년도에는 중상위권 학생들이 내신관리가 비교적 유리한 학교를 선택해 일부학교로의 쏠림현상이 줄어들었다.
모 중학교 관계자는 “사전에 수험생과 학부모 대상으로 충분한 사전 교육과 더불어 공동접수창구에서 지원 상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공동창구의 장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학교가 예정대로 후기 1차에 일반전형 학생까지 모두 선발할 경우 그동안 공동입시창구가 가진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후기1차에 많은 학생이 몰릴 경우 불합격자가 대거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는 “곧바로 후기2차 공동창구에도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에서 학생을 먼저 선발하면 그동안 중상위권 학생들의 분산효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이 가지고 있는 좋은 취지를 오히려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강조했다.
천안고입혼란 초래한 충남교육청 해법은?
결국 2012학년도 천안고입 혼란을 부추긴 책임은 자연스럽게 충남교육청으로 옮아간다. 충남도교육청의 한정도 장학사는 “일반계 고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고입제도 개선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기존제도에 비해 큰 변화를 가져와 혼란을 준 것으로 판단되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안교육청의 배종남 장학사도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해 “고교입시 과열을 1,2차로 나눠 해소하려는 취지”라고 말하며 “2학기 개학 후 학부모 연수와 중학교3학년 부장 연수를 통해 아이들이 소신지원 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배 장학사는 “도교육청에서 지역 여론이나 학교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밟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교육공동체가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교육청은 도교육청의 결정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고심하고 있으며 각 학교와 긴밀하게 협의하여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교육청은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일반전형 동시모집 승인으로 촉발된 천안 고교입시 혼란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충남교육청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교육가족과의 충분한 협의를 진행해 고입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