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바리 - 잊혀진 자장가
바리 (잊혀진 자장가)
바리
잊혀진 자장가
김정숙/작
등장 인물
바리
오구대왕
어머니
무장승
바리 아이들1, 2, 3
마별 사
토미
지옹
바리 친구
지옥장
서천신령
빨래터 할멈
다리노인
황천강신령
사바스5인
의사
극락배 선녀
여인(왕후)
여인1, 2, 3
육공주1, 2, 3, 4, 5, 6
육사위들1, 2, 3, 4, 5, 6
빨래터 요정들 외 여러분
[페이지] 001
[막] 1막
서곡 흐르며 무대는 세기말의 이국거리. 마별 사가 지난다. 흥분된 바리와 그의 친구 바쁘게 들어선다. 마별 사와 부딪치는 바리 비틀거린다. 마별 사가 바리를 부축하나 바리는 마별 사를 밀치고 일어서 파티장 문 앞에 선다. 그녀들을 지켜보는 *마별 사
*마별 사는 바리공주의 부모인 오구대왕과 길대 부인의 전령으로서 길대 부인의 명을 받아 바리 공주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
[친구] 바리 돌아가자 제발 돌아가자 바리 토미 이야기 거짓말이야
[바리] 믿을 수 없어 만나야겠어.
[친구] 만나서 어쩌려고 토미 마음을 알잖아 이미 네 곁을 떠났어. 되돌릴 수 없는 마음 너도 알잖아 제발 바리 돌아가자
[바리] 얘기를 해야겠어 다시 한번만 이대로 또 버려질 순 없어
[친구] 소용없는 일이야 상처만 입을 거야
[바리] 상처 입을게 뭐 있어? 더 이상 상처 입을 일이 토미마저 내 곁을 떠나면 난 아무 희망이 없어.
[친구] 남자는 많아 다시 시작하면 돼
[바리] 그럴 수 없어 남자를 갖고 싶은 게 아냐 사랑에 버림받는다면 난 죽음이야
[친구] 이제 그만 옛날에서 벗어나 바리
[페이지] 002
이젠 네가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널 버릴 수 없어 지금 너는 너를 버리는 거야
[바리] 그래 토미 사랑 없으면 난 나를 버릴 거야!
[친구] 바리!
돌아서는 바리
[마별 사] (홀로 남아) 바리 공주님! 이제 끝인가 이 긴 여행-
문 열리면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파티장 술과 마약, 욕망의 광기가 자욱하게 안개처럼 깔린 사이로 현란한 조명이 사람의 눈을 가리고 음란과 폭력이 난무하는 파티장이다. 사람들은 신부님 의상에 원숭이 모양의 마스크를 쓴 사람에서부터 온몸에 뱀 형상을 두른 사람에 이르기까지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기고 폭발하는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춤을 춘다. 파티를 진행하는‘사바스’가 반라의 몸에 바퀴벌레 같은 곤충 차림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등장한다.
*‘사바스’는 사람들에게 술과 마약을 주고 그들이 더욱 즐기도록 자극한다.
*사바스는 악마들의 축제를 뜻하는 말로서 마녀들을 일컫기도 한다.
[사바스] 우 사바스!
[수하들] 사바스!
[페이지] 003
[사바스] 우 사바스!
[수하들] 사바스!
[사바스] 우 사바스!
[수하들] 사바스!
[모두] (환호한다.) 사바스, 사바스 (무대 위에 욕망의 분출을 상징하는 불꽃들이 터진다.)
[사바스] 너의 가슴을 뒤집어 헤쳐 버려 아무도 널 보지 못하게 아무도 널 찾지 못하게 어둠 속으로 가면 속으로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 줄 순 없어 너의 몸이 이끄는 데로 가면 돼 아무도 널 보지 못하게 아무도 널 찾지 못하게 어둠 속으로 가면 속으로 글자로 만들어진 인생은 이제 그만
[모두] 꺼져 버려
[사바스] 가슴에 피가 흘러가는 데로
[모두] 흘러 가는데로
[사바스] 니 맘대로 니 뜻대로 너 꼴리는 데로!
[모두] 사바스!
[사바스] 여기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너만의 세상 가슴을 열어 사슬을 끊고 몸이 흔들리는 데로
[모두] 아무도 날 보지 못하게 아무도 날 찾지 못하게 어둠 속에서 가면 속에서 우리들의 파티 사바스!
[페이지] 004
[모두] (발을 구르며 목청껏 연호한다.) 사바스!
광적인 열기에 휩싸이는 무대 한 남자가 갑작스레 여자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퍼붓는다. 소리치는 여자 혼란지려는 사이 사바스의 수하 군인들이 남자에게 달려와 몽둥이를 휘두른다. 남자가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다가 바리에게 부딪친다. 바리친구는 얼굴에 가면을 쓰며 바리에게도 가면을 주나 바리는 거절하고 토미를 찾는다. 이어지는 남녀들의 둘씩, 서넛씩 혹은 여럿이 짝을 이어 추는 음란한 춤 그들속에 함께 즐기던 사바스가 바리를 발견한다.
[사바스] (뜻밖이라는 듯) 바리? 바리!
사람들 바리를 발견하곤 동작을 멈추며 비아냥거린다. 토미가 새로운 애인과 함께 사람들 속으로 숨는다.
[사바스] (바리에게서 코를 싸쥐며) 오 이 지독한 냄새
[모두] 쓰레기 바리
[사바스] 숨을 쉴 수가 없어
[모두] 불청객 바리
[사바스] 여기가 고아원인가
[모두] 파티를 망치네
[사바스] 여기가 교회인가?
[모두] (토하는 흉내를 내며) 윽
[사바스] 여기는 우리들의 파티
[페이지] 005
[모두] 초대장은 있나
[사바스] 누가 바릴 불렀지?
[모두] 아무도 부른 적 없어
[사바스] 여기는 우리들의 파티
[모두] 어서 돌아가
[사바스] 꺼져 버려
[모두] 너를 버린 곳으로
[바리] (외친다.) 토미!
사바스와 사람들이 토미와 지옹을 바리 앞으로 밀어낸다.
[바리] (놀라며) 토미!
늑대처럼 야성적인 복장의 토미와 미끈한 뱀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지옹.
*지옹은 토미의 새로운 동성 애인이다.
지옹이 바리를 아랑곳 하지 않고 토미를 애무한다. 바리를 애무하는 사바스 무리
[바리] (사바스 무리를 뿌리치며 토미에게) 이리와 토미
[사바스] (흉내내며) 이리와 토미
[지옹] (토미를 끌어안으며) 토미 못가
[사바스] (흉내내며) 토미 못가!
[지옹] 말해줘 토미 니가 누굴 사랑하게 됐는지 우리가 어떻게 서로 사랑하는지 들으면 열 받을 꺼야 말해줘 토오미 바리가 사랑한 토미는 없다고
[페이지] 006
이제 내사랑 토미만 있다고 알며는 돌아버릴거야 말해줘 토미 어제 사랑은 어제 끝났다고 오늘은 니가 누굴 사랑하는지 (대사) 다시 토미와 사랑하고 싶다면 타임머신타고 옛날로 가야 할걸
[바리] 토미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이렇게 헤어질 순 없어 넌 날 사랑했잖아
[토미] 동정도 사랑이라면
[바리] 동정도 사랑이야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아 너는 나의 땅 내 가슴 누이는 작은 집 다시 한번 웃어줘 제발
[지옹] (대사) 아우 짜증나 (이후 다시 노래) 토미! 어서 네 마음을 보여줘 우리 사랑에 엑스트라는 필요 없어 끝난 사랑, 끝난 노래 어서 말을 해 토미
[토미] 바리 이미 지난 일이야 이제 그만 그만 날 놔줘 네 손아귀 속에 갇힌 사랑 숨막혀 벗어 나 고파 사랑은 훔쳐지는 장난감이 아니야 양부모가 왜 널 떠났는지 생각해 봐 알 수 있잖아
[페이지] 007
끝도 없는 사랑 구걸이 포기와 절망을 불러들였어 사랑을 모르는 너를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대사) 넌 어쩔 수 없어
[바리] 그렇지 않아 나도 사랑을 알아 받아본 적 없지만 그릴 순 있어 수없이 홀로 그려 본 사랑의 그림 내 눈에 내 손에 내 맘에 새겨논 사랑 안녕 이란 말 무서워 못하는 나 나의 소원 네 그림자 되는 것 사랑에 배고파 손을 내밀어도 바람만 쉬었다 가는 빈손이야 놓을 수 없어, 보낼 수 없어 끝도 없는 사랑 구걸도 좋아 너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다시 시작해, 사랑을 배울께
[토미] 제발 바리 내 얘길 들어 귀를 열어 마음을 열어 들리는 그대로 들어줘 사랑을 했다면 놓아줘
[바리] 토미 그럴 수 없어 들리지 않아 난 귀머거리 대답할 수 없어 난 벙어리 사랑이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토미] 사랑이라 하지마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바리] 제발 버리지마 가지마 무서워 두려워 그러면 안돼
[페이지] 008
[토미] 언제나 너를 버린 아버지 흉내 이젠 싫어!
[바리] 토미!
[토미] 난 너를 잊어버릴 테야!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바리] 토미! 그래 잊을께 나를 이 세상에서 지워 줘 이 지옥에서 나를 없애 줘 사랑 없는 나를 죽여줘 제발 어서 나를 퇴장 시켜 줘 이 더러운 세상 꿈에서 세상에 처음 버려진 날부터 발길에 채이는 깡통처럼 아파도 울지 못해 슬퍼도 눈물 없어 버려도 좋은 여자 버려도 좋은 사랑 없어 이젠 더 이상 아무도 날 버리지 못해 이젠 내가 나를 먼저 버릴 테야 내 가슴 타오르는 불길로 모두 태워버릴 테야!
