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맘
<싱글 맘>
.김난주, 김은숙, 이선희, 이행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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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 : (넥타이를 매며) 여보, 이번 주말에 어머니 생신상 준비는 잘 돼가고 있지? 좀 푸짐하게 해 드리자구. (은숙있는 쪽을 바라보며) 양말 좀 줘.
은숙: (설거지를 하며) 나, 출근에 늦게 생겼어. 당신 옆에 있는 서랍에 있으니까 하나 꺼내는 게 빠르겠다.
성현 : (서랍장 맨 위 칸을 열어본다.) 팬티들뿐이네. 양말은 하나도 없구만.
은숙: 서랍장 2층 왼쪽, 양말 넣어두는 데잖아. 어떻게, 몇 번을 말해줘도 그게 기억이 안 날까?
성현 : (버럭 소리친다) 왜 아침부터 잔소리야? 꺼내주면 될 일을! (양말을 신고는 가방을 들고 현관을 향해 급히 간다.)
은숙: 지난 생신 때 어머니가, 나물이 너무 짜다고 그러셔서 생신상 차리기가 겁나는 거 있지. 고급 식당에 가서 (성현이 현관문을 쾅, 닫는 소리가 난다) 식사를 하는 건 어떨까? (고무장갑을 빼서 싱크대에 던지듯 걸쳐놓고, 팔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선희: (혼자 머리를 양쪽으로 묶는다. 삐뚤빼뚤.)
핸드폰 벨이 울린다.
은숙: 네, 팀장님, 아침에 웬일이세요? (새벽에 시아주버님이 응급실로 실려 가셔서 조카들 밥 챙겨먹여서 등교 시키느라 오늘 출근이 늦어. 자기가 가서 팀 조회를 진행 좀 하고 있어 줘.) 아유, 무슨 내용으로 조회를 하란 말씀이세요. 우리 팀원들 너무 까칠해서 입 열기가 무서워요, 팀장님. (뭐든 알아서 하고 있어. 병천에서 출근하는 거라 한 시간쯤 늦을 거야.) 팀장님, 무슨 내용으로 (전화 끊어진다. 점점 큰 소리로 다급하게)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 (전화를 끊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온 몸이 얼어붙는다.)
선희: (혼자 짝짝이 양말을 신고 털코트를 꺼내 걸친다. 가방을 겨우겨우 맨다. 샌들을 꺼내 신은 채 쳐다보지도 않는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 학교에 간다.
은숙: (퇴근하자마자 바쁘게 청소를 끝내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시어머니 : (한 짐 들고 들어온다. 이것저것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푸짐히 내놓는다.)
은숙: 어머니 오셨어요.
선희: 할머니~~~ (와락 안긴다) 할머니 내가 좋아하는 홈런볼 사갖고 왔어?
시어머니 : 아니, 꼴이 이게 뭐야? 핵교 댕겨와서 씻지도 않고 있는겨? 옷 꼴이 이게 다 뭐여.
선희 : (시무룩해져서 방으로 들어간다.)
시어머니 : (들은 척 만 척, 짐 보따리를 내려놓고 정리를 한다. 정리 후 물을 찾는다.) 애 머리 하나 이쁘게 묶어줄 수 없으면 아들이나 낳을 일이지, 원....... 물 좀 다오.
은숙: 네. 여깄어요, 어머니. 뭐가 이리 많아요?
시어머니 : 아범은 아직도 내가 해주는 반찬만 찾잖니? 어제 전화 했더라. 요즘 통 입맛이 없다고. 결혼 한지 일 년이 넘었구만, 넌 아직도 아범 입맛을 못 잡는 거야, 어째…… 아범 좋아하는 반찬 해왔다.
은숙: (놀라는 표정으로) 아침에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식사 잘 했는데, 무슨 입맛이 없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주말에 어머님 생신상 준비 많이 하라는 말까지 했는데.......
은숙: (전화를 건다.) 자기 언제 도착해? 어머니 오셨다가 가셨는데 너무 맘 상하는 말씀 하고 가셨어. 이런 기분으로 생신상 차릴 자신, 없거든? 자기, 그 동안 입맛이 맞지 않아도 참고 있었던 거야? 사실대로 말하지 그랬어. 그렇게 입에 맞지도 않는데 왜 나한테 엄니 생신상 차리라는 거야? 자기 식구들끼리 의논해서 외식을 하든 출장식을 하든 알아서 해. 열심히 해놓고 욕먹을 게 뻔한 일, 하고 싶지 않아.....
성현 : 오해하지 마. 어머니 낙이 뭐겠어. 막내 아들 좋아하는
사장 : 김 대리, 김 대리. 뭐 하고 있어 얼른 들어와!
성현 : 네. 사장님.
사장 : 이번 주말에 뭐해?
성현 : 저은숙어머니,
사장 : (말 자르며) 음 우리 집 선산 벌초하는데, 같이 바람 쐬러 가지.
성현 : 그런데...
사장 : 다음 달 하반기 조직변동 있잖아. 박 과장이 해외 발령이라 그 자리에 누굴 앉힐지 고민이네. 어찌할까 김 대리. 이 대리, 정 대리. 누가 적당할까? 낼 바람 쐬며 정리하려고. 아, 참! 주말에 바쁘다고?
성현 : 아니요. 주말이니까 좀 느즈막이 식사를 하면 되죠, 뭐. 어머니 생신이거든요. 하하.
사장 : 바람 쐬고 저녁에 근사하게 한 잔 하면서 조직안을 짜보려고 했는데 말야. 부랴부랴 가족들한테 가야겠구만. 음. 암튼, 토요일 아침에 우리 집으로 와.
