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공동입시창구, 평준화로 해소
공동입시창구, 평준화로 해소
김난주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천안중학교 운동장은 학부모들의 승용차로 메워졌다. 학부모들의 심장은 지옥을 오가는 듯 오그라든 상태였고, 8,769명의 중학교 졸업 예정자에 대한 2011학년도 천안지역 일반계고 공동입시창구 운영은 우여곡절 끝에 끝났다. 그간 중학생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학력 향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심혈을 기울여왔던 학부모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2001년부터 고입생의 대량 탈락을 막기 위해 공동입수창구를 운영했다고 한다. 80년부터 94년까지 평준화를 적용했던 천안이 95년부터 비평준화를 적용함으로써 공주로의 인재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로인해 인근 타 지역의 인재가 유입됨으로써 천안의 하위성적 학생들이 탈락하게 된 것이다.
올해, 마감 시간에 전광판 수치로 보면 복자여고나 북일여고는 미달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북일여고만 28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복자여고는 타시도군에서 52명이나 선발했고, 천안 전체의 외부 유입은 193명이며, 이는 작년에 비해 천안 외부 유입이 101명 감소했다.
공동입시창구를 운영함에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과도한 눈치 보기와 고등학교 서열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고등학교 교사 중 40% 정도는 공동입시창구를 폐지하기 원하고 있다. 서열화가 학생, 교사, 학부모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있을 뿐 아니라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고교진학을 앞둔 교육가족들 중 66%는 신속한 원서접수를 원한다. 중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은 학교마다 찾아다니며 접수하기 불편한 입장이고 접수기간 내내 탈락 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힘들어서 오히려 공동입시창구 운영을 찬성한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서열화 된 고등학교 생활을 겪어본 고등학교 교사들은, 서열화로 인한 트라우마(외상)에 의해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경쟁과열을 막고 싶은 심정이 절질하다고 한다. 우열의 갈림길에서 탈락이 예상되는 학생에게는 하향접수 하라고 연락할 뿐 아니라, 조기 접수한 학생의 탈락을 막기 위해 내신등급을 관리하려고 하향지원하는 학생마저 막바지 접수를 거절하기도 했다. 오는 15일에 시험을 보는 천안 중학생들은, 평준화 지역에 비해 입시지옥을 두 번 겪는 셈이다.
고교입시제도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자존감 완성 시기인 중고등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실패감을 심어준다. 명문고에 가지 못한 모든 학생들 뿐 아니라, 특기 적성과 무관하게 전문계고를 가야 하는 학생은, 자신에게 영원히 남는 낙인을 감내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 성패를 성급하게 재단하고 세상에 도전하고 싶을 때마다 주춤거리게 되는 것이다.
기초학력을 갖춘 중학생이면 고등학교 수학능력이 충분하다고 인정해주는 게 좋다고 본다. 선호학교와 기피학교로 서열화된 고등학교에 눈치작전으로 입학하여 성적증명서나 마찬가지인 서열 교복을 입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학업 전선으로 어린 학생의 등을 떠미는 게, 어른으로서 마땅한 노릇인가. 서열화 입시의 목적이 무엇인가. 수준별 맞춤교육으로 윈윈을 바랐던 것일 텐데, 결과적으로는 기피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학업포기가 지역경쟁력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선지원 후추첨을 통해 누구나 집 근거리에 있는 학교에 다니며 그 어디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