달려나가는 바리 토미와 사람들 뒤따라간다. 바리 옥상 난간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서 있다. 토미와 사람들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바리 하늘을 바라보며
[바리] 언제나 내 인생 꿈이기를 바랬어 회색 빌딩 숲 홀로 핀 민들레처럼 그 작은 어깨에 상처가 무거워 메아리 없는 세상 떠도는 나의 기도
[페이지] 009
혼자 도는 외톨이 바람개비 부러진 날개 아파 울어도 별도 없는 콩크리트 하늘에 차가운 바람만 비켜 가네 이 세상 많아도 저승은 하나겠지 내 먼저 가 기다려 날 버린 부모 다시는 사랑 버리는 세상에 오지 않아 이 세상 이제는 내가 버릴 꺼야
바리가 뛰어내린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 마별 사의 손에서 강력한 선이 바리를 향해 뻗친다.
암전
앰브런스 소리, 병원이다. 바리가 침대에 누워 있고 의사가 진찰을 하고 있다. 바리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
[의사] 알 수 없는 일이야 몸에 상처 하나 없어 추락했던 흔적도 찾을 수 없어 알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져 돌아오지 않네 기적은 신의 뜻 누가 깨워 낼 수 있을까
[친구] 바리를 살려 주세요
[의사] 기다려 봅시다. 깊은 잠에서 깨어날 그날을
[친구] 그날이 올까요?
[의사] 신의 뜻, 기적이 있으니 돌아오려는 마음, 살겠다는 의지가
[페이지] 010
나침반 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겠죠 그날을 기다립시다.
[친구] 이렇게 떠날 순 없어 어서 깨어나 바리 잠들면 안돼 이제 눈을 떠 바리 그 옛날 혼자 노는 아이 아무도 네 곁에 갈 수 없었지 언제나 혼자 우는 아이 아무도 네 눈물 닦아줄 수 없었지 생각나니 바리별을 보며 찾던 고향 손가락 걸며 부모님 찾자던 맹세 엄마가 되자던 우리의 약속
의사가 친구를 데리고 나간다. 깊은 정적 속 - 무대 홀로 남는 바리 하늘이 드러나며 별들이 반짝인다. 아스라히 들리는 동요 소리
[아이들] (소리만) 별 하나 나 하나
[어머니] (소리만) 자장자장 우리 아기
[아이들] 별 둘 나 둘
[어머니] 자장자장 잘도 잔다
[아이들] 별 셋 나 셋
[어머니] 사랑이야 내 사랑이야
[아이들] 별 넷 나 넷
[어머니] 은방석에 꽃방석에
[아이들] 별 다섯 나 다섯
[페이지] 011
[어머니]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아이들] 별 여섯 나 여섯
[어머니] 자장 자장 잘도 잔다
[바리] (신음 - 대사) 어머니
[어머니] (대사로) 걱정 마라 아가야 괴로운 꿈일랑 잊어 버려 슬퍼 마라 아가야 너를 기다리는 에미가 여?다
[바리] (울며 - 대사) 엄마 나를 데려가 주세요
마별 사가 들어서 바리 옆에 선다.
[마별 사] (다시 음악으로) 깨어나시오 바리 공주여 깨어나시오 바리 공주여
[바리] 누구시죠 당신은?
[마별 사] 나는 마별 사
[바리] 마별 사?
[마별 사] 오구대왕과 길대 부인의 명으로 공주를 모시러 왔오
[바리] 오구대왕, 길대 부인? 그들은 또 누구인가요?
[마별 사] 바리공주님을 낳아주신 부모님
[바리] 내 부모님이라 구요 날 낳아주신?
[마별 사] 모두들 기다리고 있소. 어서 갑시다.
[바리] 어디로요
[마별 사] 공주님이 태어나신 곳 공주님이 오신 곳 공주님이 나신 곳 처음 당신의 운명이 시작되는 곳 (대사) 자 가시지요!
[페이지] 012
마별 사와 바리에게 강력한 빛이 조명되며 두 사람이 순간 하얗게 빛났다 조명 사라지면 두 사람이 사라진다. 어둠 속 바리와 마별 사가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무대장치 음악에 맞춰 서서히 왕궁으로 변한다. 솟대 아래 오구대왕이 눕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오구대왕의 부하인 오방장수들이 매고 선 침상에 매어 달린 채 힘에 겨운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오구대왕의 육공주와 사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제사장의 인도하에 무리들이 오체투지로 납작 엎드려 오구대왕의 쾌유를 비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무리들] 북두칠성에 비나이다. 우리를 구하소서
[무리1] 주시지 않으면 받을 수 없고 먹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우리
[무리들] 대왕을 구하소서
[무리2] 원수로다 병이여 대왕께 들러붙어 떠나지 않으니 우리의 근심도 떠날 수 없어
[무리들] 이 왕국을 구하소서
[무리3] 나라가 무너지네 집안이 무너지네 삶인가 죽음인가 이대로는 못사네
[무리들] 서천 생명수 구하소서
[무리4] 돌아오소서 바리 공주님 기다리는 우리에게로
[제사장] 하늘의 별들이 세월 따라 자리를 바꾸어도
[페이지] 013
[무리들] 북두칠성에 비나이다.
[제사장]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의 길잡이 되시는
[무리들] 북두칠성에 비나이다.
[제사장] 우리 대왕님 목숨도 한가지로 지키소서
[무리들] 북두칠성에 비나이다.
[오구대왕] (고통의 신음소리) 으허허허허허-
오방장수들 오구대왕을 모시고 퇴장한다. 절을 하던 육공주패 대왕이 퇴장하자 모두 방자하게 쉰다.
[제사장] 바리공주여 오직 당신만이 서천 꽃밭 생명수를 구하실 분 바리공주님 오소서 (방울을 흔든다.)
[무리들] 북두칠성에 비나이다. 우리를 구하소서 대왕을 구하소서 이 왕국을 구하소서 서천 생명수 구하소서 바리 바리 바리---
제사장과 무리들 모두 엎드려 비는데 마별 사와 바리가 솟대를 타고 내려온다.
[바리] (놀라며) 이들은 누구죠?
[마별 사] 당신을 기다리는 백성들
[바리] 나를 아나요?
[마별 사] 바리공주 이 왕국의 구원자
[바리] 내가 누구인데요
[마별 사] 이 나라의 마지막 공주
[페이지] 014
[바리] (대사) 내가 공주?
[제사장] (일어서 달려오며) 마별 사 어서 오시오 공주님은 어찌 되었소
[마별 사] (절을 하며) 우리의 기나긴 고통도 끝이요
[제사장] 바리공주님을 찾았단 말이오?
[마별 사] 이제 걱정을 놓으세요 기다리던 우리 공주님 바리 여기에
[제사장] 들어라 보아라 우리의 기도 감응하사 우리 바리공주님이 돌아오셨네
[무리들과 제사장] (함께) 바리 바리 바리--- 하늘의 별들이 세월 따라 자리를 바꾸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의 길잡이 되시는 북두칠성님께 감사해 바리 바리 바리 바리 공주 대왕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시네 우리들의 바리 공주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왔네 북두칠성님께 감사해 바리 바리 바리 긴 세월 따라 자리를 바꾸는 별들 사이 길잡이 북두칠성님따라 바리공주 돌아왔네 북두칠성님께 감사해 바리 바리 바리---
모두 바리에게 절을 하는데 육 공주와 육사위패가 거만하게 서서 바리를 바라본다.
[일사위] 여기 누구라 바리 공주를 아는가?
[이사위] 여기 누구라 바리 공주를 본 적이 있나?
[페이지] 015
[오사위] 그대가 바리면 나는 이 나라 왕인가
[육사위] 나 또한 믿을 수 없네
[일사위] 당신이 바리공주요
[바리] 나를 아시나요 나도 모르는 나를
[일사위] 자기도 모르는 여자를 바리라 부르나
[바리] 이게 무슨 운명인가 알 수 없어 두려워 어제는 사랑에 버림받고 오늘은 찾아온 공주되는 믿을 수 없는 내 운명 꿈이라면 어서 깨어라
[육사위들] 어서 말을 해 네가 바린가? 그럴 리 없어 너는 누구냐?
길대부인-왕후의 등장을 알리는 음악을 타고 등장
[소리] 왕후마마 드시옵니다.
제사장 왕후를 맞는다.
[바리/왕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저 얼굴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 꿈속의 얼굴인가 아련한 모습 본적도 없고 기억나지 않아도 떨리는 내 마음 가눌 길 없네
제사장이 왕후와 이야기를 끝내고 바리에게 다가온다.
[페이지] 016
[왕후] 그 목에 걸린 옥패는 누구 것인가?
[바리] 내 꺼 에요 단하나 나의 보배
[왕후] 이것이 어찌하여 그대의 목에 걸려 있는가
[바리] 알 수 없어요 누구도 모르죠 내 버려지던 처음부터 언제나 나를 지켜 주었죠 내 목걸이를 아세요?
[제사장] 이리 주오
[바리] 줄 수 없어요 이것이 없으면 난 부모를 찾을 수 없어
[마별 사] 부모를 찾기 위해서요 그 옥패는 바리공주님이 버려질 때 왕후마마께서 아기공주에게 훗날 찾을 증표로서 주었던 것이요
[제사장] 그 옥패가 그대의 것이라면 피섞임으로 하늘의 뜻을 알아보리라
마별 사가 바리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제사장에게 가져다준다. 제사장이 맞추어 본다. 정확하게 맞는 한짝, 모두에게 들어 보인다. 무리들 감탄한다. 왕후가 시녀가 내미는 그릇에 단지를 하여 피를 낸다. 또 다른 시녀가 그릇을 들고 바리 앞으로 온다. 마별 사 바리의 손을 잡는다. 놀라는 바리 손을 빼려하나 이미 바리의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 그릇에 떨어진다. 바리가 손가락을 움켜지며 마별 사에게서 물러선다. 시녀들이 제사장에게 그릇을 가져다준다.
[페이지] 017
제사장 두 그릇의 피를 합한다. 무대 어두워지며 제사장의 방울소리가 점점 격렬해진다. 피를 담은 그릇에서 신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방울소리 멈추며 웅장하게 뇌성벽력이 친다.
[제사장] (격한 감동으로 - 대사) 바리공주님이십니다!
[왕후] 바-리! (쓰러진다.)
놀라는 바리
[무리들] (감격하여) 바리 공주 돌아왔네 이 왕국 지키는 하늘 어여삐 여기사 천은이 내리셨네 바리 공주 돌아왔네 나라를 구하네 대왕을 구하네 우리를 구하네
환희의 합창소리 높아지며 무대 어두워지면 육공주패가 박쥐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일공주] 칠공주 바리라니
[일사위] 십년 공든 탑이 무너지네
[삼사위] 바리가 간다면 모든 게 끝이네
[공주들] 이제라도 서천 꽃밭 생명수 가질러 갈까?
