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살림교회 2007

[유진수] 회중기도문 _ 20071111

실다이 2010. 1. 23. 15:32

 

  

 

사랑이 충만하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깊어갑니다. 이 계절에  울긋불긋 고운 단풍을 즐길 수 있게 하여 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 살림식구들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허락하심을 감사합니다. 맛난 찬과 따뜻한 윤기가 흐르는 한 그릇 밥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이리저리 색깔을 맞추어가며 갖춰 입은 옷 한 벌에도 감사드리고, 지난 한 주 동안 평안한 잠자리와 다정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도록 가정을 돌보아주신 손길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호흡하는 공기로부터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도움 받고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주님, 눈부신 가을빛을 창밖에 지는 낙엽으로만 겨우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행복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공원 표지판 아래 낡은 솜이불로 긴 밤을 뒤척이는 이웃들도 있습니다. 세계 평화와 우호적인 교류, 민족과 국가와 인종적 편견을 버리고 다문화가정을 위해 벌인 잔치 시간에도 정작 주인공들은 노랗게 물드는 들판의 콩잎을 바라보며 추수하는 수고를 하였고, 쉼없이 돌아가는 공장의 라인 앞을 지켜 서 있었습니다. 평범하지만 때론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상을 사는 가운데서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말 못할 속앓이를 한 두 가지씩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들입니다. 

사랑의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를 올립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유행처럼 번지는 펀드계좌 하나 개설하지 못하는 자괴감을 탓하기보다 마음이 가난함을 일깨워주시길 바랍니다. 주님이 주신 이 세상, 맑고 푸른 이 지구를 지키자고 세상 밖으로 외치기보다 작은 씨앗을 뿌리고 묵묵히 가꾸도록 인도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한 주간 분별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 주님을 얼마나 생각하며 지냈는지를 되돌아봅니다.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들 주위에 서서 우리 삶을 지켜보고 계셨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사실은 저희가 주님을 제대로 보려하지 못한 것임을 이 시간 고백합니다. 

은혜가 충만하신 주님, 불을 끄자, 별이 비로소 보이는 이치를 저희가 매일 잊고 삽니다. 너무나 쉬운 것을 잊지 않도록, 세상에 희망의 빛을 전하는 우리들이 되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사랑으로 우리 죄를 대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