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천안살림교회 지나온 10년, 맞이할 10년
발제1 : 천안살림교회 지나온 10년, 맞이할 10년
발제자 : 박 종 국
1.여는 말
대한민국의 중소도시 천안에서 한 목회자의 꿈에 의해 시작된 천안살림교회 공동체는 그 시작부터 많은 분들의 우려와 격려속에서 출발했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과정속에서 대안적 교회를 위한 실천적 모색은 많은 성과와 결실을 이뤄냈지만, 이제 새로운 10년을 향한 또 다른 첫걸음은 내부로부터의 단호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천안살림교회가 설립 초부터 표방한 ①영적 공동체 ②선교하는 교회 ③다른 교회들과 함께 하는 교회 ④생명과 인권을 옹호하는 교회 ⑤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 ⑥민주적인 교회 ⑦친밀한 교회 ⑧희망이 있는 교회를 이루기 위한 지나 온 10년의 반성과 평가, 맞이할 10년에 대한 과제와 전망을 위의 과제를 근거로 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2.년도별(시기별) 주요특징과 내용
우리 교회의 10년 역사 곳곳에 녹아 있는 하나하나는 어느 것 하나 소중치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애정과 정성을 접하고 그 숨결을 느끼면서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 보고자 합니다.
다만, 년도별(시기적)로 이를 나누는 것은, 이해를 돕는 주요한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형식적 편의를 위한 조치일 뿐입니다. 전 과정에 걸쳐서 주요한 특색과 내용들은 일관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단지 하나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분류 작업으로 시기별 주요 특색을 나눠 봤습니다.
<2000년 : 미래를 향한 꿈과 기초>
① 교회 설립의 공적절차 진행 : 창립예배 및 설립공인예배
② 올바른 교회상과 공동체 정체성을 위한 진솔한 모색 : 전교인 수련회등을 통한 ‘우리가 꿈꾸는 교회상’등에 대한 논의
③ 건강한 영성공동체를 위한 사유의 다양화 및 지평 확대 : 월1회 외부강사설교, 수요성서연구 모임
④ 지역시민단체와 연계한 사회선교사업 전개 : 햇살가득파랑새학교, 발달장애아부모모임, 저소득층가정 밑반찬배달사업, 시민단체(Y,복지,녹색)후원 사회선교비지출
<2001년 :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
① 첫 시련-갑작스런 교회당 이전 및 사업의 단절에 극복ㆍ대처하는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 : 예배공간 제공 및 사업 승계
② 사회선교방안 모색을 위한 논의 전개 및 심화 : ‘사회선교 소위원회’ 구성과 제안보고 및 토론
③ 건강한 영성공동체를 위한 사유의 다양화 및 지평 확대(계속) : 월1회 외부강사설교, 수요성서연구 모임
④ 평신도의 자발적인 모임과 교류 : 남ㆍ여신도회 구성, 가정예배 시행
<2002년 : 안정적 기반 형성을 위한 시도>
① 신도회 모임의 활성화 : 여신도회 독서토론모임 및 기도회 등
② 사회선교방안 세부 실천 : ‘햇살가득 파랑새 방과후교실’ 협력과 지원
③ 교회생활 및 운영의 안정과 정착 : 남여신도주일 예배주관, 여름수련회 전국교회탐방 등
<2003년 : 자립을 위한 활력>
① 교회 자립(재정,운영)의 틀을 위한 활력 : 남녀신도회 모임ㆍ사업 활성, 청년회 조직, 교회학교교사 충원, 가정예배 재개, 중고등부모임 시작, 지속적인 새교우 등록
② 다양한 봉사활동 : ‘느티나무’자원봉사 및 ‘살림의날’수익금ㆍ물품 기부
③ 폭넓은 성서연구 전개 및 심화 : ‘뜻으로 본 한국역사’, ‘성서의 신앙고백들’
<2004년 : 교회공동체의 전망 가시화>
① 선교와 나눔의 터전으로서 교회공동체에 대한 전망 가시화 : ‘교회발전 소위원회’ 구성 및 교회당 이전과 부지선정을 위한 논의 전개
② 평신도 참여형의 예배형식 도입 : 기념절기 평신도 말씀나누기, 국악반주 등
③ 한국교회의 새로운 대안형성을 위한 연대와 협력 : ‘한국에큐메니칼연합교회’ 참여
④ 또 다시 찾아온 시련 : 예정에 없던 교회당의 이사와 새로운 장소 물색
<2005년 :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성숙한 공동체>
① 교회학교 교육의 체계화 : 어린이부-중고등부-청장년부 교육의 체계화 및 내실화
② 에큐메니칼 운동의 구체화 : 연합예배, 에큐메니칼연합찬송가 ‘새노래한소리’발간
③ 지속적인 선교봉사활동 : 장애인가정 및 ‘햇살가득방과후학교’의 어린이가정의 정기적인 봉사활동
④ 자유로운 교류와 소통을 위한 열린 공간의 확충 : 홈페이지 개편과 강화
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예배찬송 보완 : ‘새노래한소리’예배찬송 사용, ‘찬송가위원회’의 구성
⑥ 자생적 모임과 자발적인 참여 : 다른사회(일본) 바로알기, 욥기연구, 새노래 배우기
⑦ 탈권위적•수평적 교회를 위한 고민 : 직분의 남용과 위계적 구조를 지양하는 최소한의 교회제직 임명
<2006년 : 건강한 실험과 고민>
①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주체적인 참여 ; 성가대운영 및 찬송시작, 교회학교 교사 및 차량지원 봉사
②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속화 : 제2회 연합예배
③ 새로운 전진을 위한 휴식과 평신도 역량의 강화 : 담임목사 안식년 연수 및 평신도 예배인도
