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평준화연대 2009

천안 고교입시제도 개선 협의를 위한 제언

실다이 2010. 8. 18. 16:02

 

천안 고교입시제도 개선 협의를 위한 제언

 

김난주 (천안시 고교평준화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대변인)

 

부모의 경제적 능력으로 인한 출발선의 다름을 감수하는 것이 한국 미래의 역군들에게는 아직 필수 통과의례다. 그래서 성적과 등급에 맞는 대학교를 지원하여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출발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실패자라는 주홍 글씨 낙인을 감추며 자신의 인생 성패를 성급히 재단하고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더구나 이런 현상이 고교입시제도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자존감 완성 시기인 중고등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께 성장하고 협력해야 할 친구들끼리 이런 위화감을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1974년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고교평준화 입시 제도를 도입했다. 기초학력을 갖춘 중학생이면 선지원 후추첨으로 집 가까이에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는, 대구와 광주 등 대도시로 확산되다가 천안은 1980년부터 94년까지 평준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성적 우수학생들이 공주지역 등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적에 따라 진학하는 입시제도로 회귀함으로써 명문고를 선호하는 교육가족을 위해 다수 학생이 출신학교를 부끄러워하게 된 것이다.

 

김종성 교육감은 후보 시절에 천안시 평준화 추진협의회를 2010년 내에 구성하여, 타당하면서 찬성이 많다면 천안시 고교입시 제도를 평준화로 바꿀 수 있다고 하였다. 1년 전 보궐에 이어 민선 5기에 재당선된 김 교육감은, 공약대로 연내 평준화에 대한 재검토 준비를 하고 있다. 8월 현재 추경예산을 확보하였고,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추진 로드맵을 그렸으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 용역을 의뢰하여 2011년부터 평준화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청 관계자와 도교육감은 이 과제에 대해서, 명문고 출신이라는 학벌선호 도민의 바람과 고교입시로 불이익을 겪는 다수 천안시민의 고통을 모두 고려하는 것을 딜레마처럼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불합리한 신념에 의한 느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한국은 평준화와 비평준화 양립을 위한 교육환경구축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전국 중학생의 70% 이상이 평준화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재, 천안은 15년간의 평준화 적용 중 시민 여론 수렴 없이 95년부터 비평준화로 회귀하였음에도, 성적 우수학생들의 선택권과 수월성 교육을 위해 마련된 특목고‧과학고‧예술고‧외고 등을 확대하는, 기형적인 고교입시제도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안시 고교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 과정의 바람직한 태도는, 이해 당사자들의 발언권을 골고루 경청하고 공감하는 마음이다. 모두의 이익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모두의 고민을 보완하기 위한 해법 모색에, 교육청이나 교육 전문가 뿐 아니라 학부모 입장을 대변하는 시민대표가 참여한다면, 객관적인 태도로 고교입시 제도를 개선하려한다는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지만, 투명하게 함께 하는 일은 결과가 어떻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2010년 8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