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운동 2000

다문화가정 이야기 2

실다이 2009. 11. 21. 23:00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여**입니다. 베트남에서 22년 살다가 2003년 11월 15일 일요일에 한국 사람과 결혼하고 천안 풍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월 15일 일요일에 6주년이라고 남편이 팔찌를 사줬어요. “아고, 그 돈 내 통장에 넣어주지!” 하고 말했더니, “만날 돈 밖에 몰라, 선물을 받아야 그대로 있지, 돈 받으면 금방 없어지는 겨.”라며 남편이 섭섭해 했어요. 저는 남편이 정말 착해보여서 결혼했어요. 다른 사람보다 나이도 적은 편이어서 열두 살 차이가 납니다.

 

지난 14일에 천안에는 첫눈이 내렸어요. 점점 추워지고 있지요. 모두들 김장 하셨지요? 저도 요즘 추수하고 김장 하고 할아버지 제사 지내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온지 벌써 육 년이 지나, 완전히 천안시민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한국에 왔을 때 화장실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과 만나서 좋았어요. 시집 식구들 챙기는 게 너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젠 다 적응했어요.

 

남편은 제가 예쁘게 생기고 착하고 시집 식구들에게 잘 한다고 뭐든지 다 예쁘대요. 그렇지만 저는 남편이 친구 만나서 술 마시는 것도 싫고 늦게 오는 건 더 싫어요. 그래도 남편이 예쁜 점도 많아요. 한 집에서 아홉 식구가 사니까 정신없이 하루가 가지만, 남편은 설거지와 청소를 같이 해요. 남편이 거들어 주니까 힘든 것도 잊을 수 있고, 조카들 돌보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며 주물러 줄 때는 정말 고마워서 힘이 솟아요.

 

남편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습니다. 잘못해서 큰일 날까봐 겁을 많이 냈기 때문에, 재미있게 노는 걸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노는 법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싸우기도 해요. 저는 정말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하고 싶거든요. 푸른천안21 여성복지실천단 실천위원들과 풍세 다문화가정이 용인 에버랜드에 갔을 때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애들 아빠도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저는 바닷가에 가서 남편과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손잡고 해변을 걷는 게 소원입니다. 그렇게 연애 하는 것처럼 살고 싶습니다.

 

우리 딸 둘, 지민이와 지윤이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여섯 살짜리 지민이는 그림 그릴 때 예쁘고, 네 살짜리 지윤이는 춤 출 때랑 뱃속 동생과 말할 때 예뻐요. 지금은 애들이 어려서 애들 잘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음식 만들어서 파는 식당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남편은 애들 다 키우고 나서 하자고 해요. 좀 편하고 그냥 일만 해도 되니까 여러 가지 신경 쓰지 않고 직장에 다니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 요리, 노래와 춤, 자녀 키우는 법, 컴퓨터, 운전 등등. 배우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우선 한국말을 잘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래야 우리 아이 셋을 한국 사람으로 잘 키우는 엄마가 되니까요. 2010년 2월 17일에 우리 셋째 아이가 태어나요. 우리 가족이 맘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잘 해주면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서로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기 위해 애쓰는 가족, 더 행복하도록 지원해주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항상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