④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도전 : 가는 교우, 오는 교우 질책과 격려
<2007년 : 일련의 성과와 과제>
① 대안적 교회 운영을 위한 민주적 형식의 틀 기초 : ‘천안살림교회 규약’ 제정
②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협력 : 임대보증금 인상에 대처한 전교인의 자발적 협력
③ 정의를 향한 실천과 연대의 확장을 위한 첫걸음 : 5•18기념 연합예배
④ 공동체성을 구현하는 예배형식 검토 : 공동예배 회중기도문 홈피게재, 공동기도문 평신도 작성 등
<2008년 : 깊은 뿌리, 더딘 성장, 소중한 결실>
① 교회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고민과 시도 : 청소년부-영어로하는 성경공부, 어린이부-놀토를 활용한 교육활동 등
②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원칙을 견지한 건강한 공동체성 유지 : 교회통합 제의 및 논의의 과정
③ 안정된 평신도 주체의 예배운영 : 담임목사 교토방문중
④ 새로운 교우에 대한 배려와 동질성 확보를 위한 고민 : 예배안내와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도
<2009년 : 새로운 꿈을 향한 분투>
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총의의 결집 : 10주년기념사업준비
② 선교적 과제를 위한 고민과 대안 모색 : 지역사회 살펴보기
③ 평신도 주체를 위한 성과, 자립의 기초를 향한 결실 : 당회구성을 위한 장로신임과 장로후보 피택
④ 가까운 나라 일본, 함께하는 발걸음 : 키타가와 히로시목사(2006년), 오오야마 슈우지목사, 타케우치 히로시목사 방문프로그램 및 한일공동기도주일 진행
⑤ 새로운 바람 : 청년회 독서토론모임, 육아모임, 영어성경공부, 교회학교활성화 및 방과후(지역)학교 논의의 전개
3.평가와 과제
발제자 본인의 존재 위치상 평가를 위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애당초 힘든 일입니다. 하여 좀 더 냉정하고 좀 더 비판적인 입장에서 우리를 되돌아 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천안살림교회는,
1)대안적인 교회를 형성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기존 교회의
① 권위적이고 일방통행적인 교회구조와 형식을 탈피하고
② 목회자 개인판단에 의존하는 무비판적 수용형태의 교회운영을 지양하고
③ 개인 기복적이고 종교편향적인 신앙형태를 지양하며
④ 물질적ㆍ외향적인 성과주의적 교회성장 및 확장정책을 배격하면서
비록 소수이지만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교회 형태의
① 합리적인 신앙 사고와 다양한 체험 및 주체적인 개인 결정권을 존중하고
② 획일화되고 교리적인 신학과 신앙 논의의 틀을 깨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며
③ 새로운 신앙공동체에 대한 가능성과 전망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하며
④ 사회적 관심사와 선교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실천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당장에 현실적인 결과물로는 미비할지라도, 그 진행과정의 의의와 성과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2)평신도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참여와 주체성을 견지하여 왔습니다.
천안살림교회는 목회자 주도의 일방통행식ㆍ관리효율 극대화의 교회운영을 철저히 지양하고, 평신도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참여와 활동을 통해 그 근간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것은 목표와 필요에 의해 천명되는 형태가 아닌, 자생적인 요구에 의해 발현되고 표출되는 형태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더디고 방만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축적 된 역량은 고비 고비마다 외적인 조건과 환경을 극복하는 내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평신도 개개인 모두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결집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고 그동안의 타성적, 방관자적인 교회생활 습관에 익숙해져 온 신앙형태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며, 목회자 개인의 역량과 지도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의타성의 극복은 주체적인 교회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 교회의 과제입니다.
3)민주적인 교회운영의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동안 천안살림교회의 전반적인 의사결정, 재정집행, 주요사업의 결정과 주관, 평신도 참여형식의 예배형태, 월례 및 연례 공동의회 등에서 민주적인 교회운영과 자유로운 논의의 틀을 확보하는 성과는 정말로 값지고 소중한 전통이며 자랑입니다.