[페이지] 018
[사위들] 서천 꽃밭 죽음의 길 바리가 열이라도 안되네
[일사위] 우리가 못가는 길이면 바리도 못가지 (대사) 걱정할 것 없어
[일공주] 간다면 그때는
[공주들] 바리가 간다면 그때는
[오사위] 왕위를 보장받아
[육사위] 또다시 새줄 찾아 보따리를 싸야 하나
[사사위] 망련난 노인네 죽지도 않네
[이사위] 서둘러야해 당할 순 없어!
[삼사위] 어차피 돌아가실 왕이시라면
[일사위] 왕께선 심장이 나쁘시지
[오공주] 아!
[오사위] (육공주 입을 막으며) 벌써 슬퍼하면 안돼
[일공주] 우리 마음의 열쇠는 바리 마음 (대사) 바리 마음 알기 전엔 입 조심
[모두들] 모두 입 조심 안녕을 위해 모두 입 조심 (퇴장한다.)
바리가 혼란스러하며 마별 사에게 묻는다.
[바리] (대사) 내가 이 나라 공주라고요
[마별 사] (대사) 그러하옵니다
[바리] 그런데 왜 난 혼자였죠? 왜 나만 떨어져서 살아야 했죠?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가르쳐 주세요 이 모든 진실을
[마별 사] 운명은 언제나 하늘에서 내리죠
[페이지] 019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하늘의 운명 우리네 인생은 운명을 사는 것 하늘의 뜻과 함께 하는 것
그 옛날 한 용맹한 한 사나이 있어 하늘의 땅을 받아 나라를 세웠네 백성의 어버이 오구대왕 하늘 닮은 나라 백성들 노랫소리 흥겨워 그러나 오구대왕 사랑조차 하늘의 운명을 따를 수 없었네 오구대왕의 마음은 길대부인 사랑은 인간의 운명을 바꾸네 별자리를 떠난 별인가
나라는 블랙홀의 세파 속에 흘러드는 별처럼 비극이 시작되었네 오구대왕 하늘을 저주했네
자신의 운명을 버린것이네 사람의 나라 사람의 뜻으로 하늘에 길을 묻지 않네
[바리] 오구대왕의 지난 운명 나는 몰라요 내 이야길 해줘요 내 운명을 말해줘요
[마별 사] 아들 없는 왕 무덤까지도 못 가네 왕은 아들에서 아들로 이어져 가는 것 아들 없는 왕은 왕으로 남지 못하네 그래서 바리공주 버려졌네 아들이 아닌 공주라서 아들없는 왕의 일곱번째 딸이라서
[페이지] 020
운명도 버린 아버지라서 일곱번째 공주 버릴 수 있네 그러나 운명은 버려도 자식은 버릴 수 없어 그리움 한 깊어 병이 되었네 단하나 약 서천 생명수 아무나 갈 수 없어 자식만 갈 수 있어 그러나 자식이라 죽음 너머 가리요 서천이라 가는 이 있어도 오는 이 없네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나라 불귀의 땅 갈 수 없는 저승 너머 서천 생명수 오구왕 살릴 수 있어
[바리] 그림책도 아니고 동화책도 아니고 새로 듣는 옛날 이야기인가 떠돌이 내 운명 그 시작을 알았네 이제 잘못 낀 단추를 풀러야 하나
[마별 사] 이 가여운 백성들 굽어 살펴주오 왕이 병들어 나라도 병들어 바리공주 서천으로 가시오 우린 희망의 없어요 우리가 갈 수 있는 서천이면 이 백성이 다 죽어도 가리라 오구대왕 살리는 서천 생명수 공주님만이 떠 올 수 있어 오구대왕의 잘못된 운명 풀어 주시오 되돌려 주시오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대사) 제발 공주님 저희들을 살려 주소서
[바리] (가슴을 열어 보이며) 내 가슴을 보세요
[페이지] 021
지옥을 여기 두고 어디로 가라시나 아비 품안의 육공주 아까워 못 보내나 바리데기 버려진 딸 죽은거나 한가지라 다시 또 죽이시라 가라 하는가? 말해봐요 나를 왜 찾았나요? 서천 생명수가 아니래도 바리데기 나를 찾으실까요 (대사) 안가요 못 가요!
왕후가 홀로 들어선다.
[왕후] 가지마라 아가야 너를 보내려고 찾은 거 아니야 바리를 보기 전엔 죽을 수도 없는 네 아비의 마지막 소원이 너를 찾은 거야
[바리] 언제나 내 인생 꿈이기를 바랬어 그러나 이렇게 만나는 꿈은 아냐
[왕후] 너 없는 자장가 너 없는 자리 이 가슴 서리서리 쌓은 내 사랑 한되어 눈물로 내리던 그 많은 날들 열손가락 불을 켜고 기도했지
[바리] 꿈에 지쳐 쓰러질 땐 눈을 감아 버렸어 이 아픈 내 인생 깨어나고 싶어서
[왕후] 너를 버린 세월에 나를 묻고 살았어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네 가슴에 불을 지펴 보냈지 스치는 바람에도 눈물이 나는 세월
[바리] 알고 싶어요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어디에 버리셨나요
[페이지] 022
[왕후] 바리
[바리] 아니 알고 싶지 않아 그런 말이 어딨어 내 입은 멍청이 할말도 못 찾는 바보
[왕후] 손을 다오 아가
[바리] 내가 정말 맞나요 다시 보세요 난 믿어지지 않아요 다시 보세요
[왕후] 바리야 이리와
[바리] 그럴 수 없어요 마음은 달려가는데 아니 몸은 달려가는데 얼어붙은 나 정말 내가 맞나요 아니면 또 나를 버릴 건가요 왜 날 버렸어요 미안해요 우리 엄마 아닐지도 모르는데
[왕후] 제발 이리와 내 가슴에 얼마나 기다린 내 딸인가 바리 에미없는 세월을 잘도 컷구나 이제야 너를 찾는 날 용서해 아가
[바리] 눈도 좋아 없는 아가 보시나? 어머니 그 이름 맞아요? 처음 날 버리신 이 맞아요? 햇살에 하얗게 부서지는 먼지처럼 어둠 속 그림자로 산 세월 새끼 버리는 건 사람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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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거야 난 다시 거미로 독사로 태어나 어미 뱃속에 서리서리 틀고 앉아 죽을때까지 헤어지지 않을거야
[왕후] 사람이 한가지만 생각하면 못할 일이 어디에 있겠니 바리 생각에 이 마음은 담을 넘어도 내 몸을 묶는 이 사슬 어미의 길 남겨진 자식들 병든 남편 갈 수 없었네 마음에 너를 묻고 산 세월 바리 내 아가 에미를 용서해
[바리] 왜 나만 버렸어.
[왕후] 너를 버렸을 때
[바리] 차라리 죽여 버렸으면
[왕후] 내 마음도 너와 함께
[바리]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왕후] 네 생각에 누워 잔 적 없어
[바리] 엄마라면 알꺼야
[왕후] 한시도 잊은적 없어
[바리] 남자친구 이름은
[왕후] 바리야 미안해
[바리] 내 소원은 아세요?
[왕후] 너를 위해 언제나 기도했어
[바리] 나도 기도했어요 엄마처럼 자식을 버리는 엄마 그 엄마에 그 딸은 되지 말자고 매일 매일 기도했죠
[왕후] 이리와 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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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어미 가슴을 치렴 네 한이 풀릴 때까지 어서 쳐 자식을 버린 에미가 에미더냐
[바리] 입술로만 어미 어미 그 어미 입술로 대답해 봐 배고플 때 추울 때 아플 때 내가 어떻게 살았지?
[왕후] 바리야 그만
[바리] 어떻게 그만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엇으로 엄마인가
[바리,왕후] (함께) 이젠 모두 끝났어 버림의 세월 그 슬픔에서 우리는 또다시 버려지나 (바리) 헤어지나 (왕후)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움으로 사랑을 이어 서러운 우리 사랑이라도 우리 가슴에 불을 피울걸 어머니 (바리) 바리야 (왕후)
[바리] 나도 당신 버릴거야 버려지는 게 뭔지 보여주지 꺼져 버려! 난 부모 없어! 내 앞에서 없어져!
[왕후] (휘청이며) 바리야!
[마별 사] (왕후를 부축한다.) 왕후마마!
밖의 시녀들 달려 들어와 왕후를 부축하고 나간다.
[마별 사] 이제야 나는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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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아무 말 말아요
[마별 사] 천륜은 끊을 수 없다더니 오구대왕 딸이라 그러한가 버린다고 손가락질 부끄러운줄 아시요
[바리] 들리지 않아요 돌아갈래요 데려다줘요 왜 나를 찾았어요
[마별 사] 차라리 찾지 않을 것을 이 모든 잘못의 시작을 알면서 공주도 오구대왕처럼 버리려 하오 이제 버리고 나니 속이 시원하시오? 버린다고 버려진 기억 사라지나 참으로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곳으로 데려온 당신의 운명 받으시오 서천으로 가시오
[바리] 아니요 난 안가요!
[마별 사] 못 간다면 이렇게 끝이야 희망도 내일도 우리 손을 떠났어 그리워 할거야 우리의 날들- 잘 가시오 공주 (나간다.)
[바리] 이게 뭐야 얼마나 기다렸는데 분노의 칼춤 추는 망나니인가 아픔의 세월이 상처만 낳아 따라가 볼까, 빌어 볼까, 또 날 버릴까 언제나 내 인생 꿈이기를 바랬어 아침 이슬에 세수하는 꿈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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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을 기다리는 꽃도 될 수 있어 가도 가도 끝없는 꿈 그리운 어머니 두팔 가득 안고 따뜻한 두 눈에 나를 담고 싶어 내 설움 내 눈물 절망도 모두 그 사랑에 띄워 보내고 싶어 사랑하는 어머니 내 무릎에 누이고 흰머리 뽑으며 가여운 어깨 고통의 지게도 벗어 드리고 내 등에 업고서 소풍도 가고 싶어 따라가면 받아줄까 빌어보면 용서할까 또 날 버릴까 두번은 더 쉽겠지 용서할 수 없어 서천 안 갈거야 (퇴장한다.)