성현 : 예. 사장님 댁 앞으로 가겠습니다.
사장 : (손을 들어 눈인사를 한 뒤 떠난다.)
성현 : (나오며) 정말 미치겠어. 마누라 잔소리 눅이려고 같이 쇼핑하기로 했는데 난리 나겠군. 그래도 승진 기회를 차버릴 순 없잖아. (사장이 떠난 곳을 바라보며) 참, 드러워서......
며칠 후
성현 : 나 왔어. 이봐, 어딨어? 배고파. 이봐! 이봐!
선희: (아빠에게 달려와서 안긴다. 손 씻으려고 화장실로 아빠가 갈 때, 한쪽으로 가서 그림을 그린다.)
은숙: 숨 넘어 가겠네. 그놈에 밥타령.
성현 : (식탁에 턱 괴고 밥 달라 재촉한다.)
은숙: 손 좀 닦고 앉지.
성현 : 배고파 얼른 주기나해
은숙: (음식 내놓는다. 커피를 끓인다.)
성현 : (어찌나 정확한지 은숙반찬은 투정하고 엄마반찬은 연신 감탄사 만발. 밥을 다 먹은 후 아내가 주는 커피를 마신다.) 지난 번에 벌초까지 도와줬는데 말야... 승진에서 날 제껴놨더라구, 참 드러워서! 당신 서울 사는 내 친구 병박이 알지! 왜 건설업 하는 애 말야. 걔가 얼마 전 연락을 했더라구. 병천 하천 어디쯤에 땅을 사놨는데 개발사업이 전국에 널려있어서 자기가 관리를 못하겠대. 나한테 그 땅을 넘기고 싶다는 거야. 어디서 쫌만 돈을 융통하면 큰돈 좀 만지겠던데, 어디서 돈을 구할지 막막해서 말야...... 친구 덕에 팔자 고칠 기회가 온 거 같은데 날려버리려니 아깝구.......
은숙: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지금 어디서 단 몇 푼이라도 구할 수 있겠어. 불경기 때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월급쟁이가 젤 속 편하다는 거 몰라서 그래?
성현 : 당신 말야. 오빠도 요즘 신통치 않다는데 이번 기회에 형님도 재미 좀 볼 수 있게 운 좀 떼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냐?
은숙: (쏘아본다) 친정 식구들이랑 돈 문제로 더 이상 날 엮으려 들지 마. 한두 번도 아니고 월급쟁이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딴 생각이야. 뭘 하든 당신이 알아서 해. 내 피 말릴 일에 난 더 이상 내 무덤 파는 일 안 할 거니까, 꿈도 꾸지 마.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 충돌하게 된다.
우리는 상대방 이성이 우리 자신과 비슷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고 우리가 느끼는 대로 느끼기"를 바란다
사랑한다면 마땅히 이렇게 해줘야 하나 그렇지 못할때 실망을 거듭하게 되고
서로의 차이점에 애정을 갖고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랑은 꽃을 피울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성현 : 사람이 어떻게 그런 독한 말을 눈도 꿈쩍 안 하고 쏟아 붓냐? 이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는 거야? 사장이란 놈은 날 이용해먹을 대로 이용해먹고는 있는 놈하고 붙어먹고, 가족이라고 먹여 살리라며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내밀어놓고 나몰라라 하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라는 거야, 나더러? 그럼 어쩌자는 건데? 그렇게 남처럼 처신할 거면 갈라서자고! 갈라서! 내 인생, 처자식 먹여 달리겠다고 만신창이가 되는 거 나도 노땡큐야!
선희: (엄마 아빠를 큰 하트 양쪽에 그려 넣은 종이를 반으로 찢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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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여자가 각자 사다리를 들고 한 명씩 무대에 선다.
팀장 :
은숙 : (선희가 두 손으로 사다리 끝을 꼭 붙잡고 따라 온다. 사다리를 힘겹게 들고 와서 가운데 놓고 올라가 앉는다. 선희는 그 사다리를 꼭 끌어안고 기대어 선다.)
여자는 자기부부가 행복하지 못한것에 대해 배우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
받은 것에 비해 늘 더 많이 주어 왔다는 사실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문제 해결책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믿음, 공감과 관용.
남자는 배우자가 자기를 원망하는 것에 활 내기 보다 그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녀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가지 작은 행위를 통해 그녀가 자기를 신뢰하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금성인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고,남과 나누지 않는 자기만의 것을 갖고 싶어했다.
오늘날 많은 여자들이 상대에게 베푸는 일에 지쳐 있다.
그들은 휴식시간을 원하고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시간, 누구보다도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자가 젊었을때는 얼마든지 자기를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고, 스스로를 배우자에 맞추어 그를 만족시키려고 애쓴다.
젊은 시절에 남자들은 너무나 자기 자신에게 몰두해 있어 타인의 욕구를 헤아리지 못한다.
그런데 여자는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배우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포기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생기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비로소 남을 존중하고 위해 주는 일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무엇 보다도 큰 변화는 자기가 상대로 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는 일에 한계를 긋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혼 후 비로소, 남편을 돌보느라 내팽개쳐진 나 자신에게 좀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친구들과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는 싱글맘 생활이, 그 전보다 훨씬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발리 댄스를 춘다. 춤이 끝나면 딸의 손을 잡고 사다리에 같이 올라앉는다.)
팀장 :
여자의 파도가 아래로 부서져 내릴 때는 감정의 정리, 그러니까 감정의 대 청소가 필요한 시간이야. 언제나 강인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성공녀라 할지라도, 때로는 자기 우울을 찾을 필요가 있는 거거든.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는 스트레스에 늘 노출되어 있고 감정이 오염될 소지도 많아서 대청소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