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ㅣ연극놀이-활력옹달샘

[인형극본] 버리데기

실다이 2009. 11. 22. 00:20

버리데기

 

곽영권 그림 ㅣ 조대인 글

웅진닷컴

 

 

해설 :

옛날 옛날에 어떤 부잣집 대감이 살았대. 대감이 결혼해서 딸을 낳았대. 대감은 그 딸을 고이고이 잘 키웠지. 그 다음에 둘째를 낳았는데 또 딸이어써. 여섯 째까지 딸을 낳은 대감은 부처님께 아들 낳게 해 달라고 백 일 동안 빌었지. 하지만 일곱 째도 딸이었어.

 

대감 :

에잇! 딸이라면 이제 꼴도 보기 싫다! 일곱 째는 대나무 밭에 내다 버려라!

 

해설 :

할머니는 일곱 째를 산속 집에 데려가 잘 키웠어. 버려진 아기여서 버리데기라고 불렀지. 버리데기는 탈 없이 잘 자라서 열다서 살이 됐대. 그 해에 버리데기 아버지는 몹쓸 병에 걸려서 좋다는 약 다 먹어 보고, 이름난 의원들 다 불렀지만, 병이 낫지 않았어.

 

의원 :

마님! 수천 수만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시약산 약수를 먹으면 병이 낫습니다.

 

어머니 :

딸들아, 의원님 말씀 들었지? 어서 시약산 약수를 떠 오너라.

 

딸들 :

아이고, 하얀 쌀밥에 비단옷만 입고 귀하게 자란 우리가 시약산까지 어떻게 가겠어요. 못 갑니다!

 

어머니 :

이런 고얀 것들. 고이 키웠더니 키운 보람이 없구나.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애를 찾아가서 용서를 빌어야겠다.

 

해설 :

이 산 저 산, 이 골짝 저 골짝 헤매다가 결국 버리데기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했지.

 

버리데기 :

어머니, 저를 다시 찾아주신 것만도 고맙습니다. 아버님은 건강하게 사시지요?

 

어머니 :

네 아버지는 병이 들어 다 죽게 되었구나. 시약산 약수를 먹어야만 낫는다고 하는구나.

 

버리데기 :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서 시약산이 천리만리 멀더라도 제가 가서 약수를 떠 오겠어요.

 

해설 :

버리데기는 패랭이 쓰고 바랑 메고 시약산을 찾아 길을 떠났어. 험한 산 넘어 넘어 깊은 강 건너 건너던 어느 날 바둑을 두고 있는 수염 허연 할아버지 둘을 만났어.

 

버리데기 :

시약산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할아버지들 :

거기는 땅 길로 천리, 물길로 만 리, 구름도 쉬어 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먼 길이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이니 어서 돌아가거라.

 

버리데기 :

시약산 약수를 구해야만 병든 아버지를 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시약산 가는 길을 가르쳐 주세요.

 

해설 :

정성이 갸륵하다며 길을 가르쳐 주었어.

몇 날 며칠을 가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모래땅이 나타났어. 이글이글 뜨거워서 온몸을 데고 말았지.

몇 날 며칠을 가자, 눈보라 휘몰아치는 곳이 나타났어. 세찬 눈보라가 얼음처럼 차가워서 온몸이 꽁꽁 얼고 말았지.

몇 날 며칠을 가자, 뾰족한 바위산이 길을 가로막았어. 날카로운 바위가 송곳처럼 솟아서 온몸을 긁히고 말았찌.

마침내 버리데기는 시약산에 도착했어. 그런데 약수를 지키는 총각이 약수 값을 가져왔냐고 묻는 거야. 그런 게 어딨겠어.

 

총각 :

그러면 삼 년 동안 물 긷고, 삼 년 동안 나무하고, 삼 년 동안 밥하면서 아홉 해를 나하고 같이 살면 약수를 주겠소.

 

해설 :

아홉 해가 지나자 버리데기는 총각과 함께 약수를 뜨러 갔어. 가는 길에 꽃밭을 지났지.

 

버리데기 :

여기 노란 꽃이 있네요. 이게 무슨 꽃인가요?

 

총각 :

죽은 사람 몸에 살살 문지르면 살이 돋는 살살이꽃이라오. 한 송이 꺾어 가시오.

 

버리데기 :

여기 붉은 꽃이 있네요. 이건 무슨 꽃인가요?

 

총각 :

죽은 사람 몸에 살살 문지르면 피가 도는 피살이꽃이라오. 한 송이 꺾어 가시오.

 

버리데기 :

여기 하얀 꽃이 있네요. 이건 무슨 꽃인가요?

 

총각 :

죽은 사람 몸에 살살 문지르면 숨을 쉬는 숨살이꽃이라오. 한 송이 꺾어 가시오.

 

해설 :

약수터에 갔더니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 틈에서 약수가 떨어졌어. 아침에 한 방울, 점심에 한 방울, 저녁에 한 방울 떨어지는 거야. 몇 날 며칠 약수를 받아 한 병을 모았어. 버리데기는 부모님 계신 집으로 서둘러 길을 떠날 때 무엇을 가져갔을까? 그래. 꽃 세 송이와 시약산 약수를 가져갔지. 그런데 집 가까이 이르니 상여가 지나가는 거야. 보니까 아버지 상여지 뭐야. 놀라서 상여를 멈추게 했지. 관 뚜껑을 열자, 죽은 아버지가 누워 있었어. 버리데기가 죽은 아버지 몸에 살살이꽃을 살살 문지르니 살이 돋고, 피살이꽃을 살살 문지르니 피가 돌고, 숨살이꽃을 살살 문지르니 숨을 쉬었어. 그러고 나서 시약산 약수를 아버지 입에 넣었지.

 

아버지 :

아, 한숨 잘 잤다. 아니, 너는 누구냐?

 

버리데기 :

아버지! 저 버리데기예요.

 

아버지 :

이렇게 고운 딸을 내가 버렸구나. 너무 미안하다, 막내야. 나를 용서해다오.

 

버리데기 :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어요. 저를 키워준 할머니도 모셔와서 함께 살아요.

 

해설 :

이렇게 해서 버리데기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