육공주들과 사위들 기둥뒤에 숨어 있다가 나선다.
[일사위] 왕의 자리 멀구나 마음은 옥좌에 앉았는데 몸은 멀기만 하네
[이사위] 어서 조종을 울려라 이 나라는 끝났어 이 썩은 나라 팔아버리고 새나라 새왕 노릇 좀 좋으랴
[삼공주 삼사위] (함께) 얼굴 꼬라지들 좀 보라지 누가 왕이 된들 무슨 상관 뭐니 뭐니 내 땅이 최고지
[사공주] 언니들 들러리 지겹네 긴 병에 효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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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위] 인명은 제천이라 못 죽나 왜 안 죽나
[오공주] 거짓 슬픔도 힘겨워 난 못하겠네
[오사위] (오공주를 끌어안으며) 산통을 깨는가 비통한 얼굴로 마음을 가려
[육공주 육사위] (함께) 누가 왕이 되나 줄서기도 힘들어
[일사위] 천리마가 소새끼와 한구유를 쓰니 속이 안 뒤집힐 손가
[일공주] 소가 크다고 다 왕이 되나요
[일사위] 닭이 봉황이 되려 하지 않는가
[이사위] 다시 와 서천엘 간다면
[모두] 우리는 끝장이야
[이공주] 맞아요 단도리를 해야 해요
[이사위] 바리를 뒤쫓아 감시해야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모두] 영원히!
왕후의 내실 - 왕후가 왕을 간호하고 있다.바리가 밖에서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다.
[왕후] 여보 걱정마세요 바리데기 우리 공주 똑똑하고 의젓하게 자라 바리 걱정으로 흘린 눈물 바리가 씻어 주었네 당신 걱정 얼마나 하던지 당신이 들었으면 좋았을걸 말마다 우리 아버지 당신 그리는 정 따뜻해 이제는 아무 걱정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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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안기어 부르던 소리 마음에 메아리치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운다.) 흑흑흑
[왕] (대사 - 힘겹게) 왜--- ?
[왕후] (대사) 좋아서 바리데기 찾아서 너무 좋아서 그래요
[바리] (대사) 어머니!
마별 사가 다가와 바리 옆에 선다.
[왕] (이후 다시 노래로) 준비되었소?
[왕후] 언제나 당신이 가자시면
[왕] 바리도 봤으니 이제 약-을-
[왕후] 여보 우리 떠날까요
[왕] 기다리던 내 딸 바리 만났으면 가야지
[왕후] 바리 버린 그 순간부터 우리도 서로 버려져 사랑으로 살지 못했네 이제 가요 우리 처음처럼
[왕] 바리가 우리를 찾아줬어 우리 죽음 자식위한 사랑 (대사) 어느 자식도 서천엘 가선 안돼 우리가 먼저 갑시다.
[왕후] (대사) 여보! (다시 노래로) 갑자 사월 초이레 얻은 꿈 바리 되었죠 일곱가지 무지개 구름 가득한 속에 천상에서 학을 타고 내려온 선녀 우리품에 안기우던 꿈 봉비단 수놓은 너의 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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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섶에 삼태성 별, 등에는 북두칠성 공비단 이불 아직도 여?는데 뉘라서 알고 입히며 뉘라서 덥어주랴 열 달을 고히 내 품에 안고 드리던 기도 바리 너를 그리는 곡소리 될 줄이야 너를 버리고 오던 하늘에 묻어버린 내 인생 불어오는 젖에 실려오던 네 울음소리 비나이다 내 딸이여 내 사랑이여 금세상 우리 인연 이리 서러워도 나 죽어 바리 지키는 별이 되소사
비나이다 내 딸이여 내 사랑이여-
[바리] 갑자 사월 초이레 내린 꿈 타고 바리 되었네 일곱가지 무지개 구름 가득한 속에 천상에서 학을 타고 내려온 나 어머니 나를 받은 꿈 어머니 그린 일기장 보여 주고 싶어 꿈속의 어머니 얼굴 똑같아 그리는 마음 아직도 여?는데 어머니 내 어머니 목놓아 불러보고파
버려진 눈물만큼 버린 눈물 있었네 나는 버려지지 않았네 하나로 있는 우리 아버지가 버린 운명 내가 주워 갈래요 어디라도 상관 없어 생명수 찾아오리라 비나이다 내 어머니 내 아버지 금세상 우리 인연 서러워도 나 죽어 부모 살리게 하소사 비나이다 내 부모 내 사랑이여-
[왕후] 바리 마지막 단한번만이라도 내 품에
[바리] 마음껏 부를테야 내 어머니 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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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자장 자장 우리 아가 노래도 불러주며
[바리] 이제 무섭지 않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왕후/바리] (함께) 세월은 돌이킬 수 없어도 사랑은 남아 있어
[바리] (대사) 가겠어요 서천으로!
1막의 휘날레 음악 높아지며 열리는 무대에 백성들과 제사장 육공주패등 함께 노래한다.
[마별 사] 갈 수 있을까 돌아온 이 없는 그 먼 땅에 이승 있어 저승 있다면 저승도 이승의 땅 이제 다시 바리가 저승에 태어나네
[무리들]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생명수 구하려 길 가네 이승 저승 어디런가 가는 바리 오는 바리 우리 기원 등불 삼아 나는듯이 돌아 오소사 북두칠성님께 비나이다 바리공주를 도우소서 우리를 구하소서 대왕을 구하소서 이 왕국을 구하소서 서천 생명수 구하게 하소서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계속 반복)
[제사장과 마별 사] (함께) 새 희망 새 생명 바리공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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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을 태워 새 빛을 되신 이여 길잡이 북두칠성이시여 바리공주 등불되사 저승길 지옥길 밝혀 주소사 바리 공주여 꼭 살아 돌아오소서
[육공주패] 바리가 가네 십년 공든 탑이 무너지랴 우리가 못 가는 길 바리가 가네
[육사위] 또 다시 새 줄을 서야 하나
[육공주패] 효행상 말만 해 무슨 상으로 때워줄까 돌비석에다 새겨주랴 방방마다 골골마다 효녀 바리 효녀 바리 말만 해 말만 해 무슨 상 말만 해 어차피 죽을 목숨
[왕] 이 무슨 운명이 자식을 두 번 죽이나 내 운명이라면 다시 버릴 수 있지만 바리 너의 운명 네가 가는 네 인생 다시 찾은 네 길에 이 늙은 마음도 지팡이로 가져가!
[바리] 별 하나 나 하나
[왕후] 사랑이야 내 사랑이야
[바리] 별 둘 어머니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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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 가지 마라 떠나지 마라
[바리] 이제 무섭지 않아요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왕후/바리] (함께) 세월은 돌이킬 수 없어도 사랑은 남아 있어
[바리] 버려진 내 눈물만큼 엄마 눈물 알아 나는 버려지지 않았네 언제나 엄마품에 있어요 어디라도 상관없어 생명수 찾아 바리가 가요 내 운명 내 인생 나의 길 내가 뛰어 갈래요 빌어요 내 어머니 내 아버지 금세상 우리 인연 서러워도 나 죽어 부모 살리게 하소사 빌어요 내 부모 내 사랑이여-
[무리들]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생명수 구하려 길 가네 이승 저승 어디런가 가는 바리 오는 바리 우리 기원 등불 삼아 나는 듯이 돌아오소사 북두칠성님께 비나이다 바리공주를 도우소서 우리를 구하소서 대왕을 구하소서 이 왕국을 구하소서 서천 생명수 구하게 하소서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생명수 구하러 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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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소리 높아지며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홀로 저승을 찾아 떠나는 바리. 왕후 슬픔을 참지 못하고 쓰러져 운다. 암전되는 무대
다시 밝아지면 무대는 저승 가는 길 어디쯤의 빨래터 할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다.
[할머니] 방망이야 두들겨라 검은 빨래야 희어져라 저승길이 밝아진다. 이승문 열고 보면 앞동산이 저승 산천 흰옷 입어 등불 삼고 저승 소풍 가자 보자
[바리] (대사로) 할머니 저승 가는 길 아세요?
[할미] (노래로) 쇠지팡이가 닿도록 다녀도 저승길은 내 안가 모른다
[바리] 어느 길인지 모르겠어요 생명수 구해 와야 하는데,
[할미] 가기야 간다만 온다는 얘기 말아 가고 오면 내가려고 기다린지 백년하청이다
[바리] 이 길인가 저 길인가 이승길 저승길
[할미] 길속에 길 저승길 안보이는 길 찾지 말고 보이는 길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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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할미] (대사로) 귀꾸멍 마음꾸멍에 눈꾸녕도 해태가 들어앉았구먼 (얼굴을 들어 보이며) 봐라 이년아 눈 없는 년더러 길 보채냐 (노래로) 길은 멀고 해는 짧지 마음 따로 몸 따로 세상 따로 저승 따로
[바리] (할머니 빨래를 뺏으며) 내가 빨래 해드릴께요
무대에 넘치는 검은 빨래들
[할미] 검은 빨래 하애지면 저승길이 열리느니 서천 생명수 찾아갈 저승길을 열어 보자 (대사) 부지런히 잘 빨아 검둥개 멱감듯 허지 말고 (퇴장하며 민요조로) 이 발끝이 저승이냐? 이 지팡이 너머가 저승이냐 저승길 어디메냐 찾는 사람아 저승을 짊어지고 저승 찾네
바리가 방방이를 두드려 가며 빨래를 한다. 나무에 꽃이 피고 지며 세월을 보낸다. 바리가 빨래를 한다. 빨래가, 물결이 쉼없이 오고 간다. 빨래 방망이 소리 빨라지며 빨래들의 움직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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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부친 바리가 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 빨래와 한덩어리가 된다.빨래 요정들이 나와 바리의 빨래를 훼방 놓는다.
