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호모 부커스 _ 그린비 _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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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부 왜 읽어야 하는가?
1. 책읽기와 ‘공자되기’
2. 조선시대의 책벌레, 이덕무
3. 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것 같은 자세로 읽어라!
4. ‘우격다짐’ 독서론
5. 책읽기와 저축하기
6. 책은 미래다
7. 이제, 거인의 무동을 타자
8. 정서적 안정과 치유로서의 책읽기
9. 책읽기,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가치
10. 잘 쓰려면 잘 읽어야 한다
11. 제도로서의 책읽기 고민해야
2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1. 『삼국지』 읽지 마라?
2. 책읽기와 고향 가는 마음
3. 천천히 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4. 첨삭으로 알아보는 다치바나식 독서법
5. 읽고 토론하기의 힘
6. 왕도는 없으나 방법은 있다!
7. 깊이 읽으면 길이 보인다
8. 책들이 벌이는 전쟁, 겹쳐 읽기
9. 눈높이에 맞게, 그러나 눈높이를 넘어
10.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11. 독후감, 책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
12. 책 읽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13. 책읽기,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가치 있는 유산
에필로그 쓰기 위한 읽기 교육을 향해
감사의 글
삶을 변화시키는 책읽기, 타인과 소통하는 책읽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는 지식 습득을 위한 책읽기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위한 책읽기를 새롭게 제안한다. 책읽기가 가진 이런 힘을 역설하고 있는 이 책은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서 세대 간 소통을 유도할 수 있고, 입시 너머의 진정한 공부를 추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속독과 다독이 판치는 책읽기 풍토에 반해,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겹쳐 읽기, 그리고 토론과 쓰기가 어우러진 책읽기를 강조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책읽기 방법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삶과 만나는 ‘호모 부커스’의 독서법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세상의 변화를 위한 독서론
책읽기는 자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초 체력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내면을 점검하고, 자신과 맺고 있는 다른 모든 것과의 관계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일상에 파묻혀 있는 우리에게 책읽기는 습관적으로 보내는 일상을 낯설게 보도록 해주며, 삶의 조건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깊이를 더해 준다. 이를 밑바탕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나를 창조할 수 있고, 삶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공자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인이 된 것은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책을 열심히 읽으면 공자가 될 수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공자처럼 높은 인격과 약자를 위하는 삶의 태도,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바꾼 많은 사상가들과 성인들처럼, 우리도 책읽기를 통해 그들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책읽기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현대 영화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지옥의 묵시록」은 20세기 초반 출간된 <암흑의 핵심>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코폴라 감독은 단순히 책을 영화로 옮긴 것이 아니라, 시대 배경을 베트남 전쟁으로 바꾸고, 미국의 대외 정책을 반대하는 영화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책읽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자신의 바쁜 일상에 매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책읽기는 이런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을 상상하게 한다. 책을 통해 이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책읽기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겹쳐 읽기!―호모 부커스의 독서법 1
천천히 읽으며 꼼꼼하게 읽어야 저자의 생각이 갖는 타당성을 독자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고, 비판할 수 있다. 느리게 읽기는 실용적인 책읽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한 권의 책을 느리게 읽는 것만큼 깊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깊이 읽기란 한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는 ‘전작주의 독서법’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깊이 읽기는 이런 전작주의 독서법을 발전시켜, 관련 주제의 책들까지 찾아 읽는 것을 말한다. 깊이 읽는 독서법은 우리의 지식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하다.
깊이 읽기가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겹쳐 읽기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겹쳐 읽기를 통해 우리는 자칫 재미있는 소설에 그쳤을 <로빈슨 크루소>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겹쳐 읽기를 통해 책읽기를 다양한 사유들이 서로 경쟁하는 전쟁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고, 토론하고, 써라!―호모 부커스의 독서법 2
함께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그 책에 담긴 내용을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처럼 자기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읽기의 완성은 ‘쓰기’에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유를 담은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읽은 책의 내용을 자신만의 언어로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쓰기 편한 방식을 만들면 된다.
누구나 책읽기의 달인이 될 수 있다!―제도로서의 책읽기
최근 한국에서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Clemente Course)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클레멘트 코스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책을 읽고 강의하는 과정을 말하는 데, 일반 재활 교육을 받는 노숙자들 태반이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는 반면 이 과정을 거친 노숙자들은 대부분 자활을 위한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제도로서 책읽기를 정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책읽기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위해 학교에서 책읽기 교육을 제도화해 실행해야 하며, 학교 도서관 역시 예산을 늘려 사서 교사를 통한 체계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을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완성될 때 누구나 쉽게 책읽기의 달인에 등극할 것이다.
