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자, 임재신님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도전자, 임재신님을 소개합니다
1972. 4. 3.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성지새말 A 103-2001
010-6238-0798
1993 _ 당시 23세이던 10월, 영동세브란스에서 진행성근이영양증 판정
1999 _ 지제장애1급 등록. 휠체어.
2000 _ '복지세상을 여는 시민모임' 간사
2004 _ 천안시 사회복지협의회 홍보간사.
단체(복지세상, 느티나무, 여장연, 한빛회, 천안YMCA, 아산YMCA, 돌봄서비스센터, 풀뿌리희망재단, 소망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제작
'근육병을 넘어선 또 다른 희망' 개인 홈페이지 운영. (overmda.com)
2009 _ 삶을 포기
2010 _ 공익광고 출연
모든 생명체들은 행복을 추구한다. 인간은 취미와 기호를 즐기고 특기를 과시하여 사회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단란한 가정과 친근한 우정으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장애인이 되면, 그런 기본은 통째로 흔들려서 자포자기에 이르기 일쑤다. 하나 둘 가족들이 떠나고 직업마저 없다면, 즐거운 인생은 남의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93년에 ‘진행성 근이양증’ 판정을 받고 99년부터 장애1급으로 등록되어 휠체어에 몸을 의탁하면서도, 장애인 단체 ‘한빛회’ 회원으로서 야학 교사 활동을 하며 사회에서 탈락되지 않으려 한 사람이 있다. 02년부터 04년까지 시민단체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과 ‘천안시 사회복지협의회’에서 홍보간사 활동도 했다.
장애인이 시민단체 홍보간사를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음에도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시민 단체 이사들마저 동의할 수 없을 만큼 사회적 공감이 미미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는 천안지역 10여개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어 천안지역 시민운동 활성화에 기여하였고,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동반’임을 사람들이 깨닫도록 도왔다. 또한 2004년에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근육병을 넘어선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웠다. 그러나 그는 2009년, 상태가 더더욱 악화되자 삶을 포기하고 만다. 봉사활동 중이던 웹사이트 제작도 중도에 멈추고 전화도 받지 않았으며 두문불출한 채 죽음의 길만 찾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에게 가족이 있을 때와 그 가족이 쉴 때에 봉사하면 큰 반감을 느끼곤 한다. 가족들이 견디다 못해 지쳐 떠나면 불쌍히 여기며 ‘홀로 남은 장애인’을 그제야 돕는다. 칠 년 남짓 수발들던 고등학생 딸을 이혼녀에게 보냈고, 출가 전 여동생의 돌봄마저 거부하고 이모에게 보냈다. 힘들어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깊고 큰 상처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학 과외를 했었지만 이제는 자율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들이나 지도할 수 있는 처지라서 생계가 막막하여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단 1cm도 스스로 이동하거나 손발을 쓸 수 없어서 , 두 평 남짓 방에서 추구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컴퓨터 당구와 영화 관람 정도이다. 담배와 커피가 유일한 기호생활인데, 일반인에게는 ‘일도 아닌’ 이 정도의 기호생활이나마 추구하려면 가족, 친구, 봉사자,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탈 때나 콘도를 이용할 때 예약을 한다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슈퍼, 미용실, 병원에 갈 때도 리프트 차량을 예약해야 한다. 만일 이동지원차량에 보조인까지 탈 수 없다면, 보조인의 교통비도 지불해야 한다.
전신마비라서 스스로 삶을 멈출 수 없다고 좌절했으나, 전신마비라서 숨을 멈출 수 있는 여건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많았다. 그러나 그는 해야 할 일, 아니, ‘죽기살기’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다시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수학과 전산 재능을 자원봉사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재능 품앗이 문화를 마을에 심는 것이다. ‘참 자립 생활’의 희망을 키우면서, 그는 성인의 독립과 장애인의 자립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아해 한다. 온정주의에 의한 장애복지가 아니라, 계약 관계에 의한 품앗이 봉사를 추구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이 일반적인 삶의 문화로 자리매김 하기를 원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공동체 중 어느 한 형태를 이룬다면, 독립적인 인간으로서의 삶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를 향해 고민을 토로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적으로 부족한 체계를 보완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의 자립생활 실현을 통해 사회는 그 해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가 중에서 뒤에만 앉아있는 이론가를 가장 싫어하고, ‘뒤에 앉기 좋아하는 실천가’가 제일 좋다고 한다. 그 자신이 진정한 실천가가 되어 최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실현하고자 다시 여로에 서는 것을 기꺼이 옹호하며, ‘아름다운 도전자’ 임재신님을 소개한다.
2010년 8월 11일
김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