[요정들] 검둥개 목욕하기 바보 바리 바보 바리 검은 빨래 희다 하면 장님 할미 만져 알까 저승길이 빨랫길인가 어서 할미 불러 바리
[바리] 이 빨래를 언제 다하고 저승 너머 서천 가나
[요정들] 저승 못가 바리야 생명수 어림없어 알 수 없어 바보 바리 정신 차려 어서 그만둬 하던데로 했던데로 이 고생이 웬 고생
[바리] 팔이 아파 손이 저려 더 이상 힘이 없어
[요정들] 검둥개 목욕이야 장님 할미 만져 알까 누가 알아 아무도 몰라 말 바꾸듯 마음도 바꿔 검은 빨래 흰 빨래라 불러 검은 빨래가 흰 빨래야
[바리] (외치듯) 안돼! 할머니를 속일 수 없어! 검은 빨래는 검은 빨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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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온하게 바뀌며 바리 몸에 엉키던 요정들과 검은 빨래들이 하얗게 변하며 바리 몸에서 떨어져 나가며 저승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준다.
[할미] (나무 위에서 환하게 웃는다.) 검은 빨래는 검은 빨래 하얀 빨래는 하얀 빨래 검은 빨래 속에 하얀 빨래 하얀 빨래 속에 검은 빨래 마음밖으로 찾아보면 고생살이 인생살이 마음으로 여는 저승길 바리가 찾아가네 서천이여 바리를 받아 주소서 어미품에 아이처럼 바리를 받아 주소서
바리가 빨랫길을 따라 저승길로 가는 것이 멀리 보이며 역사들이 다릿길을 놓고 있다.할아범이 다릿길이 놓일 때마다 영혼을 데리고 다리를 건네준다. 바리가 들어선다.
[할아범] 어딧골 다린가
[역사들] 외나뭇골 다리지
[할아범] 몇 닷냥 주었나
[역사들] 석닷냥 주었지
[할아범] 어딧골 다린가
[역사들] 송말리 디리지
[할아범] 몇 닷냥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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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들] 열두냥 주었지
[할아범] 어딧골 다린가
[역사들] 귀붙이네 다리지
[할아범] 몇 닷냥 주었나
[역사들] 아흔양 주었지
할아범 귀붙이네 영혼을 건네주며
[할아범] (대사로) 세상에 멍충이들 (이하 노래) 저승 다리 돈주지 말고 살아 생전 적선하면 구름다리 무지개다리 골라 골라 저승 다리 어화 넘자 건너네
[바리] (대사) 할아버지 할아버지 저도 그 다릿길 가도 되요?
[할아범] (대사) 멍충이 하나 또 있네
[바리] (대사) 서천 생명수 구하러 가는데요
[할아범] 저승길은 죽은 자들에게만 있는 것 죽지 않은 영혼에 저승길 없네
[바리] 죽어야 생기는 저승길 이제라도 죽어 갈까요
[할아범] 죽어 몸이 없으면 생명수 어찌 전할까 어딧골 다린가
[역사들] 감골 아기 다리지
[할아범] 몇 닷냥 주었나
[역사들] 일백냥을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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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범이 아기 인형을 조종하며 다릿길을 건넌다. 무너지는 다릿길 역사들의 비명 바리가 몸으로 다릿길을 받친다.
[바리] (대사) 어서 건너세요 할아버지 어서요!
아기 인형 사라지고 할아범이 다릿길 위에서 바리에게 손짓한다. 다릿길이 무지개 빛으로 빛난다. 역사들이 바리를 인도해 다릿길 위로 오르게 한다.
[할아범] (부드럽게) 너의 사랑이 열쇠 되어 저승길 저승 다리 열었네 어서 가라 바리야 생명수 찾아 서천으로
바리가 앞에 이어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며 역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간다. 전환되는 무대에 크고 작은 탑들과 사람들. 탑을 돌고 탑을 쌓으며 탑 앞에 앉아 빌고 있다. 돌고, 쌓고, 빌고--- 그들의 향기로운 구음이 무대에 메아리친다. 불탑 신령이 그들을 굽어보고 있다. 바리가 돌을 한아름 안고 들어와 탑을 쌓는다. 무너지는 탑 바리도 같이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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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바리 탑을 쌓는다.
[바리] 탑을 쌓은 지 얼마인가 쌓아도 쌓이지 않네 하늘에 보낼 마음 태산인데 탑을 언제 쌓아 저승 갈까 이제 여기서 나는 알았네 나를 지켜 주었던 저 사랑의 소리
[신령] 하늘 길 사다리 탑을 쌓네 바나리 사랑이 쌓이네 하얀 달빛 길을 삼아 보름달 등불 삼아 탑돌이여 비나리여 하늘 길 사다리 탑을 쌓네
[함께] 저 소리 빌어요 비나이다 사랑의 비나리 소리 우리 마음 (신령) 나의 마음 (바리) 어두울 때 빛이 된소리
[바리] 그 소리 어디서 오는지 몰랐네
[신령] 하늘 길 사다리 탑을 쌓네
[바리] 이제 내가 빌어요 아버지
[신령] 비나리 사랑이 쌓이네
[함께] 우리의 사랑의 탑
바리가 탑의 맨 윗부분을 올려놓는다. 무대 어두워지며 한줄기 빛이 바리의 가슴을 친다. Tm러지는 바리 바리의 탑위로 보름달이 뜬다. 불탑 신령이 학을 타고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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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를 학에 태워주는 신령
[신령] 하늘 닿은 사랑이여 하늘 닿은 탑이여 저승길이 열리네 서천길이 열리네 이제는 갈 수 있네 바리 너의 길
함께 학을 타고 날으는 두 사람 무대는 황천강으로 바뀐다. 물결 소리는‘어허야-’상엿소리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구슬프고도 한탄스럽게 흘러간다. 음산하면서도 낮게 흐르는‘어허야-’구음의 물결
[신령] 여기는 황천강 서천의 길목 지옥길 극락길 함께 흐르네 저승살이 몰라도 이승살이 말해주네 거지 적선 한닢 극락 가는 배표요 내가 버린 친구 얼굴 지옥장 얼굴이네 살아생전 피운 꽃 저승 씨앗 되네
지옥배를 탄 사람들의 벗어나려는 몸짓과 비명 나찰들이 배에서 뛰어 내리려는 사람들을 끌고간다.
[나찰들] 지옥배 행차야 언제나 만원사례 떨어져봐 도망쳐봐 먼저 지옥에 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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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장] 업경대야 비추어라 너의 죄를 보자 욕심에 눈이 어두워 악업을 지었구나
[죄인1] 어느 지옥 날 기다리나 내 죄로다 내가 몰랐네
[나찰들] 살아생전 못된 놈 죽은 다음 후회하네 지옥에서 지옥으로 지옥 잔치하여 보자
[지옥장] 거짓말을 하였구나 동앗줄에 묶어 칼날숲에 던져라 갈갈이 찢기리라
[나찰들] 칼산지옥 한빙지옥
[죄인들] 한번만 제발 용서해
[지옥장] 도둑질을 한놈이라 철퇴로 입을 찢어 불타는 구리물을 부어라 튀겨라
[나찰들] 화탕지옥 억만지옥
[죄인들] 악---
[나찰들] 어느 지옥 말만 해 원하는 대로 대령이야 죽어도 죽지 못하고 영원히 벌 지옥이야
[지옥장] 죄인 몸의 터럭을 세어라 그 터럭 세월이 지옥 세월 미래겁이 다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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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값을 치루리라
[나찰들] 지옥배 행차야 언제나 만원사례 떨어져봐 도망쳐봐 먼저 지옥에 보내지
지옥배 나가면 아름다운 음악소리 자욱한 안개 사이로 아름다운 극락배가 흘러 지나간다.
[바리] 예쁘기도 해라 저 배가 서천 가나요
[신령] 아니 저 배는 극락으로 가는 배요
[극락요정] 눈을 감아요 꿈으로 그려요 보이나요 들리나요 미소로 그리세요 사철 꽃 피고 새가 우는 곳 (새 노래 소리 흉내낸다.) ***** 당신의 눈물로 지은 왕국 죽음이 없어 슬픔이 없어 이별이 없어 눈물이 없네 사랑이 넘쳐 행복이 넘쳐 이승살이 사랑살이 살았다면 소원 성취 극락왕생 복이야 (새 노래 소리 흉내낸다.) ***** 아름다운 땅 극락이야
극락배 지나면 귀곡성 들리며 강물 속에 바리의 그림자 어리며 물 속을 떠도는 혼령들 거품처럼 부유하며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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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저들은 누구인가요?
[혼령들] 살려줘요 도와줘요
[신령] 이승살이 나그넷길 저승살이 떠돌이 자신의 운명을 다하지 못해 저승에도 못 가네 달도 없고 불도 없는 황천바닥 헤매이네 이승 방황이 저승 방황이라 지옥도 극락도 갈 수 없는 신세
[혼령들] 추워요 배고파요 무서워요 아파요 우린 버림받은 귀신 손을 줘 따뜻한 손
[바리] 내가 죽어 왔다면 내 자리는 바로 저기 이딨어요 내 손 잡아요 우리 서천에 같이 가요 생명수 드릴께요 다시 새로 시작해요!
[신령] 그럴 수 없어 바리 저들은 갈 수 없는 중음신
[혼령들] 바리 우릴 버리지마
[바리] 아무도 버리지 않아
[혼령들] 추워요 배고파요
[바리] 오 제발 어서 와요 어떻게 구해야 하나
[혼령들] 무서워요 아파요 여기는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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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이 없어요 죽어도 죽지 못해
[바리] (외친다.) 어서 손을 잡아요
[신령] 안돼 바리 그럼 너도 갈 수 없어
[바리] 저들은 바로 나에요 버리고 갈 수 없어요 나 혼자서 안가요 어서 내 손을 잡아요
혼령들 한꺼번에 바리 손을 잡아당긴다. 바리가 학에서 떨어져 혼령들과 함께 황천강에 빨려 들어간다.
[신령] 바리!
[바리] (비명) 어머니!
[신령] 가라 바리 장한 여인이여 너의 사랑이 모든 죄를 씻어 지옥에서도 너를 지키리라 가거라 바리 높은 산 험한 길 깊은 바다라 두려울 손가 지옥도 너를 막진 못하리 가거라 바리 서천 꽃밭으로 그 이름 바리 내 기억하리!
무대 변화되며 지옥이 펼쳐진다. 온 세상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시체가 모여 있는 애장터 여인들이 시체들을 뒤지며 자신의 아이를 찾는다.