_78_
인간을 귀납적으로 이해하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를 치유하고, 장애를 뛰어넘게 해주는 책읽기로서, 생산과 산업에 함몰된 인간형을 지양하고 정신복지형을 지향하며, 성취와 성공지향의 인간형을 극복하고 행복한 인간형에 눈을 돌리는 책읽기. 정서적 안정감을 얻지 못한다면 상처와 장애를 얻을 게 불을 보듯 뻔하므로, 두 입장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 제3의 독서영역 : 김정근 교수 -
_79_
책을 읽으면, 지식과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되고 침된 인간이 되는 길을 열어보이며 정서적 안정을 얻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며, 시간 죽이기에 그만인 데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_84_
때가 어느 때인가. 미국을 내세운 초국적 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독점하려고 세계차원에서 무차별 공세를 펼치고 있지 않은가. 그 엄청난 고통과 혜해를 약하고 가난하고 배운 것 부족한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겪고 있지 않은가. 신자유주의는 끊임없이 세계 차원에서 타자를 만들어 낸다. '우리'와 다른 것을 타자로 이름 짓고, 그들을 차별한다. 다름 때문에 차별받는 무리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의 무리 속에 머무는 한, 그 아픔을 짐작할 수 없다. 자로고, 책 또는 문학은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라고 우리에게 귀뜸해 왔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일수록 억압받고 탄압받는 이들의 삶을 그렸다.
_98_
자본의 책략이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어린이 만들기' 시스템으로 몰아가고 있다. 교육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오로지 돈 되는 것뿐인 체세포를 융합해 학교라는 자궁에 이식, 자본이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만 선택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다 쓴 난자는 그 생명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내버려지듯 한 이간이 품고 있는 다른 가능성은 묵살되는 것이다. 당장 자본이 필요로 하는 분야는 어른으로 만들어 주지만 (생산적 노동자 만들기), 나머지는 어린이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소비자 만들기) 예의도 없고 열망도 없고 교양도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116_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읽는다. 다시 말해 굉장히 천천히 읽는다.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 - 앙드레 지드 -
_122_
세상에는 천천히 읽을 수 없는, 천천히 하는 독서를 견딜 수 없는 책이 있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책이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은 바로, 결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천천히 읽는 것, 이것이 첫번째 원칙이며 모든 독서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면서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려 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는 구절을 빨리 읽을 때는 주목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 독서술 : 에밀 파게 -
_123_
읽는 방식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전력을 다해, 시간을 들여, 거기에 채워 넣은 풍경이나 울림을 꺼내 보는 것은 바로 잘 익어서 껍질이 팽팽하게 긴장된 포도 한 알을 느긋하게 혀로 느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천천히 책을 읽는 거슨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포도의 싱싱한 맛은 먹는 방법 하나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읽는 방법 하나에 책 자체가 달라진다. 즐거움으로 변한다. 살아가는 리듬이 다르면 세계관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 독서술 : 에밀 파게 -
_133_
도데체 무엇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까. 대화와 토론이라는 '폭약'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사유의 '방조제'에 균열을 만들어 내고, 그 틈으로 다른 사유방식이 유입되어 변화의 물꼬를 트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 섞임이 일견 혼란과 비순수로 보일 수 있으나, 그 과정을 거침으로 비로소 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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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는, 답은 오로지 하나라고만 강요해 왔다. 이미 배운 사람과 권력과 자본을 장악한 사람들이 서로 합의해 반드시 다음 세대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정했다. 이를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익히게 해온 것이니, 이때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손꼽힌 것이 이해와 암기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경제성장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민주화를 가져왔다. 지식은 늘 새롭게 생성되고 있고 권력은 시민들의 감시 대상이 되었으며 경제적 부는 나누어져야 한다고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치의 다원화는 당연한 결과이다. 계몽의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단 하나의 답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로지 유일한 답은 없으며 사회 구성원 간에 합의해 가며 찾아야 할 답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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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 헌법의 풍경 : 김두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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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한 읽기 교육 프로그램. 주제 선정하기...분야별로 책 선정하기(문학.인문.자연.예술)...각 책으로 토론하기(반드시 독서카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할 것)...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토론...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첨삭 및 결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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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에 따라 제대로 살면 다음 세대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그래서 가르치는 게 어려운 법이다. 알고 있어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걸맞게 살아갈 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땅을 일러 '즐거운 지옥'이라 하지 않던가. 희망 없지만 희망을 만들어 나아가기에 즐겁다 하는 것이리라. 더 늦기 전에 창조적 독자 만들기에 지혜를 모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