다양한 의견의 개진과 상충은 민주적이고 상호 우호적인 입장에서 해소 및 승화 되었으며, 이를 통해 개개인들의 의사표출은 다양성과 통일성을 견지하며 합일점을 찾아왔습니다. 때로는 이것이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처럼 보여도 이러한 과정에서 움튼 노력들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하는 원천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적인 운영으로 생긴 합의들을 결과로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추동하려는 노력 및 주체의 부족과 자유로운 의사개진에 걸맞는 책임있는 실천의 부족은 아직 해결해야 할 우리 교회의 과제입니다.
4)사회선교를 위한 실천적 과제를 모색하여 왔습니다.
지역에 뿌리 내리고, 지역민과 호흡하는 사회 선교를 위해 늘 고민하고 그의 실천적 방안들을 모색하여 왔지만, 그것이 꼭 단일한 외형의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천안살림교회 각 구성원들의 삶의 처소와 선교의 현장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이뤄내는 것부터를 그 본연의 과제로 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교회 전체를 볼 때는 부족한 물적 토대 하에서도 사업을 전개 및 추동 하려는 고민이 부족했고, 사회에서 일상적인 업무와 활동에 종사하니 교회에서 만큼은 편히 쉬고 싶다는 개개인들의 자기안위적인 생각도 현실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었던 장애 요인입니다.
향후 일상적인 선교사업, 사안적인 연대사업, 장기적인 추진사업 등의 전망을 세워 당면 실천과제와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5)참여 교우들에 대한 다양한 문화와 선택의 폭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동안 천안살림교회를 방문하고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①사회변혁의 열의로 ②종교편향에 대한 염증 또는 기독교 개혁의 열의로 ③자유로운 진리와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④사회선교의 다양한 실천적 과제로 ⑤삶의 방향과 목표설정에 대한 종교적 고민과 체험으로 ⑥여러 각도의 신앙형태 및 대안적 교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등등의 유형으로 분류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가 당장에 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천안살림교회는 개인적 경험과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여 왔고 이러한 것들이 그 어느 것에서도 침해 받지 않도록 늘 열린 사고와 개방적인 자세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각자의 경험과 가치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참여와 심도 있는 의견개진의 틀을 위한 배려는 기존 구성원들의 책임과 몫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6)신앙사유의 다양화 및 사고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하였습니다.
대안적 교회의 가치와 존재의미, 새로운 신앙고백과 양식의 모색, 진정한 자기고백적 삶과 타자를 위한 나눔의 실천, 자유로운 성서 해석과 의미의 발견 등에 대한 다양한 사유와 사고의 지평 확대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입니다.
천안살림교회는 그동안 수요성서연구, 말씀나누기 등을 통하여 이를 심도있게 꾸준히 전개하여 왔고 다양한 목회 자료 및 홈페이지, 책자 등을 통해서도 열린 공유를 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목회철학을 공유하고, 살림교회만의 정체성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수의 한정 된 참여는 다음 단계를 위한 진전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7)영성공동체로서의 종교적인 위안과 안식을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교회라는 종교적인 특성상, 기존 교회의 강압적이고 비합리적인 교회문화가 아닌 자발적이고 자유스러운 신앙양심에 따른 개인의 결단과 심신의 위로를 최대한 배려해 주는 교회문화를 형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 교회와는 다른 신앙의 경험 또는 처음 접하는 기독교라는 낯선 종교적 환경에 대한 회의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해소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의 내적 고민으로 공유화 하려는 노력이 미흡 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 신상의 변화나, 어떤 외부상황의 급격한 변동으로 종교적 위안이나 평정심을 찾고자 교회를 방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러한 이들에 대한 포용력과 함께 나누는 진지한 위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 교회의 과제입니다.
8)가족같이 친밀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였습니다.
소규모의 가족적인 분위기로 허물없이 나누는 격의 없는 친밀감과 유대감은 우리 교회의 강점이며 이후 발전적인 공동체 모델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적인 분위기와 친밀함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어쩌면 낯설기까지도 한 초신자, 신규 입교자, 또는 일상적인 친밀감에 대한 표현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벽으로 가로막힐 염려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질적인 문화를 동화시키지 못하는 우리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4.맺는 말
개인적 편향의 가치관, 건전한 사회를 향한 희망의 상실, 물신지배에 대한 경도가 강화 된 현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대안적 공동체를 위한 실천은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실험적 과정이라 할 것입니다.
이 실험의 안착 여부는 객관적인 조건보다는 주체적인 요인에 의해 많은 부분이 좌우 될 것입니다. 서로의 참여와 열의를 재 확인하면서 끊임없는 개혁과 협력의 과정을 전개해야 되리라 봅니다.
천안살림교회가 맞이 할 10년은 우선 ①지역의 사회선교 사명을 감당하고 ②나눔과 공유를 모색하는 공동체의 단초를 이루며 지역에서 굳건히 자리매김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 가능성을 지나온 10년에서 충분히 경험하였으며, 함께 한 이들의 그것에 대한 숨결과 열망, 그리고 꿈을 곳곳에서 확인 하였습니다.
그 꿈은 결코 허황되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분투는 ‘수’(數)와 ‘량’(量)이 아닌 단지 ‘마음’과 ‘뜻’에 의해서만 결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