[페이지] 045
[아이소리] (애절하게) 엄마---
[여인들] 아가! (이후에 각기 자신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여인들 서로 밀치며 달려간다.
[아이소리] (다른 곳에서 급한 소리로) 엄마-
[여인들] 아가!
여인들 죽기 살기로 아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간다
[아이소리] (밝게 웃는 소리) 엄마---
[여인들] 아가야!
여인들 정신없이 달려간다. 아이의 엄마를 찾는 소리가 여인들의 목을 매는 줄처럼 되어 이리저리 무대를 구르는 여인들의 군상
[여인들] 아가!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어둥둥 다독다독 자장자장 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여인1이 아이를 안고 지옥장 앞에 선다.
[지옥장] 그 아이가 네 아기냐?
[여인1] 우리 아기 이마에 점이 있어 방실 웃는 입가에 보조개가 이뻐요 어미 보는 두 눈에 별이 뜨네요 아가 아가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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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장] 그 아이는 네 아기가 아니야 네가 버린 아이는 울어보지도 못한 아이 이마에 점 그리기도 전에 세상 밖으로 내쳐져 세상을 떠도는 원귀 된 지 오래 어서 아이를 뺏어라 다시 찾아라 네가 버린 아이를 찾아오지 못하면 이 지옥 떠날 수 없어 네가 준 슬픔이 거두어지기 전에는 너의 슬픔도 끝나지 못해 어서 가라! 아기를 찾아라! 이 눈물의 강이 멈추는 날 너의 지옥도 끝나리라 어서 가라!
나찰들 여인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간다.
[여인들]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어둥둥 다독다독 자장자장 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여인2] (어린 여자 한 손으로 아기 인형을 질질 끌고 온다.) 내 아기 내 아기 나 집에 보내 주세요 못찾아요 내 아기 깊은 밤 어둠 속 강물에 흘려 보냈죠 무섭고 깜깜해요 밤아 우리 아기 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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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대요 집에 보내주세요
[지옥장] 네 아기 울음소리 끝나지 않는 한 집에 갈 수 없어 어서 찾아와 저 울음소리 그치게 해
[여인들]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어둥둥 다독다독 자장자장 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바리가 들어선다. 여인3(왕후의 모습) 지옥장 앞에 선다.
[바리] 어머니!
[여인3] (가슴을 열어 보이며) 내가 묻었소 이 가슴에 들리지요 새근 새근 잠자는 아이 소리 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어서 이 가슴 갈라 아이를 꺼내주오 (나찰의 칼로 뛰어 든다.)
피범벅이 되는 여인의 가슴
[지옥장] 어느 가슴에 버렸느냐 다시 갈라내어라
나찰들이 여인의 가슴에 다시 칼을 댄다.
[바리] (달려든다.) 안돼요! 가슴에 칼을 거둬요 버려진 아기 내가 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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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슴에 없어요 내가 어미 가슴을 떠났어요 어미 눈물 몰라 내가 떠나갔어요 찾을 수 없어요 차라리 어미 가슴을 떠난 나를 벌 주세요 이 불쌍한 어미 가슴에 더 이상 아픔을 주지 마세요
여인들이 바리의 주위로 모여든다.
[바리] (여인들을 안으며) 어머니 내 어머니
[여인들] 아가! 아가! 아가!
[바리] 그 눈물 제 가슴에 닦아요 제가 돌아 왔어요 사랑이 없어요 원망으로 산 세월 내가 어머니를 지옥에 떠밀어 보냈어요 내 울음 내 한숨이 강 넘고 세월 건너 어머니 묶울줄 전 몰랐어요 이제 사슬을 푸세요 어머니 눈을 감아요 자장가를 불러 드릴께요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어둥둥 다독다독 자장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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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자장자장 우리 엄마
비로소 잠드는 여인들
바리가 지옥장과 나찰들 곁에 선다. 바리 지옥장 앞에 무릎을 꿇는다.
[지옥장] 살아올 수 없는 지옥에 오는 너의 힘은 무엇인가
[바리] 가여운 내 어머니 나를 버리신 죄 값 그 고통이 저를 불렀죠 나는 버려진 딸 바리 아니 부모 버린 딸 바리 지옥중의 지옥도 과분하지요 저승에서 보이는 내 인생 부끄러워 볼 수 없어 어서 나를 지옥에 보내주세요 나를 기다리는 우리 부모 서천 생명수 어찌 하나(운다.) 흑흑
[지옥장] 서천으로 가는 지옥문을 열어라 장한 여인이여 바리여 너의 사랑이 너의 모든 죄를 씻었네 가거라 바리 서천 꽃밭으로 생명수 찾아가거라
[바리] (대사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을께요.
서천으로 가는 문이 열리며 밝은 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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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가 여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서천으로 향한다. 빛속으로 사라지는 바리, 여인들과 지옥장 바리의 무사귀환을 비는 합창을 한다.
[여인들]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생명수 구하러 길 떠나네 이승 저승 어디런가 오는 바리 가는 바리 바리의 사랑으로 잃어버린 자장가 바리의 사랑으로 잃어버린 사랑 찾았네 바리의 사랑으로 이승 저승 하나되네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생명수 구하러 길 떠나네 이승 저승 어디런가 오는 바리 가는 바리 서천이시여 바리를 받아 주소서 서천이시여 바리를 받아주소서--- (합창소리 높아지며 1막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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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2막
아름다운 자연속에 자그마한 폭포가 흐르는 연못과 연못을 병풍처럼 두른 바위산이 보인다. 바위산은 무장승이 자신의 괴상한 모습을 남에게 숨기는 곳이다. 막이 열리면 서천의 달밤 무장승이 부는 피리소리에 맞춰 서천 요정들이 즐겁게 춤을 춘다. 서천의 향기로운 밤 바리가 다가온다. 무장승 피리 불기를 멈추고 얼른 바위산으로 숨고 요정들도 이리 저리 몸을 가려 바리를 지켜본다. 바리는 무대에 들어서 요정들과 자연물을 보고 아주 좋아한다. 바리가 어루만져 줄 때마다 좋아하는 요정들
[바리] 너는 누구니 나는 바리 너는 누구니 이슬 배는 꽃 너는 누구니 달바라기 풀 너는 누구니 길잡이 솔방울 너는 누구니 맛있는 복숭아 달빛이 저리 밝은 줄 나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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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춤추는 밤도 나 몰랐어 마음이 구름을 탄 것도 아닌데 어지러워 이렇게 출렁이는 건 취한거야 아름다운 이 서천에 참 좋아, 아이 좋아, 좋아 이 향기 속에서 잠자고 싶어
바리는 무장승이 앉았던 곳에 몸을 누인다.
[바리] (자리를 어루만지며 대사로) 아이 따뜻해 (자연에 손짓하며) 안녕- 내일은 생명수를 가지고 갈 수 있겠지. 아이 참 따뜻하다 하흠---
바리가 잠든다. 바리를 에워 싼 요정들이 바리가 잘 잠들도록 감싸준다. 몰래 다가서는 무장승 바리를 보고 좋아서 펄쩍 뛰어 오른다. 요정들은 바리가 깬다고 무장승에게 조용하라고 손짓 발짓으로 야단을 한다. 무장승은 미안해하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천상계로 통하는 기도바위에 올라 감사 기도를 올린다.
[무장승] (소리를 죽여) 왔어요. 왔어 신선님 보세요 이것이 꿈은 아니지요 천년만에 찾아 온 여인 어서 내려오세요 게으름뱅이 신선님 나는 이제 하늘로 돌아 갈 수 있어 나의 벌은 끝났어 (대사) 빨리 좀 내려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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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신선이 구름을 타고 서 있는 게 보인다.
[신선] 철부지 무장승 어디 보자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니 서천 문지기 소풍 온 줄 아느냐
[무장승] 문제없어요 걱정 마세요 무장승 제가 누구죠
[신선] 옛날엔 천상계 미남 바람둥이 지금은 벌받아 옴두꺼비 도령!
[무장승] (대사) 맞아요! 이 모습으론 안돼요 날 다시 되돌려 놓아줘요
[신선] 문제없어, 걱정 없어 어느 여인이던지 좋아 너를 사랑하게 해 아들 셋 낳게만 하면 옴두꺼비 탈 벗겨지고 천상계 고향 돌아갈 수 있지
[무장승] 이 얼굴론 안돼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요 버러지 각시도 아닌데 천년 기다려 만난 여인 옴두꺼비 도령으로 만날 수 없어요
[신선] 서천 소풍이 아니야 천상계 법을 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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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한 죄인 도령아 상제 너를 사랑하사 서천 문지기 아들 셋으로 벌을 정하시니 고마울 손 상제여---
[무장승] 차라리 죽으라시면 이제라도 죽기나 하지
[신선] 죽기도 너의 뜻 기다림도 너의 뜻 사랑도 너의 믿음 사랑을 한다면 사랑을 믿는다면 무얼 고민해
[무장승] 알아요 나의 뜻 언제나 같은 소리
[신선] 죄를 알면 벌이 보여
[무장승] 그래서 기다렸죠
[신선] 다시 천년을 기다려도
[무장승] 다시 올 수 없는 사랑
[신선] 그럼 천상계서 만나자
[무장승] (볼멘 소리) 기다리지 마세요
[신선] 정말?
[무장승] 아니요!
[신선] 안녕! (사라진다.)
[무장승] 그래 오늘을 기다렸어 천년의 기다림 언제나 오늘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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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꿈꾸는 사랑 이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데 (자신의 얼굴을 의식하고 만지곤 절망한다.) (대사) 나하고 결혼해 줄까? 옴두꺼비하고! (바리에게 작게) 나하고 결혼할래요?
바리가 무장승의 기척에 깨어난다. 요정들이 무장승을 숨기느라 바쁘다. 간신히 바위산으로 숨는 무정승
[바리] 이게 무슨 소리?
[요정들] (몸을 가로 흔든다.)
[바리] 꿈을 꾸었나?
[요정들] (몸을 크게 끄덕인다.)
[바리] (연못가로 가 앉으며) 꿈을 꾸었어
[요정들] (몰려들어 꿈 이야기를 듣는다.)
무장승이 바위틈에서 살그머니 나와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모습이 연못에 비친다.
[바리] 꿈을 꾸었어 하늘에서 오신 이 아직도 그 향기 내 맘에 흐르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보지 않아도 두 눈에 차오네 샘솟는 이 사랑 가슴에 넘치네 그렇게 좋은 사랑인데 알 수 없어 왜 눈물이 먼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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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마음에 바람이 먼저 오는지
바리가 연못물을 만지다 연못에 비친 무장승의 모습을 발견한다.
[바리] (놀란다.) 악!
[무장승] 가지 마오 돌아서지 마오 제발 기다리던 여인이여
[바리] 나를 기다려? 어떻게 나를 아세요?
[무장승] 놀라지 마오 나는 무장승 하늘의 뜻을 어겨 벌을 받고 있소 천년 세월 쌓은 믿음의 끝인가 꿈처럼 찾아 온 여인이여
[바리] 저는 바리- 아버님 되살릴 서천 생명수 찾아 왔어요 가르쳐 주세요 은혜를 갚을게요 아버님을 살릴 생명수
[무장수] 나랑 결혼하여 아들 셋을 낳아주면 생명수를 드리리다.
[바리] 결혼-, 아들 셋? - 안돼-못해요!
[무장승] 다 드리리다 모두 드리리다 생명수 죽은 사람 살려내는 물 땅속 뼈도 살려내는 삼색꽃 모두 드리리다 제발- 천년의 믿음 불쌍히 여겨주오
[바리] 못해요 안돼요 불쌍한 마음으로 결혼할 순 없어요 동정으로 결혼할 순 없어요
[무장승] 동정이라도 좋아요 당신의 동정 내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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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해주오 제발 내 하늘로 나를 보내주오 내가 처음 별이 되던 저 하늘 나의 고향으로
[바리] 동정도 사랑이야 토미- 생각나 동정도 사랑이야 언젠가 나를 떠난 사랑의 메아리 이렇게 만날줄이야 내가 듣고 싶었던 너의 말 이제 내 입술로 그려야 하나 이제야 토미 네 마음 알겠어 (무장승에게) 사랑을 찾는 마음 알아요 아이를 낳아드리죠
[무장승] (대사) 내 모습이 옴두꺼비라도
[바리] (대사) 내 마음이 옴두꺼비라도
[함께] 사랑할래요-
무장승이 바위산에서 내려온다. 요정들이 바리에게 흰 꽃 면사포를 씌어 신부를 만든다. 요정이 받쳐 든 연꽃에 담긴 물을 가운데 고 마주 선 두 사람의 결혼
[무장승] 님이시여 바리여 나의 죄를 씻어 주는 당신의 고운 눈물 이제 나에게 주오
[바리] 이 눈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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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드려도 되나요 당신 사랑 약속해줘요 날 버리지 마세요
서천꽃밭 요정들에 감싸여 행복한 두 사람
[무장승] 천년을 기다렸죠 언젠가 만날 사랑 하늘에 당신 모습 눈으로 그리며
[바리] 바람에 실려온 내 사랑 당신 위해 부르는 내 노래 당신 눈속에 나는 어여쁜가요
[무장승] 이 세상 모든 걸 다 주어도 당신보다 아름답지 않아요
[바리] 영원히 나를 지켜 주세요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이렇게 하나로 사랑으로 우리는 여기 함께 있어요
음악 아름답게 높아지며 암전
무대 밝아지면 바리네 초막이 눈에 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햇살처럼 무대에 낭랑하게 퍼진다. 아이들 요정들과 수수께끼 맞추기 놀이를 즐겁게 하고 있다.
[아이들] 가시 안에 매끈 매끈 매끈안에 털 - 털 털털 안에 맛나는 것은 무얼까?
[요정들] 맛나는 밤!
[아이들] 가죽 벗기고 살을 먹고 수염 깍고 뼈를 버리는 것은 무어 - 냐?
[요정들]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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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걸으면서 길에 도장 꼭꼭
[요정들] 지팡이
[아이들] 아무리 붙잡아도 못 잡는 것
[요정들] 그림자
[아이들] 주머니는 주머닌데 못 넣는 주머니
[요정들] 아주머니
[함께] 머리 풀고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 빨간 주머니 금돈 가득 찻네 고추 잔등에 뿔 난 솥뚜껑 냄비뚜껑 눈물도 없이 우는 저 종달새야 소리도 없이 웃는 예쁜 예쁜 꽃
요정꽃들이 좋아한다. 바리와 무장승이 점심 바구니를 들고 들어선다.
[아이1] 진짜 진짜 어려운 문제에요 (대사) 잘 들어보세요
[아이들] 누굴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의사인가요 얼굴만 봐도 (바리 말투 흉내) ‘배가 아프니?’아시죠 선생님인가요 언제나 바른길 고운 마음 알려 주시죠 요술쟁이도 되지요 우리가 먹고 싶고 입고 싶고 갖고 싶은 것 모두 모두 주시죠 누구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바로 바로 바로 바로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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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와 무장승에게 안기며) 우리 엄마 아빠죠! (대사) 엄마, 아빠!
[무장승] 옳거니 이 소리는
[바리] 내가 맞춰 볼까요 엄마를 도와 나물 캐러 간다는 소리
[아이들] (도리질)
[무장승] 옳거니 이 소리는
[바리] 내가 알아요 그 소리는 그 소리는
[아이들] 그 소리는?
[바리] 봄마중 소풍가자는
[아이들] 와! 맞았어요
[바리] (도시락 주머니를 흔들어 보이며 대사) 맛있는 도시락이에요. 아빠랑 잘 다녀오너라
[아이들] (대사) 엄마는?
[바리] (대사) 우리 도련님들 입을 예쁜 봄옷을 짓지
[아이2] (대사) 우리가 노는 걸 보면 좋을 텐데
[바리] (대사) 아주 아주 재밌으면 이 연못에 무지개를 보내 줘 엄마가 타고 갈께
[아이들] (대사로) 정말요 진짜요 와! 우리 엄마 무지개 타고 오네 어서 가자 무지개 만들자 어디서도 언제라도 엄마 무지개 다리 놓아요 엄마가 뛰어 오네 무지개 타고 엄마 빨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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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무지개 타고 빨리 달려 갈께 어디서도 언제라도 엄마 부르면 무지개 되어 달려가네 내 사랑 너희 품에 오 사랑해
아이들과 요정이 달려나간다. 무장승 바리 안고 입 맞추고 나간다.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바리, 바리는 초막으로 가 바느질 바구니를 찾는데 무장승이 두고 간 물병을 발견한다.
[바리] (대사) 어머나 물병을 두고 갔네 물병 - 생명수, 아버지!
바리 손에서 물병이 떨어져 깨진다. 갑자기 무대 어두워지고, 연못에서 안개 피어오르며 신비스런 조명속에 마별 사가 등장하여 바리를 바라본다.
[마별 사] 이런 물병이 깨졌으니 무엇으로 생명수 받으려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공주 서천에 신접살림이라니 본대로 들은대로 전하리다. 기다림도 희망도 모두 허사라고!
무장승이 되돌아오다 얼른 숨어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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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그렇지 않아요 제 말을 들어봐요
[마별 사] 생명수는 어디에 서천엘 왜 왔오?
[바리]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마별 사] 사랑 놀음에 눈멀어도 어찌 부모를 잊나
[바리] 생명수 구하려 한 결혼 그래서 아이도 낳았어요
[무장승] (숨어서) 바리!
[마별 사] 생명수를 얻었소?
[바리] 잊었어요 생명수 용서해 주세요 생명수 찾아갈게요
[무장승] (숨어서) 우릴 버리려나 바리!
[마별 사] 이제라도 생명수 찾아온다면 오구대왕 살릴 수 있어 어서 서두르시오
[바리]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무장승] (숨어서 함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마별 사] 오늘이 올 줄 왜 몰랐오 답이 두개일 수 없으니 자, 바리 무엇을 버리려오?
[바리] 버려요?
[무장승] (숨어서 함께) 버려지나?
[마별 사] 버려야지 갈 수 있소
[바리] (따라서) 버려야만 갈 수 있어
[무장승] (숨어서 안타까이) 제발 우릴 버리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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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누구도 버릴 수 없어요
[마별 사] 그렇다면 이제 모두 끝이오 자식을 버릴 수 없어 부모를 죽이려오? 버린 부모를 왜 찾았소, 버릴려고 찾았소? 바리의 복수인가 이제 돌아가 전하리다 오구대왕 마지막 생명의 등불을 끄라고 (획 퇴장해 버린다.)
[바리] 안돼요 (연못으로 달려간다.) 안돼요 안돼요! (엎어져 운다.) 흑흑- 버려진 세월 버려진 원망으로 살았는데 이제 와 내가 왜 다시 버리는 사람이 되나 날 버리실 때 우리 엄마 나처럼 울었나 내가 엄마처럼 지금 울고 있나
[무장승] 우리 처음 만난 날
[바리] 또 다시 헤어질 순 없어
[무장승] 오늘을 알았지
[바리] 내 사랑하는 아이들
[무장승] 당신 내 품에 안기던 날 그날부터
[바리] 도망갈까 어디로? 이 운명 가린 곳으로 떠나는 거야 맞아
[무정승] 그래 당신이었어 천년을 기다린 사랑 나를 구해 준 여인이여 이제 그 사랑 우리가 보내 드리리다.
[바리] 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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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잡아 주세요 버림의 세월속에서 나를 지켜 주세요 다시 버릴 수 없도록 (바리 비틀거리며 나간다.)
[무장승] (비로소 나타나며) 가여운 당신 그 작은 어깨에 홀로 진 슬픔 내 마음에 서러운 눈물 되네 어디에 갔나 어여쁜 미소 나를 어루던 그 고운 손길 당신 가슴에 기대어 꾸는 꿈 이제 다시 볼 수 없나 천년 세월 지나 이제야 얻은 사랑 이렇게 떠나 보낼 순 없어 하늘이시여 바리를 도와주소서 제발 천년 사랑 이대로 바리의 그림자로 살게 하소서 바리 그녀의 웃음 되고 눈물 되는 이 사랑 이대로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아 하늘이시여 들어주소서 하늘이시여 바리 우리 품에 버림없는 사랑에 살게 하소서 (대사) 오 바리---
초막에 불이 들어오면 바리가 아이들에게 이별식을 한다. 아이들과 바리의 그림자가 정겨웁다. 별이 뜨고 자장가 소리 은은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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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어둥둥 다독다독 자장자장 어둥둥 월이월이 자장자장
[아이3] (여기부터 대사) 엄마 울어?
[바리] 아니, 어디 엄마가 가르쳐 준 수수께끼 다시 해 볼까? 추울 때 입는 옷은 어디에?
[아이3] 엄마 어디 가?
[바리] 아니 엄마가 없을 때 배가 아프면 무얼 먹지?
[아이3] 엄마가 왜 없어?
[바리] 만약에
[아이3] 엄마가 없다는 말이야?
[바리] 오 얘들아!
[아이들] 엄마 가지마!
[바리] 엄마 안가, 어서 자자
[바리] 자장가 불러줄게
[아이3] 손 붙잡고 불러
[아이2,3] 나도!
[바리] 왜?
[아이3] 엄마가 갈까봐
[바리] 안가,
[아이들] 정말이지?
[바리] 그럼, 자 어서 누워 자자 (여기까지 대사로 끝) 어둥둥 아롱아롱 자장자장 ---
방에 불이 꺼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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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가 몰래 방문을 나선다. 무장승 물병을 들고 기다린다.
[바리] 당신.
[무정승] 물병이 깨졌길래 하나 만들었어
[바리] 여보
[무정승] 연못을 메워 버릴까봐
[바리] 왜?
[무정승] 무지개도 안뜨는 연못 소풍 온 아이들이 엄마 부르며 무지개 보내도 안온다고 어찌나 기다리던지---
[바리] (말할 결심으로) 봤어요 무지개
[무장승] (듣지 않으려고) 피곤하오 자려네.
[바리] 갈 수 없었어요
[무정승] (딴소리) 팔베게 해줄까
[바리] (이별을 앞두고) 나 당신에게 예쁜 아내였나요?
[무장승] (슬픔을 감추고) 아주 많이
[바리] 마음이 옴두꺼빈데
[무정승] 난 얼굴이 옴두꺼빈걸
[바리] 그 얼굴 속에 숨은 얼굴 생각하며 살았죠
[무장승] (얼굴을 가리며) 미안해
[바리] (얼굴을 어루만져 주며) 이제는 그 얼굴 그리지 않아요 당신 얼굴 두꺼비 얼굴 바로 내 얼굴이죠.
[무장승] 바리!
바리를 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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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는 바리
[바리] (결심한 듯 대사로) 먼저 주무세요
[무장승] (대사-안타까이) 바리!
[바리] (대사-거짓말로 사정하며) 금방, 금방, 금방 돌아올께요
무장승이 힘없이 방으로 간다. 주저앉는 바리, 물병을 쥐고 일어나 초막으로 쫓아가려다 달려나간다. 무장승이 살그머니 나와 쫓아나간다. 어둠 속 별빛에 약수탕의 모습이 보인다. 다부살이 삼색꽃으로 장식한 돌거북의 입에서 생명수가 흐른다. 돌거북을 지키는 돌 나찰들의 무서운 얼굴 바리가 들어선다. 바리가 돌거북으로 갈수록 불길한 음악 높아지며 바리가 물을 긷는 순간 돌나찰들이 튀어 나와 바리를 해친다. 놀라는 바리가 나찰들에 밀려 위급할 때 무장승이 뛰어 든다.
[무장승] (대사) 바리!
[바리] (대사) 안돼요 돌아가요!
무장승이 돌나찰들을 자극케 해 자신에게로 관심을 끈다. 무장승에게로 다가오는 나찰들
[바리] (대사) 여보!
[페이지] 068
[무장승] (대사) 어서 생명수를 가지고 가!
바리가 돌거북에게로 달려간다. 무장승과 나찰들의 위험한 격투 바리가 울며 물을 뜬다. 무장승이 나찰들에게 당한다. 바리 어쩔 줄을 모른다.
[바리] (대사) 여보 차라리 나를 죽이시지
[무장승] (대사) 어서 돌아가 바리
[바리] (대사) 여보! 미안해요 미안해요!
울며 어쩔 수 없이 달아나는 바리 쓰러지는 무장승 돌나찰로 돌아가 거북을 지키는 나찰들
[무장승] (기를 쓰고 일어나려 애쓰며) 기다려 바리 다시 천년이 걸린대도 기다릴거야 바리 (쓰러진다.)
오구대왕이 상여가 무대로 들어온다. 구음으로 곡을 하며 울며 따르는 백성들 무대 가운데 열려진 무덤이 보인다.
[백성들] 오 고귀하신 왕이시여 가시나이까
[마별 사] 생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죽음의 지혜를 알게 하소서
[백성들] 오 고귀하신 왕이시여 가시나이까
[마별 사] 꿈같고 물거품 같으며 그림자 같고
[페이지] 069
봄날 아지랑이처럼 자취없이 사라지네
[백성들] 오 고귀하신 왕이시여 가시나이까
[마별 사] 금생의 욕망일랑 죽은 육신속에 묻어두고 고요하고 평온하게 길을 가시오
[백성들] 오 고귀하신 왕이시여 가시나이까
[마별 사] 누구라 죽음의 심판에서 왕과 함께 서리요 왕의 선행이여 왕을 극락으로 이끄소서 왕의 부정이여 왕을 놓아 그 영혼이 자유롭게 하라
[백성들] 오 고귀하신 왕이시여 가시나이까
무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바리가 물과 꽃을 들고 등장한다.
[마별 사] 바리 공주님!
[어머니] 바리야!
쓰러지려는 왕후를 시녀들이 부축한다. 바리가 왕의 상여를 향해 걸어간다.
[바리] 오 나의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 ---
(백성들의 코러스 따라 높아지며)
[페이지] 070
바리가 다부살이 꽃을 흔들자 일순 멈춰지는 무대 바리가 상여에 올라 물을 뿌린다. 모두 숨을 죽이고 살핀다. 신비한 빛이 상여를 감싼다. 번개가 상여를 강타한다. 벌떡 일어서는 오구대왕, 백성들의 함성소리 드높게---
[바리] 아버지!
[어머니] 여보!
[마별 사] 대왕마마! 바리공주님이 대왕마마를 살리시었다!
[백성들] 오구대왕 만세 오구대왕 만세 바리 공주 만세 바리 공주 만세 오구대왕님 살아났네 이 왕국 지키는 하늘 바리 공주가 구하셨네 이 나라 살리신 천사라네 어여삐 여기사 하늘이 보내셨네 어여삐 여기사 하늘이 보내셨네 바리 공주님 돌아왔네 이 병든 나라를 구하네 바리 공주님 돌아왔네 우리를 구하신 천사라네
[오구대왕] 바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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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아버님
[오구대왕] 네가 나를 살리다니 너 혼자 버려둔 세월 용서해 다오 언제나 꿈속의 바리 너를 보았네 슬픈 너의 얼굴 내 눈을 가렸지 이 못난 에비를 용서해
[바리] 이젠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요 이렇게 부모님을 만난걸요
[오구대왕] 너를 버린 그날부터 이별의 아픔 슬픔의 시간들 너 간 곳 알 수 없어 우리 마음도 잃어버린 세월이었네
[바리] 아버님 마음이 몸을 아프게 했죠
[오구대왕] (대사로) 들으시오 백성들이여 우리의 생명수 바리공주
[백성들] (외친다.) 바리공주
[오구대왕] 우리의 왕으로 모실 것이다!
[백성들] (환호한다.) 바리공주 만세! 오구대왕 만세!
[바리] (다시 노래로) 그럴 수 없어요 저는 죄인의 몸 왕이 될 수 없어요
[어머니] 바리야 네가 죄인이라니 알 수 없어 누가 네게 죄를 주더냐
[바리] 전 부모님을 살리기 위해 제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버렸어요
[마별 사] 그들은 서천의 사람들 이승에 올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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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그들이 올 수 없는 이승이라면 제가 다시 갈래요
[어머니] 바리야 떠나지 마 다시 너를 잃을 순 없어 네게 못다 한 사랑 이제야 줄 수 있는데 보낼 수 없어 같이 가자 나도 서천에- 내 딸이야 바리야 에미품에 안고 보고 살자
[바리] 이제는 알아요 부모님 사랑 가슴속에 간직한 채 떠나요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 나처럼 눈물로 살게 할 수 없어요 버려진 바리데기 이야기 이젠 그만 꿈이라도 좋아요 그리운 사람들 마음에 품으면 별 되고 바람 불어 들려요 내 맘에 사랑의 메아리 울려 퍼져요 햇빛에 부서지는 먼지처럼 알 수 없는 나를 찾아 강물에 그리움 띄우며 어둠속 그림자로 살았죠 나의 하늘 나의 꿈 나의 땅 내 사랑속에 이제야 나 알았어요 아가야 기다려 엄마가 돌아갈 때까지 서천 멀어도 내 사랑 등불 되고 길잡이 되니 지옥도 무섭니 않아
무장승이 부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 들리며 무대에 무지개가 뜬다. 그 무지개 건너에 무장승과 아이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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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엄마!
[무장승] 바리
[바리] 엄마를 부르는 무지개 사랑으로 가는 무지개 어디서도 언제라도 우리 사랑 하나되는 무지개 (대사) 엄마가 빨리 갈께!
바리가 떠난다. 바리를 배웅하는 사람들
[합창]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서천 서역 그 먼 땅에 사랑을 찾아 길 가네 이승 저승 어딜런가 가는 바리 오는 바리 우리 저승길 등불되사 죽음의 길 밝혀 주소서 저승길 지옥길 밝히게 하소서 저승길 지옥길 밝히게 하소서 바리 공주여 바리 공주여 우리 저승길 밝혀 주소서 가네 가네 우리 바리 비네 비네 우리 바리 ---
[마별 사] 새 희망 새 생명 바리공주여 제 몸을 태워 새 빛이 되신 이여 북두칠성이시여 바리공주 등불되사 저승길 지옥길 밝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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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지옥길 밝히게 하소서 바리 공주여 바리 공주여 우리 저승길 밝혀 주소서
합창소리 고조되며 무지개 끝에 바리와 그 가족들 손들어 안녕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